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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최규섭의 청축탁축(淸蹴濁蹴)]

‘사우샘프턴 천적’ 손흥민, 가뿐한 첫출발로 득점왕 2연패 열망 부풀려

by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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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는 일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처음이 잘못되면 좋은 끝을 기대하기 어렵다. 잘 내디딘 첫걸음엔,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의 기운이 깃들었다고 할 수 있다.


뭇 병법서가 강조한 선발제인(先發制人)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전쟁에서, 먼저 출발하여 상대를 제압함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묘책으로 높게 평가받았다. “선이 최고다. 선을 활용할 수 있는 자는 모든 것을 제대로 꿸 수 있다(『병경백자』)”라는 주장은 병가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곧, 먼저 큰 소리를 터뜨려 상대의 사기를 꺾음[先聲奪人·선성탈인]은 승전가를 부를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손흥민과 토트넘, 사우샘프턴을 희생양 삼아 경쾌한 첫걸음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2연패를 향해 산뜻하게 첫출발했다. 도전의 길을 함께할 토트넘도 경쾌한 첫걸음을 뗐다.


6일(현지 일자) EPL 2022-2023시즌 대장정에 나선 손흥민은 가뿐한 몸놀림으로 공격 포인트 사냥의 뜻을 이뤘다. 그에게 가장 만만한 상대인 사우샘프턴을 제물로 삼아 1어시스트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첫 단추를 어긋나게 끼우지 않음으로써 빼어난 끝맺이를 기대케 하는 활약상을 펼쳤다.


손흥민의 활약도는 세계 최대의 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이 입증했다. 개막전에서 1골 1어시스트를 수확하며 EPL 선정 MOM(Man of the Match)의 영예를 안은 데얀 쿨루셰프스키에 이은 2위의 높은 평점(8.11)을 받았다. 득점왕(23골)에 올랐던 2021-2022시즌 평균 평점(7,52점)을 훌쩍 뛰어넘은 데서 쾌조의 몸 상태임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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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다시금 사우샘프턴의 천적임을 일깨웠다. 집중 견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뛰놀며 에릭 다이어의 역전 결승골(전반 31분)을 어시스트함으로써 유달리 사우샘프턴에 강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했다. 2015-2016시즌 EPL에 뛰어든 손흥민은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가장 많은 10골을 뽑아냈다( 표 참조). 손흥민에게 사우샘프턴은 한마디로 희생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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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20-2021시즌 2라운드 경기는 사우샘프턴이 ‘손흥민 공포증’에 시달리게 된 결정적 한판이었다. 2020년 9월 20일, ‘손흥민 광풍(狂風)’이 사우샘프턴을 휩쓸었다. 물경 4골을 몰아 터뜨리며 아시아인 최초 4득점 기록을 EPL 역사에 깊게 아로새겼다. 1992년 새로 출범한 뒤 29시즌의 연륜을 쌓아 가던 EPL 역사에서, 스물여덟 번째로 4골 이상 득점자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이었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손흥민은 달라진 모습을 내비쳤다. 4개의 슈팅을 날려 지난 시즌과 다른 과감성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 한 경기 평균 2.5개를 때려 일부로부터 “지나치게 슈팅을 아끼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그였다. 이 경기에서, 전반 막판 드리블 끝에 좋은 위치에 있던 해리 케인에게 패스하지 않고 슈팅을 날린 모습은 이 맥락에서 이해할 만한 장면이었다. 득점왕 2연패의 열망에서 비롯한 결단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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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토트넘도 팀 역사에 눈부신 새 기록을 아로새겼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래, 토트넘이 개막전에서 거둔 가장 큰 점수 차(3골)의 대승(4-1)이었다. 개막전 4골은 두 번째다. 1994-1995시즌을 연 어웨이 셰필드 웬즈데이전에서, 4-3으로 개가를 올린 지 28년 만이다. 당시 토트넘은 위르겐 클린스만이 힐즈버러 스타디움 잔디를 가로지르는 결승 헤더골을 터뜨려 짜릿한 승리를 맛본 바 있다.


토트넘은 오는 14일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같은 런던 연고의 맞수 첼시와 제2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좋은 첫출발을 보인 손흥민과 토트넘이 기세를 이어 가려면 반드시 걷어 내야 할 걸림돌인 첼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토트넘의 각오는 홈페이지에 밝힌 말에서 그대로 배어난다.


“스탬퍼드 브리지는 행복한 사냥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보여 준 경기력을 바탕으로 나선다면 결코 잡기 힘든 사냥감은 아니다. 런던 남서부로 떠나는 사냥에서, 좋은 추억 거리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