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회자되는 고막메이트 '김이나 어록'에 '심쿵'

[컬처]by 오마이뉴스

[웹예능 리뷰] 라디오 감수성, 눈높이 수다가 주는 위로와 공감 <고막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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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토크 예능 의 한 장면. ⓒ SBS모비딕-KT Seezn

누구에게나 작은 힐링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굳이 노력과 비용을 요구하는 거창한 취미까지도 필요없다.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같은 공감대를 공유하는 이들만의 즐겁고 편안한 '수다', 추가로 여기에 내 감정을 대신해주는 듯한 한 곡의 '음악'만 더해져도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조합이 된다.


SBS모비딕과 KT Seezn(시즌)이 공동 제작하는 웹토크 예능 <고막메이트>는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함께 모인 친구들끼리 저마다의 연애와 일상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리얼 수다'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사가 김이나, 딘딘,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정세운 등이 MC로 출연하여 시청자가 보내준 사연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로 위로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개성 넘치는 뉴미디어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고막메이트>는 오히려 자극적이거나 무리한 설정 없이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러운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는 아날로그식 '뮤직 토크쇼'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고막메이트>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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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토크 예능 의 한 장면. ⓒ SBS모비딕-KT Seezn

사실 시청자의 고민이나 연애 관련 에피소드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차고 넘친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제성을 의식하여 지나치게 자극적이나 선정적인 사연들이 범람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출연자들의 토크 역시 덩달아 수위가 높아지거나,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고막메이트>의 매력은 가벼움과 자극성을 모두 배제한 '무공해 토크'를 추구하면서도, 시청자의 사연 자체에 몰입하여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끌어낸다는 데 있다. 사실 일상에서 다른 성별-다른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서 연애나 인간관계를 주제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주제에서 벗어나 가벼운 농담으로 치우치거나, 말싸움으로 변질되기도 쉽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의 부끄럽거나 아픈 부분을 애써 숨기려는 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고막메이트>만의 차별점은 시청자들의 사연을 두고 조언이나 상담을 해주기보단, MC들이 마치 진짜 친구나 언니처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고민해주는 분위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연애 사연이 주를 이루다보니 스킨십이나 성관계, 첫 경험, 바람같은 자극적이거나 19금스러운 주제도 등장한다. 하지만 <마녀사냥>처럼 질펀한 농담이나 '드립'을 뽑아내는 데 치중하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지는 않는다. 또 <연애의 참견>처럼 시청자의 사연을 채점하듯 평가하지 않는다.


미리 정해진 답이나 결론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MC들이 각자 "나라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듣는 시청자도 저마다의 결론을 끌어내게 하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MC들은 자신들의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거나 본인만의 연애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도 한다.

고민과 시행착오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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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토크 예능 의 한 장면. ⓒ SBS모비딕-KT Seezn

MC 대부분이 주 시청층과 마찬가지로 20~30대이다보니 경험이나 의식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른이나 고수의 입장에서 날카로운 조언을 해준다기보다는, 똑같이 미숙한 청춘으로서 겪어야했던 고민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면서 'Me too(우리도 그랬지)' 혹은 'You're not alone'(당신만이 겪은게 아니다)'이라는 쌍방향적인 위로와 공감을 주고받는 느낌을 준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고막메이트>만의 수다가 주는 편안함이다.


여기서 MC 중 가장 연장자이자 사회 경험이 풍부한 작사가 김이나는 '큰 누나' 혹은 '큰 언니' 포지션답게 사연자들의 고민에 대하여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특히 시즌2로 접어든 <고막메이트>에선 인간 관계 전반에 대한 주제로 범위가 확장되면서 김이나의 역할이 더 두드러졌다.


"사랑이 빨간색이고 아무 감정이 없는게 흰색이라면, 그 안에 핑크도 있고 주황도 있고 그라데이션처럼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거야. 친구라도 기본적인 호감이 있다는 건 완전한 화이트는 아니라는 거야."(남녀간의 친구는 가능할까에 대하여)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미련이 남은 건 아니야, 7대3 정도의 비율로, 3정도는 그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 '시간'이 그리워서, 습관처럼 거는 거야."(헤어진 연인이 연락하는 심리에 관하여)


"일로써 만난 사람들은 나의 인간관계 안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게임속 퀘스트 속의 NPC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거지, 게임도 반복하면 스킵하는 것처럼, NPC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하고 넘겨버리는 거지."(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사람들에 대처하는 법)


작사가다운 감수성과 주제를 관통하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김이나의 어록들은 시청자들에게 두고 두고 회자될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는 누구보다 경청하고 몰입하는 좋은 리스너이면서도,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때는 적절한 비유나 그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지는 선곡을 제시하는 김이나의 존재감 자체가 <고막메이트> 특유의 라디오 감수성을 살려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청자들의 오감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음악과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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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토크 예능 의 한 장면. ⓒ SBS모비딕-KT Seezn

<고막메이트>는 최근들어 번아웃 증후군, 직장내 자존감, 대인관계 고민 등 남녀간의 연애문제를 넘어선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보다 폭넓은 공감대 형성을 이뤄내고 있다. 여기에 폴킴, 권정열(10cm), 에릭남, 자이언티, 마마무, 헤이즈 등 아이돌부터 싱어송 라이터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발라드부터 팝,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토크를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미디어에 그저 순간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말초적인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고막메이트>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차분한 대화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고막친구'들의 매력이 잠깐의 휴식같은 조용한 위로와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 아닐까?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2020.09.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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