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선시트 월 2만4000원" 구독형 옵션, 왜 하는 걸까?

[자동차]by 피카미디어

열선 시트 구독이라니, 이제 옵션도 돈 내고 써야 하는 시대가 올까요?

며칠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BMW 공식 웹사이트에 주요 옵션들의 월 구독 서비스 가격표가 올라온 것인데요. 커넥티비티 기능과 반자율주행, 하이빔 어시스트와 같은 주행보조기능은 물론 열선 시트, 가상 사운드 등 편의 사양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열선 시트를 사용하는 데에 월 구독료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죠.


BMW 코리아가 "글로벌 웹사이트 개편 과정에서 한국 홈페이지에도 노출됐을 뿐, 한국에는 구독 옵션 도입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자동차 옵션도 구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미 테슬라는 주행보조기능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다른 브랜드도 구독형 옵션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사실 자동차 옵션 구독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테슬라의 경우 온라인으로 각종 기능을 결제해 활성화할 수 있고, 현대 '블루링크', 기아 'UVO' 같은 커넥티드 기능들도 신차 구매 시의 무상 기간이 종료되면 월정액제로 전환됩니다. "구독"이라는 키워드가 익숙하지 않을 뿐, 이미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하드웨어를 다 설치해 놓고 돈을 내면 기능을 열어준다니, 돈독이 올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구독 시스템을 오히려 확대해 나가려 하는데요. 자동차의 구독형 옵션, 왜 하는 걸까요? 소비자도 이를 통해 얻는 이점이 있을까요?

신차를 팔아서 남기는 이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우선 제조사 관점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조사가 옵션 구독을 도입해 얻는 가장 큰 이익은 애프터세일즈(A/S) 수익 창출입니다. 완성차 회사에게 있어 신차 판매의 수익률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는 매년 오르고, 갈 수록 신차에 요구되는 성능과 편의 사양, 안전성과 환경 기준이 높아지면서 개발 및 생산 비용이 치솟기 때문입니다. 일부 차종은 심지어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본다고 할 정도죠. 때문에 정비와 사고 수리를 통해 얻는 A/S 수익은 제조사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밥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A/S의 미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자동차의 품질과 내구성이 상향평준화 되고 보증기간이 길어지면서 과거보다 고장나 입고되는 차가 줄어든 겁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훨씬 단순하고 고장날 만한 부품도 적어, 사고 수리 외의 A/S 수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OTA 기반의 구독형 옵션은 제조사의 애프터세일즈 수익을 크게 늘려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A/S 수익 감소를 만회하는 것이 바로 구독형 옵션입니다. 소비자가 매달 꼬박꼬박 옵션 요금을 낸다면 제조사는 차를 판 뒤에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별도의 인건비나 서비스망도 필요 없고, 그저 이미 차에 탑재된 기능을 온라인으로 활성화 시켜주기만 하면 되죠.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구독 서비스를 위해 신차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몽땅 탑재해 출고하는 것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볼 일이 아닙니다. 기존의 생산 라인에는 서로 다른 옵션의 부품들이 모두 있었습니다. 구매자의 주문서에 맞춰 이를 조립하는 건데, 당연히 다품종의 부품 재고를 각각 관리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또 조립 과정에서 잘못된 부품이 장착되는 등 생산 불량을 겪을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모든 차량이 동일한 사양을 탑재한다면 생산 단계에서는 물리적으로 바꿀 수 없는 하드웨어-가령 휠이나 내·외장 사양 정도만 신경 쓰면 됩니다. 재고 관리와 생산 품질 관리가 훨씬 쉬워지고, 이를 통한 비용 절감도 가능합니다. 어차피 소비자가 지불하는 옵션 가격에 비하자면 하드웨어 가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대당 생산 단가 상승은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자동차 회사는 그렇다 치고, 소비자에게 구독형 옵션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이처럼 제조사 입장에서는 고정 수익원을 확보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등 구독형 옵션의 장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우선 구독형 옵션이 전면 적용된다는 가정 하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차량 가격은 '풀옵션'과 '깡통'의 중간 어디쯤이 될 것입니다. 하드웨어 가격이 추가되니 기본 모델의 가격은 비싸지겠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옵션의 가격은 빠지는 셈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본 모델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긴 하지만, 사용 빈도가 낮은 불필요한 옵션 가격은 절감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옵션 장난'에서 해방되는 셈입니다.

온화한 지역에 산다면, 열선 시트 구독은 1년에 한두 달이면 충분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내게 꼭 필요한 옵션만, 꼭 필요한 기간만 사용할 수 있다면 탄력적 옵션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습니다. 가령 이번에 이슈가 됐던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같은 온열 기능을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거나 겨울이 긴 지역에서는 자주 사용하지만, 연중 온화한 지역에서는 1년 중 한두 달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할 때만 구독해 사용하는 쪽이 훨씬 경제적이죠.


그 밖에도 차량의 각종 기능을 단기간 구독해 우선 사용해 본 뒤 최종적으로 옵션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드웨어적 기능을 모두 갖춘 컴퓨터를 구입한 뒤, 그 기능을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구독 또는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접근한다면 이러한 구독형 옵션이 오히려 실속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옵션 구독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은 가장 큰 당면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아직까지 자동차를 연속성 있는 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재화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관점을 달리 해서, 자동차를 핸드폰처럼 하드웨어와 서비스가 결합된 장치로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기능이 꾸준히 개선되고, 내가 사용하는 옵션의 구독료는 핸드폰의 부가서비스처럼 필요에 따라 넣거나 뺄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은 구독형 옵션이 몇몇 편의 사양에 국한되지만, 장차 자율주행이 상용화돼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난다면 구독형 옵션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전동화 시대에는 자동차의 기계적 고장이 줄어들고 차량의 성능 차별화도 약해지기 때문에 차량의 교체 주기도 지금보다 길어질텐데, 업데이트 되는 옵션만 구독하면 굳이 차를 바꿀 필요도 없어집니다. 디자인이나 성능에 질려 신차를 사더라도 같은 브랜드이기만 하면 기존에 구독하던 사양들을 그대로 쓸 수 있을 것이고요. 핸드폰을 신기종으로 바꾸더라도 기존의 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그대로 쓰는 것처럼 말이죠.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 시대, 구독형 옵션으로의 변화는 필연적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MaaS) 시대에 대비해 그 이전의 실증 단계로서 많은 기능에 구독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황당한 발상처럼 여겨지지만, 차량의 하드웨어 경쟁이 약해지고 소프트웨어 경쟁의 시대가 온다면 구독형 옵션은 필연적으로 대중화될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해소하는 문제, 하드웨어의 고장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 소재, 차량의 노후화나 결함으로 인해 구독하던 서비스가 도태될 때의 해결 방안 등, 서비스가 자리잡을 때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터져 나올 것입니다. 그럼에도 구독형 옵션은 점차 늘어나고, 다음 세대에는 상식처럼 여겨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비록 이번 일은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어쩌면 우리는 미래 자동차의 예고편을 엿본 건 아니었을까요?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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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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