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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안경을 왜 만들어?"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의외의 물건

by피카미디어

자동차 회사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자동차를 잘 파는 것입니다. 보다 멋지고, 보다 빠르고, 보다 고급스러운 차를 만들어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자동차 회사들의 지상목표라 할 수 있죠. 자동차 회사가 뜬금없이 다른 분야의 사업을 벌리는 경우도, 대다수는 본업인 자동차의 마케팅이나 미래 기술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터스포츠, 미래차 기술 연구, 금융 등의 분야는 그나마 자동차와의 연관성을 찾기 쉽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닙니다. 전혀 뜬금없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요. 개중에는 마케팅의 목적도 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만든 의외의 물건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잘 살펴보면 자동차와 관련 있는 제조사들의 외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동차 회사들의 외도는 십중팔구 마케팅의 목적이 큽니다. 직접적으로 자동차를 홍보할 수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소개하거나 사회 공헌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로 만나볼 사례는 그런 마케팅 목적의 낯선 제품입니다.


프랑스의 시트로엥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시트로엥의 핵심 브랜드 가치는 '컴포트(comfort)'입니다. 편안한 여정을 제공하는 편안한 차를 만드는 것이 시트로엥의 지향점인 셈인데요. 뜬금없이 출시된 멀미 방지용 안경, 씨트로엥(SEETROËN)도 그런 브랜드 가치를 담은 제품입니다.

보통 멀미는 시각 정보와 몸의 균형 감각이 불일치해서 발생하는 증상인데, 씨트로엥 안경에는 파란 액체가 담겨 있어 흔들리며 시각 정보를 교정합니다. 시트로엥은 이 안경에 특허까지 냈고, 연구 결과 멀미 예방 효과가 95%에 달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죠. 직접적으로 시트로엥 자동차와 연관성을 찾을 수는 없어도, 브랜드의 지향점을 잘 드러낸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경은 아니지만 최근 고급차 브랜드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마케팅 아이템이 있는데요. 바로 '꿀'입니다. 그것도 직접 딴 꿀인데요. 최근 기후 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꿀벌 실종 현상이 발생하자, 환경 파괴에 책임이 있는 자동차 회사들이 직접 양봉해 나는 꿀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겁니다. 환경 보호라는 명분도 서고, 예로부터 고급 감미료로 쓰인 꿀을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쓰기도 좋죠.

이런 '꿀 마케팅'을 하는 회사는 한둘이 아닙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이 꿀을 직접 생산해 임직원이나 고객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무려 150만 마리의 꿀벌을 기르며 꿀을 생산하는데, 다른 회사와 달리 일반 방문객에게도 기념품으로 판매 중입니다. 현실적인 드림카 답게, 현실적으로 맛볼 수 있는 꿀을 파는 것도 포르쉐 뿐이네요.

이런 일도 했었나? 잘 몰랐던 자동차 회사의 부업(?)들

자동차 판촉의 목적이 아닌데 다른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본업으로 하다 부업으로 갈라져 나왔거나, 아니면 원래 하던 다른 일에서 자동차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케이스입니다.


이 중 전자에 해당하는 게 포르쉐 디자인입니다. 디자인 전문 기업이자 명품 패션 브랜드인 포르쉐 디자인은 자동차 회사인 포르쉐 AG의 자회사로, 페리 포르쉐의 아들이자 초대 911을 디자인한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부치" 포르쉐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자체 브랜드로는 지갑·선글라스·시계 등 패션 잡화, 필기구, 전자제품, 의류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자동차 쪽 본가의 자회사인 만큼 포르쉐와의 협업 제품도 여럿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911의 머플러 디자인을 그대로 형상화한 블루투스 스피커와 사운드바입니다. 명품 브랜드 답게 수십~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진짜 911보다는 저렴하다는 게 위안거리입니다. 진짜 911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관심이 가는 아이템이고요.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는 소형차와 랠리 만큼이나 주방에서도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통후추를 분쇄하는 페퍼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브랜드니까요. 사실 푸조는 1810년 금속가공업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제분기, 재봉틀, 커피 그라인더 같은 물건을 만들다가 자전거, 모터사이클, 자동차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현재는 자동차 회사와 주방용품 회사의 법인이 분리돼 있지만, 푸조 가문의 지분 관계로 얽혀 있어 푸조 브랜드 샵에서도 페퍼밀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완성차 빼고 다 만드는" 회사, 야마하는 모터사이클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의 기업입니다.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엔진이나 배기 시스템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사인데요. 동시에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및 음향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합니다.

