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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1800명 두 번 죽인 납골당 침수, 이 와중에 악플이라니"

by오마이뉴스

[인터뷰] 유족 박아무개씨 "유골 지키는 게 급선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

오마이뉴스

▲ 8일 침수된 광주 북구의 한 납골당 CCTV 화면. 물이 막 차오르기 시작한 납골당에서 직원 2인이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CCTV 영상을 본 유족들은 "(물이 막 차오르던) 이때 연락했으며 다 (유골함을 찾으러) 왔을 것 아닌가", "(납골당 측 연락이 아닌) SNS를 보고 왔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시민 제보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이미 가족을 잃었을 때 고통을 겪은 사람들 아닌가. 근데 가족이 두 번 죽는 고통을 당한 것이다."


폭우로 침수된 광주 북구 납골당에 사촌오빠를 안치했던 박아무개씨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참"이라는 단어로 현재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침수된 유골이 1800개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겠나"라며 "(유골함이 침수된) 이런 상황도 비참했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너무 비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와중에 관련 기사에 악플이 달리더라"며 "'죽은 사람인데 오버한다'는 댓글을 봤는데 1800명이 두 번 돌아가신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돌아가셨을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유족들이 겪는 아픔을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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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침수된 광주 북구의 한 납골당의 모습. 사진을 보내온 시민은 "물이 어느 정도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 시민 제보

7일부터 남부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8일 광주 북구의 한 납골당 지하에 물이 차 유골함 1800개가 침수됐다. 침수는 8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됐지만, 납골당 측은 오후 9시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소식을 유족에게 전했다. 당일 현장을 찾은 유족이 CCTV를 확인하며 찍은 영상에는 "(물이 막 차오르던) 이때 연락했으면 다 (유골함을 찾으러) 왔을 것 아닌가", "(납골당 측 연락이 아닌) SNS를 보고 왔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래는 박씨와 나눈 대화의 전문이다.

"아기 유골함 사연 들으니 눈물 나더라"

- 납골당 침수 소식은 어떻게 알게 됐나.


"SNS를 통해 소식을 들은 지인이 연락을 주셨다. 어제 현장에 가보니 뉴스를 보고 오신 분도 많더라. (납골당 측이) 문자를 보냈다고 하는데, 주로 계약자에게만 가지 않았겠나. 1800개 유골함의 유족들에게 제대로 연락이 안 간 것 같다."


- 납골당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어땠나.


"부지 바깥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침수된 유골함이 1800개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겠나. 침수된 (지하에 있던) 유골함의 유족뿐만 아니라 상층에 유골함을 모셨던 유족들도 불안한 마음에 많이들 오셨더라.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이미 가족을 잃었을 때 고통을 겪은 사람들 아닌가. 가족이 두 번 죽는 고통을 당한 것이다. 이런 상황도 비참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너무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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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폭우로 침수 피해가 난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사설 납골당에 9일 유골함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는 유가족이 모여 있다. ⓒ 연합뉴스

- 유족들이 단톡방(단체 메신저 대화방)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1500명 인원 제한의 단톡방이 꽉 차서 다른 단톡방도 만들어졌고 밴드도 운영되고 있다. 그곳에 유골함 사진이 계속 올라오더라. 초반에 물이 조금 빠진 지하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유골함 뚜껑이 분리된 사진을 보고 '우리 오빠는 어떻게 됐을까?'란 생각에 너무 무섭더라.


동갑인 사촌오빠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사이가 돈독했다. 나이 마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 가족들의 고통이 컸다. 어린 조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우리뿐만 아니라 유족들 중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단톡방에 아기 유골함을 안치한 분들의 이야기가 올라왔는데,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울었다."


- 납골당 측은 어떤 입장인가.


"자연재해임을 강조하더라. 물론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CCTV를 보면 환풍기를 타고 온 물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이 한 번에 범람해 납골당을 덮쳤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마냥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유골의 재화장 및 건조다. 유골이 물에 젖었기 때문에 금방 곰팡이가 생기거나 썩어버린다. 유족 입장에선 모든 걸 다 제치고 유골을 지키는 게 급선무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전국의 승화원과 연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800개 유골함이 침수됐으니 쉬운 일이 아니다."


- 가장 답답한 부분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와중에 폭우까지 쏟아졌으니 지자체의 어려운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은 아쉬울 뿐이다. 이 와중에 악플을 다는 사람도 있더라. '죽은 사람인데 오버한다'는 댓글을 봤는데, 1800명이 두 번 돌아가신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돌아가셨을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유족들이 겪는 아픔을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된다.


'보상금 받으려고 저런다'는 악플도 봤는데, 그게 말이 되나. 가족의 유골이 다 젖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유골을 수습해 다시 모시고 싶은 마음뿐인 사람들을 상대로 보상금을 이야기하는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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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침수된 광주 북구의 한 납골당의 모습. 사진을 보내온 시민은 "물이 어느 정도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 시민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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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침수된 광주 북구의 한 납골당의 모습. 사진을 보내온 시민은 "물이 어느 정도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 시민 제보

소중한 기자(extremes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