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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멀쩡한 부부 이혼시키는 종편 예능..이게 맞습니까?

byOSEN

예능 프로그램의 사생활 엿보기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그야말로 요즘에는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있다. TV조선 '우리 이혼 했어요'에서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 시도를 보여주더니, 이제는 잘 살고 있던 부부를 미리 이혼시키는 예능까지 등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포털사이트 많이 본 뉴스 등을 점령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관찰 예능 카메라가 '죽어서 관 뚜껑을 닫는 모습까지 찍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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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생활 파고드는 자극의 끝

케이블과 종편 채널이 생겨나고, OTT의 시대가 열리면서 예능 프로그램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 달 사이 제목도 모르는 예능이 론칭되고, 또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제아무리 스타들이 출연하는 지상파라도 폐지 칼바람 앞에선 힘 없이 무너졌다. 최근 KBS2 '홍김동전'과 26년 장수 프로 '세상에 이런일이' 등이 그랬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케이블과 종편은 관심을 받기 위해, 이슈가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소재와 내용을 추구하는 편이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MBN 새 예능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스타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파격적인 콘셉트의 가상 이혼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세 부부 고민환·이혜정, 정대세·명서현, 류담·신유정 등이 미리 이혼을 하고 나서 시작하는 관찰 예능이다. 가상의 이혼을 당한 전 축구선수 정대세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아이들의 친권과 양육권 포기 각서를 쓰면서 다시 한번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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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류담도 아내 신유정과 이혼을 결심하고, 16개월 쌍둥이를 둘러싼 친권 및 양육권 분쟁으로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친권과 양육권 관련 상담을 받았고, "내가 주양육자"라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혼을 통한 삶의 반성과 부부 관계 개선보단 지독한 사생활 들여다보기가 초점인 듯하다. 처가살이를 하는 정대세의 속옷까지 빨래하는 장인의 모습,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하며 죄인처럼 살아가는 아내 명서현 등 자극적인 화면의 반복이다.


여기에 최근 론칭한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역시 배우 이승연의 불행한 숨겨진 가족사를 낱낱이 공개했고, 졸혼한 백일섭이 친딸과 7년이나 절연한 사연이 드러나 관심을 받았다. 신규 예능의 필수 조건이 사생활 파헤치기가 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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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의 저혈압 치료제


수 년째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예능도 있는데, MBN '고딩엄빠' 시리즈다. 2022년 3월 첫 방송돼 벌써 시즌4를 맞았다.


앞서 극장가에 심박수 챌린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는 '서울의 봄'이었다. 작품을 보면 자연스럽게 분노가 폭발해 평온했던 심박수를 최고조로 뛰게 만들어 저혈압 치료제, 혹은 고혈압 환자들은 주의해서 봐야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예능계 저혈압 치료제로 불리는 프로그램이 바로 '고딩엄빠'다. 제작진은 '고딩엄빠'에 대해 '10대에 부모가 된 '고딩엄빠'들이 한층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 가족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내용을 접한 시청자들은 10대 임신을 부추기는 방송인지, 임신을 미화하는 방송인지, 위험성을 알리는 방송인지 헷갈린다는 의견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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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똑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남성현, 안광현 PD와 작가 등은 시즌3를 앞두고 "벼랑 끝에 선 고딩엄빠들이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방법을 모색해본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라며 "그들의 임신이나 육아를 지지하거나 미화시켜 그들을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점은 확실히 지적하고 따끔한 질책과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고딩엄빠들이 좀 더 성숙한 부모가 되길 바라고, 경각심과 함께 10대의 올바른 연애와 성(性)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 미화 등 불편한 지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해 다가갈 생각이다. 보다 다양한 전문가 패널들을 구성하며 스튜디오에서뿐만 아니라 고딩엄빠들의 가정까지 직접 찾아가 냉철한 지적과 충고를 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 시청자분들과 함께 같이 화내고 응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고딩엄빠 출연자에 대한 폭로글과 주작 논란이 겹치면서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이다.


말초적인 자극과 도파민에만 초점을 맞춘 요즘 예능들. 새로운 기획이나 포맷, 구성 등은 없어진 지 오래다. 프로그램 수는 늘어났지만, 왜 전부 비슷비슷해 보이는 걸까? 앞으로 종편 예능에서 신선한 주제와 내용을 볼 수 있을까? 제작진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수정 기자 hsjssu@osen.co.kr


[사진] 각 프로그램 포스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