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어떻게 이하늬·안보현 사이에서 살아남았나

[연예]by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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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MC 이효리의 저력이 빛나고 있다.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0%대 시청률 굴욕을 벗어나게 해준 부분에는 분명 ‘이효리’라는 이름값이 크다. 하지만 이름값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법. 이효리는 어떻게 타 방송사 주력 드라마들 사이에서도 살아 남았을까.


‘이효리의 레드카펫’이 시간대를 변경한 지도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초 금요일 밤 11시 30분 방송되던 ‘이효리의 레드카펫’은 지난 2일 방송을 시작으로 밤 10시로 시간대를 옮겼다.


프로그램에 있어 시간대를 옮기는 건 도박과 가깝다. 고정 팬덤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영향을 받는 게 시간대다. 하물며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라면 어떨까. 특히 옮긴 시간대가 각 방송사의 주력 드라마가 자리를 잡은 시간대라면 도박보다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불나방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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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레드카펫’이 그랬다. 당초 방송 시간이었던 금요일 밤 11시 30분은 MBC ‘나 혼자 산다’와 맞붙는 자리. 첫 방송은 블랙핑크 제니, 신동엽, 이정은 등의 출연으로 인해 ‘오픈빨’을 받아 시청률 1.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으나 2회에서는 곧장 1.0%로 반토막이 나더니, 4회에서는 0.8%를 나타냈다. 윤하, 라이즈, 씨스타19, 데프콘, ITZY 등 출연자 라인업이 나빴던 것도 아니지만 이효리 전임자들이 기록했던 0% 굴욕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왔다.


마침 ‘골든걸스’가 종영하면서 ‘이효리의 레드카펫’ 앞시간대가 비었고, KBS는 이 시간대를 이효리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금요일 밤 10시면 경쟁 방송사들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금토드라마가 전파를 타는 시간이다. 전현무, 기안84, 박나래 등을 피했더니 이하늬, 안보현, 박지현과 맞닥뜨린 이효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시간대를 옮긴 지난 2일 방송된 5회는 1회 시청률과 비등한 1.7%를 기록했고, 6회, 7회, 8외 모두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밤에 피는 꽃’은 최고 시청률 18.4%를 찍었고, ‘재벌X형사’는 11%를 나타냈다. 타 방송사 금토드라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대 시청률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효리의 레드카펫’이 자리를 잡고 고정 시청층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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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효리가 이하늬, 안보현, 박지현 틈에서도 ‘심야 음악프로그램’으로 경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출연자 라인업에서 이전 시즌과는 변화를 줬다. 이전 시즌에는 박재범, 잔나비 최정훈, AKMU의 색깔에 맞춘 출연자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효리의 레드카펫’에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라인업으로 변화가 있었다.


음악을 주로 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음악과 연관이 있는 이들이라면 섭외해 이효리와 토크를 나눴다. 개그맨 박명수, 배우 이정하, 김고은, 이이경이 그렇다. 박명수는 이효리와 ‘무한도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이정하, 김고은, 이이경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작품 등에서 활약해 시청자들이라면 그들을 보고 싶고, 이야기를 듣고 싶을 터다. 특히 이들의 노래 실력도 확인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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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이름값에만 기대지 않은 다양한 출연자 라인업으로 시청자들을 공략했다면, 이효리가 이름값을 할 때다. 이효리는 데뷔 26년 만에 앉은 단독 MC 자리에서 자신이 빛나려고 하지 않았다.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리액션을 하고 추가 질문을 이어가는 등 MC 본연의 모습으로 출연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중이다. 특히 출연자 대부분이 이효리와 연예계 선후배, 가요계 선후배 등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 있는 만큼 티키타카는 이어지고, 이 안에서 나오는 케미가 즐거움을 선사했다.


‘심야 음악프로그램’이라는 ‘더 시즌즈’의 뿌리도 잊지 않았다. 기획 의도, 초심을 잃은 프로그램이 어떻게 기울었는지 시청자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더 시즌즈’는 30년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명맥을 잇는 프로그램인 만큼 다양한 출연자들 속에서도 음악 이야기를 놓지 않았다. 기획 의도를 살리면서 토크까지 곁들여지니 재미가 두 배가 됐다.


그 결과, 이효리는 거대한 금토드라마 사이에서도 견디며 단독 MC 도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든 만큼 이효리의 장기 집권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장우영 기자  elnino8919@osen.co.kr


2024.03.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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