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굳이 가파른 곳으로 올라가는 이유

[여행]by 오마이뉴스

유네스코 3관왕 달성 성산일출봉, 일출과 일몰 그리고 물안개의 신비로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은 정부 방역 지침에 철저히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전에 찍은 사진과 내용입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멈추고 잠잠해지면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 대체지로 가볼 만한 곳이라 추천드립니다.

제주하면 먼저 한라산 다음으로 많이 회자되는 곳이 있다. 바로 성산일출봉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에서 3관왕을 달성한 곳이다.


제주도는 대부분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비롯해 신혼여행, 관광 목적으로 여러 번 다녀왔던 추억들이 있다. 국내여행지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잠정 중단되어, 해외여행 대체지로 바다 건너 제주도를 많이 찾는다.

가파른 계단의 연속, 성산일출봉 정상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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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성곽 모습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성산일출봉 ⓒ 한정환

개인적으로 성산일출봉 등반은 사계절 중 여름철이 좋다. 성산일출봉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녹색의 초원 때문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3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의 무더위가 최대 장애 요인이다.


성산일출봉은 입구에서 쳐다만 보아도 그 모습이 성곽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거기다 푸른 초원은 여름철에만 볼 수 있는 성산일출봉만의 또 다른 모습이다. 초원에는 조랑말을 방목해 놓고 키우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해외 관광객들이 많아 평일에도 주차공간 찾기가 힘든 곳이다. 올라가고 싶어도 사람들로 북적여서 쉽사리 올라가지도 못했다. 성산일출봉 표지석 앞에 사진 한번 찍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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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무료탐방구간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우도의 모습 ⓒ 한정환

성산일출봉은 무료와 유료탐방구간으로 나누어진다. 무료탐방구간은 나이 드신 분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매표소를 기준으로 왼쪽이 무료탐방구간이다. 오르막이 없어 걸어서 다니기 편리하다.


전망대에서 보면 우도 및 해녀물질 공연장, 보트장, 우뭇개 해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성산일출봉 등반을 못한다 뿐이지 주변 경관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멋진 곳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 더없이 좋다.


높이 180m인 성산일출봉은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 때문에 정상을 오르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주변 경관과 분화구를 찍으려고 가져간 묵직한 카메라도 여름철에는 부담이다. 정상까지는 천천히 가면 25분 정도 소요된다. 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곤욕을 치르는 곳이다.


입구부터 현무암 디딤돌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과거 제주도에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는 듯 말이다. 구멍 숭숭 뚫린 디딤돌을 밟으니 제주여행 온 느낌이 절로 느껴진다. 현무암 디딤돌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계단의 연속이다. 중간에 평지가 없고 올라갈수록 가파른 계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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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성산포 주변의 모습 ⓒ 한정환

초입인데도 깔딱고개 오르는 것처럼 조금은 힘들다. 호흡이 좀 거칠어진다. 조금 쉬었다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무렵 바로 앞에 쉼터가 보인다. 쉼터에 잠시 걸터앉아 앞을 바라다보니 이게 바로 전망대 역할도 한다. 성산일출봉을 오르는 동안 이런 쉼터 겸 전망대가 두 군데 있다. 오른쪽으로는 소가 누워있는 형상의 우도가 보인다.


우도에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바로 성산포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날씨는 맑은데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멀리 한라산의 모습이 눈으로 어렴풋이 보인다. 아래로는 광치기 해변의 모습이 보이고, 우도를 오가는 도항선과 고깃배들의 모습도 보인다. 바닷속 성산포 마을과 멀리 수많은 오름들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성산일출봉을 쉽게 올라갈 수도 있다. 하산할 때처럼 경사도가 덜한 곳으로 올라가면 된다. 굳이 가파른 곳으로 올라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성산일출봉에 화산 활동이 발생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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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모습의 뾰족한 바위들이 솟아있는 성산일출봉 ⓒ 한정환

화산체 주변에 굳어지지 않은 많은 화산재가 층을 이루며 쌓인다. 화산재는 오랜 세월 비, 바람 등에 의해 점점 침식되어 뾰족한 바위 형태나 구멍이 뚫린 형태로 남게 된다.


