'죽지 않는' 그녀가 우리에게 던진 현실 메시지

[컬처]by 오마이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올드 가드>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 ⓒ ?넷플릭스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배우를 영화 <몬스터>로 처음 알게 된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일찍이 90년대 중반에 데뷔하여 할리우드의 숱한 그렇고 그런 주조연 배우로 활약하다, 2003년 <몬스터>로 연기력을 폭발시키며 단번에 최정상급 배우로 우뚝 섰다. 하지만 곧바로 승승장구하지는 못하고, 2010년대 들어서 다시금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크고 작은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헌츠맨>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 <아토믹 블론드>를 거치며 여전사의 계보를 이을 만한 재목(?)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최근 몇 년간은 드라마 장르에 천착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올드 가드>로 화려하게 여전사로 돌아왔다. 본래 그녀가 주연으로 분한 <분노의 질주> 9편도 2020년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로 이듬해로 옮겨졌으니, 그녀에게 2020년은 필모 상으로 특별한 해라고 할 수 있겠다. '액션' 또는 '여전사'의 해라고 할까.


<올드 가드>는 샤를리즈 테론의, 샤를리즈 테론에 의한, 샤를리즈 테론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들여다 보면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고 있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부터 죽지 않고 살아오면서, 세상을 위하는 한편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온 불멸의 전사 집단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불멸의 전사 집단이 하는 일

이름도 없고 정체도 불분명한 불멸의 전사 집단을 이끄는 앤디(샤를리즈 테론 분)는 '안드로마케 스키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녀가 이끄는 집단엔 3명의 남자가 있다. 십자군 전쟁에서 서로를 몇 번이고 죽였다는 커플과 나폴레옹 전쟁에서 죽었다 살아난 이가 그들이다. 그들은 전직 CIA 요원 코플리의 아이들 구출 작전 제안을 받아들여 수행하는데, 함정에 빠져 무참히 살해 당하곤 금방 되살아나 적들을 모두 죽이고 탈출한다. 와중에 교감몽을 꾸고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흑인 여성 군인이 새로운 불사인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새로운 불사인을 찾아나선 앤디, 다른 대원들과는 파리 외곽의 안가에서 재회하기로 한다. 본인의 상황과 상태를 알지 못하거니와 알고 난 후 혼란에 빠진 새로운 불사인 나일과 함께 과격하게 티격태격하며 파리로 향하는 앤디, 일행과 조우하고는 현재와 앞날에 대해 생각하는데 누군가의 급습을 받아 2명이 끌려간다. 알고 보니 코플리가 거대 제약회사와 손을 잡고는, 불사인을 실험체로 하여 인류의 장밋빛 미래(?)를 바라고 있던 이들이다. 아프지 않고 죽지 않는 인류를 꿈꾸는.


앤디는 잡혀 가지 않은 부커와 신입 나일을 이끌고 잡혀 간 2명 조와 니키를 구하고자 한다. 그녀에겐 오래된 아픔이 있었으니, 마녀사냥 시대 때 그녀와 함께 한 불사인이 깊은 물속에서 영원히 고통과 죽음을 겪는 걸 막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는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행을 구해내야 했다. 그런데, 그녀의 몸에 이상이 생기고 만다. 빠르게 치유되어야 할 몸이 갑자기 전혀 치유되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과연 그녀는 무사히 일행을 구해낼 수 있을까.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

영화 <올드 가드>는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이 단독 주연을 맡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에 다가가게 하는 힘이 여기에 있다. 바로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 말이다. 믿고 보는 배우이자,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로 유명한 그녀의 액션이라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 이상이다. 감히 평하건대, 그녀의 액션은 여타 여배우들과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아하게 거칠고, 속 시원하게 멋지며, 군더더기 없고 빠르다. 이는 남배우들은 흉내낼 수 없는 종류이니, 오롯이 그녀만의 액션이라고 하겠다. 그녀의 액션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가 있으니, 신입 나일이다. 그녀의 액션은 보다 투박하고 둔탁하지만 보다 파워풀하고 패기 있다. 우아하고 시원시원하고 빠른 앤디의 액션과 대비되는 듯 조화를 이룬다. 그녀들의 액션 합만으로도 <올드 가드>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전형적이다 못해 오그라들 정도의 배경과 스토리라인을 장착하고 있는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전부 그녀 또는 그녀들에게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연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은 다른 데 있다. 이 역시 그녀들의 힘인 건 매한가지인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

그저, 최선을 다해 현실을 살아갈 뿐

이 영화엔 생각보다 액션이 자주 그리고 오래 나오진 않는데, 그 사이사이를 메시지가 메운다. 영화의 극초반, 함정에 빠져 처참하게 죽었다가 되살아난 후 앤디의 생각과 대사가 뼈를 때린다.


'전에도 이랬다. 반복에 반복,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건가? 때가 온 걸까? 그리고 매번 같은 답이다. 너무 지긋지긋해.' "우린 한 게 없어. 세상은 나아지지 않아, 점점 나빠지기만 하지... 이따위 세상 불타 없어지든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수없이 많은 죽음과 부활을 해 오면서,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나아지는 것 없이 오히려 나빠지기만 한다는 불쾌와 불만과 불신.


자못 과한 설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설정에서 시작돼 적게는 수백 년에서 많게는 수천 년을 살면서 느끼는 불사인의 외로운 투쟁을 잔잔하지만 확실하게 전달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항상 간직하고 살며, 세상을 위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왔음에도, 오히려 세상이 자신들을 속이고 이용하려 한다는 불편한 진실까지 목도할 때 느끼는 절대적 외로움.


그렇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 다만, 그들은 현실을 살 뿐이다. 어떻게 태어났든, 언제 그때가 올지 알 수 없을지라도, 최선을 다해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고 말이다. 바로 이 부분이야말로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다. 영화 속 불사인과 현실 속 우리의 삶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어떻게 태어났든 상관 없이, 언제 죽게 될지 알 수 없을지라도, 최선을 다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뿐이지 않는가. 시청자 수 기반으로 엄청난 흥행을 선보이고 있다는 <올드 가드>, 흥행과 함께 영화의 끝 장면만으로도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또 어떤 액션과 메시지를 던질지, 1편에서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형욱 기자(singenv@naver.com)

2020.08.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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