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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영화처럼 나홀로 '백사장 드라이브', 여기선 가능합니다

by오마이뉴스

해넘이까지도 황홀한 신안 비금도의 명사십리해변과 하트해변

오마이뉴스

비금도 명사십리 해변 풍경. 자동차가 백사장을 달리고 있다. ⓒ 이돈삼

하얀 백사장을 그려본다. 모래가 깔린 백사장을 하늘하늘 걷는 상상을 해본다. 두 발이 아니라, 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도 떠올려본다. 한적한 백사장을 온전히 내것으로 누릴 수 있는 해변이다. '천사 섬' 신안 비금도에 있는 명사십리 해변이다.


자동차를 타고 백사장을 달리는 기분이 짜릿하다.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바닷바람 시원하고, 시야도 탁 트여 후련하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해변을 혼자서 차지할 수도 있다.


백사장의 모래가 부드럽고 단단하다. 사람이 지나가도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 자동차의 바퀴 자국도 희미하게 남을 뿐이다. 혹여 백사장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백사장을 달리다 보면, 영화라도 찍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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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 명사십리 해변. 백사장의 모래가 부드럽고 단단해 자동차를 타고 달릴 수 있다. ⓒ 이돈삼

바닷가에 거대한 풍력발전기도 서 있다. 이국적이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백사장을 걷는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도 한다. 한 편의 화보가 된다. 음악이라도 크게 틀어 놓으면,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 같다.


해변의 해넘이도 황홀경이다.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선 해변을 옆으로 하고,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온통 시뻘겋게 물든다. 그 풍경을 바라보면, 내가 시뻘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노을과 일몰 풍경까지도 환상적인 비금도 명사십리 해변이다.

혼자 가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하트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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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 명사십리 해변의 해넘이. 연인이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해넘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 이돈삼

비금도에 하트해변도 있다. 해변의 모양이 완벽한 하트를 이룬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사장이 하트를 이룬다. 바닷물이 드는 밀물 때엔 하트 모양에 바닷물이 가득 찬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해변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혼자서 가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고도 한다.


하트해변은 바닷물이 꽉 찼을 때 더 아름답다. 해변을 끼고 돌아가는 산길도 이쁘다. 해변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 풍경도 장관이다.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다. 연인과 함께라면 서로의 마음속에 영원한 내 사람으로 새겨지는 순간이다. 가족 간의 사랑도, 친구 사이의 우정도 더욱 깊게 해준다.


하트해변은 하트 조형물이 세워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게 가장 아름답다. 여행객들은 여기서 두 팔과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달콤한 낭만이 넘실대는 비금도의 하트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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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의 하트 해변. 바닷물이 들면서 하트해변이 물로 가득 찼다. ⓒ 이돈삼

하트해변에서 가까운 데에 우실도 있다. 우실은 섬에서 주로 만나는 바람막이용 돌담을 일컫는다. 내촌마을의 돌담과 우실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선왕산(255m)과 그림산(226m)에 올라도 좋다. 선왕산에서 그림산까지 5㎞ 남짓이 능선으로 이어진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다.


바위로 이뤄진 떡메산도 있다. 떡메산에서는 비금도의 염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비금도의 염전은 여느 염전과 달리 특별하다. 우리나라에서 갯벌 천일염을 처음 생산한, 이른바 시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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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메산과 어우러진 비금도의 염전. 비금도는 천일염전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 이돈삼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이 생산되기 시작한 게 광복 직후다. 광복 전까지는 바닷물을 가마솥에 붓고, 장작불로 끓이고 증발시키며 소금을 만들었다. 자염(煮鹽)이다. 비금도의 천일염 생산은 박삼만과 손봉훈에 의해 시작됐다.


평양에서 천일염 생산기술을 배워온 두 사람이 염전을 만든 게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지게로 돌과 흙을 옮기며 갯벌을 막았다. 1946년 3월 수림리 앞 갯벌에 염전이 만들어졌다. 구림염전이다. 우리나라의 시조염전(1호염전)이다.


이후 천일염 생산을 가까이서 지켜본 주민 450여 명이 팔을 걷었다. 1948년에 염전조합이 결성되고, 100㏊의 염전을 조성했다. 대동염전이다. 이 염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염전에서부터 이세돌까지, 비금도만의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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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비금도의 염전 풍경. 비금도의 대동염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비금도 가산선착장에 독수리 조형물과 수차를 돌리는 염부의 조형물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독수리는 섬의 상징이다. 섬의 지형이 나는 새를 닮았다고 날 비(飛), 새 금(禽)을 쓰는 섬이다. 새의 우두머리인 독수리와 함께 수차를 돌리고 있는 염부 조형물은 박삼만을 표현하고 있다.


몇 해 전 알파고와 바둑으로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천재기사 이세돌을 기념하는 바둑박물관도 여기에 있다. 비금도는 이세돌의 태 자리다. 여건이 되면, 도초도로 가서 '파란 나라'로 변신한 지남마을을 만나면 더 좋다. 도초도는 비금도와 서남문대교로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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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라'로 변신한 도초도 지남마을. 신안군이 '블루'로 색깔 마케팅을 하고 있는 곳이다. ⓒ 이돈삼

신안 비금도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천사대교를 건너서 만나는 암태도의 남강선착장에서 배가 하루에 16번 들어간다. 평균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그 가운데 3번은 야간 운항이다. 비금도에서 저녁 7시 20분, 9시, 10시 50분에 나온다.


아침에 섬에 들어갔다가 밤에 나오는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비금도 가산선착장까지 40분 만에 닿는다. 목포항에서 흑산도·홍도로 가는 쾌속선을 타고 중간에 멈추는 비금·도초에서 내려도 된다.


이돈삼 기자(ds203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