성산일출봉을 오르면서 특이한 형태의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설문대할망이 바위 위에 등잔을 올려놓고, 흙을 나르느라 해어진 치마폭을 바느질했다는 전설이 깃든 등경돌 바위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등산길을 만들었다. 가슴이 확 트이는 주변 경관과 특이한 모양의 바위를 보면서 올라가면 훨씬 피로도가 덜하다.

정상에 오른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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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 모양의 성산일출봉 분화구 모습 ⓒ 한정환

성산일출봉은 가파르다는 점 하나 빼고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천천히 올라가도 왕복 1시간이면 족한 곳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등산을 피해야 한다. 중간에 급경사 구간이 있어 혼자서 오르면 위험하다. 성산일출봉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바로 분화구의 모습이 보이는데 말로 표현이 안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발처럼 움푹 파인 모습의 분화구에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분화구와 먼바다를 앉아서 감상할 수 있도록 나무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 지평선 위에 물안개가 자욱이 낀 모습이 보인다. 물안개는 푸른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해안 풍경의 진수를 보는 듯 환상적인 모습이다. 정상에 올라온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처럼 말이다.


분화구의 전체 모습은 파노라마 촬영을 하지 않는 한 일반 카메라로는 화각이 좁아 찍히지 않는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분화구 주변에 앉을 수 있는 계단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평소 같으면 정상 나무데크 계단이 꽉 차서 앉을 자리가 없다고 한다. 정상에도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손으로 헤아릴 정도의 인원만 보인다.


분화구와 푸른 바다 풍경에 취해 앉아있다 보면 우측으로 하산길이 보인다. 하산길은 옛날에 마을 사람들이 성산일출봉을 올라가던 옛길이라고 한다. 하산길도 등산길 못지않게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들을 볼 수 있다.

일출과 일몰 그리고 물안개의 신비로운 황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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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읍 해맞이해안로에서 바라다 본 일몰 모습 ⓒ 한정환

제주에는 이름난 일출·일몰 명소가 많다. 한라산을 비롯하여 수월봉, 성산일출봉 등 곳곳에 숨은 명소가 많다. 일출·일몰 장소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연말과 연초를 피해 일출·일몰·물안개,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성산일출봉을 찾았다. 일몰이야 일출과 달라 제주도 성산이 아니더라도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해질 녁 모습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성산일출봉에서 하산하면서 보는 낙조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장관이다. 성산포구에서 보는 일몰의 모습도 일출 못지않게 아름답게 보인다. 가슴이 탁 트이듯 시원한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과 붉게 물든 노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말문이 막히게 한다. 한마디로 '이런 맛에 여기로 사람들이 오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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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주변 물안개 모습 ⓒ 한정환

새벽녘 바다에 나지막하게 깔린 물안개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출한다. 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하얀 물안개가 마을까지 나지막하게 스며들어 신비로운 황홀감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자주 보는 화려한 일출보다 물안개가 더 매력적인 느낌이다. 일출 못지않게 물안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사진작가들이 출사도 많이 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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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주변에서 찍은 일출 모습 ⓒ 한정환

물안개에 집중하다 일출의 모습을 놓칠 뻔했다.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다보는 일출의 모습은 우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출시간이 다가오니 우도 주변이 벌써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다. 일출 전 섬 전체가 멋진 풍경을 연출하더니 바로 위쪽으로 태양이 떠오른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일출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환하게 비추는 일출의 모습을 보니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난 선택이 과연 나쁘지 않다. 일출은 보는 관점에 따라 각자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일출과 함께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모습을 지켜보니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다.

찾아가는 길

  1. 주 소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
  2. 입장료 : 성인(개인) 5000원, (단체) 4000원, 청소년&군인(개인) 2500원, (단체) 2000원, 어린이(개인) 2500원

한정환 기자(jhhan52@naver.com)

2020.09.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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