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동차는 겨울만 되면 고장나는 걸까?

[자동차]by 피카미디어

겨울은 사람에게나 자동차에게나 고달픈 계절입니다.

갑자기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폭설과 강추위가 함께 찾아왔던 것처럼, 올해 역시 북극 한파가 빠르게 남하하면서 평년 대비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요.


추운 겨울 날씨가 고달픈 건 사람이나 자동차나 매한가지입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면서 낙상이나 실족 사고가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또한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성능이 저하되거나 고장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죠.


현대적인 완성차는 섭씨 영상 60도에 달하는 고온부터 섭씨 영하 40도의 추위까지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 내구성 테스트를 거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철의 추위는 많은 고장을 유발합니다. 왜 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차의 고장도 늘어나는 걸까요? 그리고 어떤 부분을 관리해야 겨울철 고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겨울이 무서운 세 가지 부품 : 배터리, 고무·플라스틱, 케미컬

겨울철 대부분의 고장은 기온 저하 탓에 일어납니다.

겨울철 자동차의 고장이 늘어나는 이유는 단연 기온 저하 때문입니다. 겨울철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지역이라면 이런 문제를 겪을 일이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는 빈말로도 온화하다고는 할 수 없는 편이죠. 때문에 국내 운전자들도 겨울에 갑작스러운 고장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배터리는 겨울철 차량 트러블의 주범입니다.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는 배터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승용차에 사용하는 배터리는 12V 납축전지인데요.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 속의 화학 반응이 둔화되면서 충·방전 성능이 평균 18% 이상 떨어집니다. 배터리 상태가 좋을 때야 날이 추워진다고 해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만, 평균 3~5년의 수명이 다 돼갈수록 기온 저하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여기에 겨울철에는 전력 소모량이 많은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등 전기장치 사용이 늘면서 배터리에 걸리는 부하는 더욱 커 집니다. 최신 차량들은 다양한 전자 제어 기능이 탑재되기 때문에, 이렇게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각종 경고등이 점등되거나 기능 제한이 걸리기도 하죠. 그리고 배터리 충전량이 스타트 모터를 돌리지 못할 정도로 떨어지면 시동조차 불가능한, 소위 '방전' 상태가 됩니다.


방전 시에는 통상 점프선이나 점프 스타터를 사용해 시동을 걸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배터리 성능이 괜찮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점프를 통해 시동을 걸어도, 시동을 끈 뒤 재시동이 불가능해지기도 하죠. 특히 납축전지는 완전 방전 시 성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십중팔구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합니다.

차량의 고무, 플라스틱 부품들이 추위에 파손되는 일도 빈번합니다.

추운 날씨와 건조한 공기는 차량 내부의 각종 고무, 플라스틱 제 부품의 파손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타이어 외에도 차에는 많은 고무 부품이 사용되는데요. 냉각수 호스를 비롯해 엔진룸 속 다양한 케미컬이 흐르는 호스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부품들은 어느 정도 탄성을 유지해 압력이 걸려도 터지지 않는데, 기온이 낮아지면 딱딱하게 경화되면서 파열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특히 자주 운행하지 않는 차량의 경우, 오랜만에 시동을 걸면 차갑게 식고 경화된 호스에 갑작스럽게 열과 압력이 걸리며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방에 터지지는 않더라도, 경화로 인해 갈라지거나 추위로 쪼그라들면서 누수가 시작되기도 하는데요. 겨울철 냉각수 관련 트러블이 많은 건 그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액세서리 벨트나 타이밍 벨트 등 각종 고무 벨트가 찢어지거나 끊어지는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기어나 레버 따위의 부품들도 날씨가 추워지면 딱딱하게 굳으며 탄성이 낮아지고,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부하가 걸리면 깨져버립니다. 주로 파워 윈도우, 도어락 등에서 이런 고장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원인은 십중팔구 플라스틱 기어 소손입니다.​

엔진오일을 비롯한 차량의 여러 케미컬들도 겨울에는 문제를 겪습니다.

또 기온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자동차 속 여러 유체들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엔진오일을 비롯한 여러 오일류들은 점도가 높아져 윤활작용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하 냉간 시동 시 엔진 내부에서 마찰 및 마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관리가 잘 된 차라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오래된 차라면 이로 인해 엔진 고장이 시작될 수도 있죠.


탱크 내부의 결로로 연료에 수분이 유입되거나, 정말 낮은 기온에서는 연료 자체가 얼어버리기도 합니다. 경유는 섭씨 영하 17도, 휘발유는 섭씨 영하 40도에서 얼기 시작하며, 디젤차에 들어가는 요소수는 섭씨 영하 11도에서 얼기 시작합니다. 추운 내륙 산간 지역이라면 경유가 얼어 시동이 걸리지 않기도 하는데요. 이때 무리하게 시동을 시도하다가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연료펌프가 고장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차도 겨울에는 장사 없다​

전기차도 겨울은 썩 달갑지 않은 계절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은 대부분 내연기관 자동차 기준의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전기차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기차에게도 달갑지 않은 계절이 겨울입니다. 당연히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배터리입니다.


