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사건 불안감 생각보다 커... 남성으로서 미안해졌다"

[컬처]by 오마이뉴스

[이영광의 '온에어' 50] 최원준 MBC PD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인 손정우가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지난 7월 6일 석방되었다. 손정우가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지난 2년 8개월 동안 암호화폐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무려 4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손정우에게 1년 6개월형을 선고했을 뿐이다. 또 미 법무부가 지난해 4월, 손씨의 죄를 묻겠다며 한국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송환을 요청했었지만, 법원은 지난달 6일 그것마저 불허했다.


손씨가 풀려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인 지난 4일, MBC < PD수첩 >은 '손정우의 나라'를 통해 손정우 사건과 대한민국 사법부의 성범죄자 처벌 수위를 비판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방송 다음 날인 5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방송을 연출한 최원준 PD를 만났다.

"국민들과 사법부 온도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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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준 MBC PD ⓒ 이영광

다음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4일 방송된 < PD수첩 > '손정우의 나라'를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손정우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국 송환문제 때문이었어요. 그전에는 사실 잘 몰랐어요. 손정우 송환 불허 결정이 나온 이후 인터넷 등을 통해 여론의 분노가 크다는 걸 알고 관심있게 지켜보기 시작했죠. 생각보다 디지털 성범죄, 특히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를 법원에서 얼마나 경미하게 다루는지 알게돼 놀랐어요."


- 방송 나간 후 반응은 어떤가요.

"국민들은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 너무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문제는 사법부와의 온도차죠. 사법부는 아마 지금 이 방송을 보고도 '정말 우리가 진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형량이라는 게 감정적으로 할 수 없고 법을 기초해서 사람의 죗값을 묻는 것인데 이전까지 많은 판결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형량이 낮게 나왔잖아요. 갑자기 어떤 판사가 10년을 때릴 수는 없는 거예요."


- 왜 법원 판결에서는 형량이 낮게 나오는 걸까요.

"N번방 사건 이후 현행법은 바뀌었어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해 기존엔 '10년 이하의 징역'이었는데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조정됐어요. 징역의 하한선을 높여서 처벌받도록 하는거죠. 손정우의 경우 국내 법원으로부터 1년 6개월형을 선고 받았는데 형이 낮게 나온 이유는 결국 사법부가 이 사안을 중요한 범죄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죠. 성인지 감수성 자체가 낮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 판사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요.

"지금은 모바일 기기가 매우 발달했잖아요. 인터넷에 접근하는 방법도 너무 쉬워졌고요. 직접 성폭행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따른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고 또 피해가 반복될 여지가 높아요. 그러나 판사들은 소위 말하는 야동 혹은 음란물 수준으로 생각하는 거죠."


- 손정우 문제를 방송에서 다루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송환 문제 때문인가요?

"네. 왜냐하면 N번방 사건 이후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아졌잖아요. 이번 송환 문제 관련해서도 그것에 준하는 선에서 결정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서 합당한 판결을 내리지 못하면 미국으로 송환하는 게 맞아요."


- 현재로선 미국 송환이 불가능한 건가요?

"지금 법체계로서는 단심이니 끝난 거죠. 미국에서 다시 송환을 요청하지 않는 한 끝난 거라고 봐야해요. 그리고 송환이라는 게 논리적인 문제라기보다 외교 문제에 더 가깝더라고요. 국가 대 국가가 외교적인 관계를 통해서 범죄인을 인도해 달라고 할 경우, 외교적 감정이 섞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송환 결정 전에는 미국 관련 기관들을 통해 인터뷰가 진행됐어요. 그런데 송환 불허 결정 이후에는 이것에 대해 언급하기 힘들어지더라고요. 인터뷰를 요청해도 거절하고요. 이런 걸 보면서 외교적 문제라고 느꼈어요."


- 직접적으로 취재하기 전 손정우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요.

"저도 기사를 통해서 얕게 알고 있었어요. 그땐 N번방 사건과 큰 차이점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음란물을 유통했구나' 이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취재해보니 규모가 다른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범죄자들이 커넥션 되어 있었고, 손정우는 그걸 관리하며 돈을 벌었죠."

"국민들 분노와 불안감, 무겁고 심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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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한 장면 ⓒ MBC

- 처음에 어디부터 취재를 시작하셨어요?

"제일 처음에는 손정우가 어떤 식의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했는지, 그리고 다크웹(특정 브라우저에서만 접속이 가능)은 뭔지에 대해 공부했어요. 범죄 유형에 대해 공부를 좀 했고요. 그리고 1,2심 판결문을 입수해서 분석했어요. 그 다음에 송환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 다크웹은 정확히 어떤 건가요?

"사실 저도 깊게 알지 못해요. 저희가 쓰는 인터넷은 소위 말해서 디지털 흔적이 남잖아요. 그러나 다크웹은 프로그램 추적할 수 없는 토르라는 특정한 브라우저를 이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사이트예요. 토르라는 프로그램 접속을 통해 들어가면 서로 간에 IP 추적이 어려운 거예요. 원래는 군사용으로 많이 썼다고 하더라고요."


- 취재 초반 손정우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손정우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웰컴투 비디오' 운영 기간만 2년 8개월이잖아요. 혹시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전혀 모르더라고요."


- 손정우는 현재 이혼 상태로 추정되잖아요.

"계속 취재 노력을 했는데 (해당 여성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손정우 아버지의 말을 빌려서 상황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어요."


- 그럼 진짜 결혼을 한 게 맞는 걸까요. 이번 사건 때문에 이혼을 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위장 혼인이었는지.

"추정하건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를 진행한 것 같아요. 감형을 받기 위해서요. 성범죄 관련한 죄를 짓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1심과 2심 사이에 혼인신고를 한다는 건 정상적이지 않죠.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 부양가족 있는 게 왜 감형 사유가 될까요.

"이해가 안 되죠. 부양가족 있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감형한 거예요. 실제 법 조항은 부양가족이 있으면 기계적으로 감형해 주라는 것이 아니라 부양가족이 있고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 감옥을 갈 경우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까 어느 정도 참작을 해주라는 거거든요."


- 손정우 아버지 인터뷰도 하셨던데.

"되게 독특한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농촌의 평범한 아버지 같았어요. 그런데 이 분이 손정우 사건 관련해서는 법적인 지식이 상당하더라고요."


- 시위 현장에도 나가셨는데, 분위기는 어땠나요.

"송환 불허가 주는 불안감, 그러니까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감의 정도가 제가 머리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무겁고 또 심각했어요. 당시 낮까지 비가 와서 사람들이 많이 안 모일 줄 알았거든요. 저는 한 100~200명 선일 줄 알았는데 거의 천 명이 모였어요.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너무 절박한 수준이었어요."


- 취재할 때 어려움이나 느낀점이 있다면.

"사실 온라인에서 벌어진 범죄다 보니 현장에서 실체를 찾기 어렵잖아요. 당사자인 손정우씨를 만나는 건 더 어려웠고요. 이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제가 느끼는 것보다 여성들의 불안감이 더 클 것 같아요. 그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고요. 저도 시사교양 PD로 일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인지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그걸 뛰어넘더라고요. 남성으로서 미안한 지점이에요."


이영광 기자(kwang3830@hanmail.net)

2020.08.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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