야마하는 원래 피아노와 오르간을 수리하는 업체로 시작했는데, 이후 건반악기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건반악기 제작 과정에서 목공 기술을 습득해 전쟁 중 전투기 프로펠러를 납품했고, 자연스럽게 엔진 개발 역량을 축적하면서 모터사이클과 모터보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 케이스입니다. 그럼에도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아 피아노를 비롯한 각종 악기 및 전자악기, 음향 기술 등의 분야까지 섭렵하게 됐습니다. 야마하의 로고가 3개의 소리굽쇠를 겹쳐 놓은 형태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죠.

모터사이클 회사로 시작한 혼다는 엔진 달린 것이라면 거의 무엇이든 만들고 있습니다. 주력 사업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지만, 소형 원동기가 들어가는 발전기, 예초기, 양수기 같은 제품도 생산합니다. 또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의 꿈이었던 제트 비행기까지 만들었죠. 2000년대 초반에는 이족보행 로봇인 아시모(ASIMO)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폭스바겐이 소시지를 만드는 사연

이처럼 뜬금없는 제품들을 만드는 자동차 회사가 한둘이 아니지만, 이 분야에서도 최고봉은 단연 폭스바겐입니다. 폭스바겐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제품이 다름아닌 소시지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전 세계에서 폭스바겐 뱃지를 달고 생산되는 신차는 연 600~650만 대 가량이지만 폭스바겐 소시지는 무려 연 700만 개나 만들어집니다.


폭스바겐이 소시지를 만들게 된 사연이 참 재미있는데요. 조용한 시골 소도시였던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 폭스바겐 공장이 세워진 건 1938년,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입지 탓에 공장 설립 초기부터 폭스바겐은 직접 근로자를 위한 식재료를 생산하고 조달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시지에 커리 케첩을 뿌린 커리부어스트(Currywurst)라는 신메뉴가 독일 전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도 식사 및 간식용 소시지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요. 이에 폭스바겐은 1973년부터 아예 소시지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공장 구내 식당에서 쓸 식재료를 공장 한켠에서 만들게 된 것이죠.


이 폭스바겐 소시지는 단순히 고기를 사다 만드는 게 아닙니다. 아예 폭스바겐이 직접 목장을 운영하며, 직접 도축한 고기를 가져다 30여 명의 소시지 생산 라인 직원들이 직접 제작합니다. 덕분에 폭스바겐은 엄청난 양의 소시지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직접 위생 관리까지 하니 집단 식중독이 일어날 우려도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시지와 커리 케첩, 그리고 전용(?)접시에는 다른 폭스바겐 부품과 마찬가지로 품번까지 부여돼 있는데요. 소시지는 [199 398 500 A], 케첩은 [199 398 500 B], 그리고 접시는 [33D 069 602]입니다. 국내 서비스센터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육류이다보니 검역 문제로 EU 이외 국가에는 판매되지 않습니다.

원래 구내 식당용으로 생산되던 소시지는 2000년대 들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전체 생산량의 60% 정도가 시중에 판매되는데요. 폭스바겐이 직접 품질 관리를 하는 만큼 아주 품질이 좋고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지난해에는 폭스바겐 그룹이 탄소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소시지를 단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노조와 미식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