전기차의 구동용 배터리 또한 기온이 낮아지면 성능 저하를 겪습니다. 배터리 성능은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 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주행 거리 감소가 발생하는데요. 게다가 내연기관차의 경우 실내 난방에 엔진의 폐열을 사용하지만, 전기차는 전열 기능 의존도가 높습니다. 때문에 차종에 따라 10~30% 정도의 주행 거리 감소를 겪습니다.


주행 거리만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배터리가 차가워지면 화학 반응이 둔화되면서 충전 속도도 떨어지는데요. 상온 대비 최대 3배 가량 충전 소요 시간이 늘어납니다. 이는 전기차의 탄력적인 운행을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최신 전기차에는 히트펌프와 배터리 히팅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그럼에도 겨울에는 역부족입니다.

물론 최신 전기차에는 배터리와 모터 폐열로 실내를 덥히는 히트 펌프 시스템과 배터리 냉각으로 인한 열화를 막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이 기본 장착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추위로 인한 배터리 성능 저하는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불편 요소 중 하나입니다.


또 아직까지는 전기차 대부분이 신차인 만큼 큰 문제를 겪지 않고 있지만, 전기차에도 고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부품이 적잖이 들어갑니다. 이런 부품들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겨울철 경화나 수축으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도 예외 없이 겨울에는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합니다.

자동차가 겨울을 안전하게 나려면​

안전한 겨울을 나려면 가급적 따뜻한 곳에 주차하고, 자주 운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겨울철 차량 관리, 어떤 부분에 더 신경 써야 할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차를 가급적 따뜻한 실내에 주차하고 너무 오랫동안 세워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는 본질적으로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오랫동안 운행하지 않고 세워두는 건, 특히나 겨울철에는 여러 모로 차에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실내에 주차하고 자주 시동을 걸어줄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겨울 기후에 맞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우선 자주 운행하지 않는 차량의 배터리는 마이너스 단자를 분리해 방전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방전을 겪는 차량이라면 아예 별도의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설치해 보다 편리하게 단자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출력이 부족해 시동이 시원찮거나 방전으로 시동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 무리하게 시동을 걸기보다 점프를 통해 시동을 건 뒤 빠르게 배터리를 점검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차량용 배터리는 소모품입니다. 만약 평소 시동성 저하가 느껴진다면 미리 배터리를 교체하는 예방 정비도 필요합니다.

냉간 시 부드러운 운행을 통한 예열은 기본입니다.

실외 주차 시 고무 및 플라스틱 부품의 경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로 인한 파손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시동을 걸고 차에 충분히 열이 오르기 전까지는 급가속이나 급제동과 같이 과격한 조작을 피하고, 천천히 열이 오르면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운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차의 시동을 오랫동안 걸어두고 예열할 필요는 없습니다. 엔진오일이 충분히 순환되고, 차량이 "잠에서 깨어날 정도", 즉 시동 후 30초에서 1분 정도의 여유만 가진 뒤, 열이 오를 때까지 부드럽게 조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열 방법입니다. 실제로 제조사의 매뉴얼에서도 이런 예열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자주 운행하지 않는 경우 연료를 가득 채워 연료 탱크 내부의 결로 현상을 예방하고, 수분을 걸러내는 연료 필터를 제때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디젤차는 수분 유입으로 엔진 고장이 발생할 수 도 있습니다. 통상 3~5만km 주기로 연료 필터를 교체하니, 주기가 도래했다면 연료 필터를 교체해야 합니다.​

전기차는 겨울철 실내 주차를 권장하며, 보다 계획적인 충전이 필요합니다.

전기차는 특히나 겨울철 실내 주차를 권장하며, 주행 거리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잦은 급속 충전을 사용하면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보다 계획적인 충전이 필요하며, 특히 장거리 운행 시에는 미리 충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한 여정에 도움이 됩니다.


그 밖에도 차종과 상관 없이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고, 기온 저하로 인한 타이어 공기압 감소를 고려해 공기압을 점검하며, 와이퍼 마모 상태를 확인하고 와이퍼가 얼었을 경우 무리하게 작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염화칼슘 살포로 인해 부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아무리 추워도 주기적으로 하부 세차를 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죠.​

직접 관리 요소를 챙기기 번거롭다면 점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자동차 지식이 부족하거나 일일이 챙기기가 어렵다면, 각 제조사 별 서비스 센터에서 실시하는 동계 점검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내 차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점검을 미리 챙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나열해 두면 왜 이리 신경 쓸 게 많나 싶겠지만, 안전하고 편리한 겨울철 운행을 위해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 만큼 자동차와 함께 하는 일은 책임감이 필요한 일입니다. 나와 타인의 안전이 모두 차량의 관리에 달려 있으니까요. 멋진 차, 즐거운 차도 좋지만, 이번 겨울에는 안전한 차를 만드는 데에 신경 써보면 어떨까요?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2022.11.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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