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세단을 제치고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

[비즈]by 피카미디어

SUV는 이제 세단을 제치고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9월, 현대자동차에서 국내 최초의 경형 SUV '캐스퍼'가 출시되었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토스 이후 약 20년 만에 경차 시장에 복귀한 건데요. 그간 침체기를 겪고 있던 국내 경차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SUV의 영역은 패밀리 카를 넘어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만에 경차 시장에 등장하는 신차라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흥미로운 건 SUV 시장의 영역이 경차 세그먼트까지도 넓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SUV는 패밀리 카나 레저 활동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차량의 개념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선택지도 적었지만, 최근에는 경차부터 풀사이즈 대형차에 이르는 다양한 체급의 SUV가 자동차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서 SUV·RV 판매량이 승용차(세단·해치백·쿠페 등) 판매량을 넘어섰죠.


이런 현상은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미국 시장은 SUV 판매량이 승용차보다 두 배 가량 많고, 유럽 시장조차 매년 SUV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 올해 기준 신차 판매 중 약 44%가 SUV였습니다. 그야말로 SUV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100년 간 자동차의 '표준'이었던 세단은 어쩌다가 SUV에게 밀려나게 된 걸까요?

SUV는 분명 승용차가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단과 SUV를 모두 타 본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SUV는 승용차가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높은 시트 포지션 덕에 타고 내리기 편하고 시야가 넓어 운전하기 편하다는 점, 세단 대비 넓은 실내 공간 덕에 거주성과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점, 지상고가 높아 어떤 길이든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히는데요.

SUV는 승용차보다 가격이 비싸고, 그 밖에도 몇몇 단점이 상존합니다.

하지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은 차량 가격이 비쌉니다. 회사·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급 위의 승용차와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되고 있는데요. 가령 중형 SUV라면 준대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가 되는 것이죠. 또 타이어 등 소모품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연비도 나쁜 편이죠. 아무래도 더 무겁고 지상고가 높아 코너링이나 종합적인 주행 성능 면에서도 승용차보다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처럼 장단이 뚜렷함에도 갈수록 더 많은 운전자들이 SUV를 선택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시장 전체의 트렌드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에서는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더 이상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도심 거주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는 과거보다 자동차에 관심이 적습니다.

세계적인 대도시에서는 젊은 세대의 도심 거주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근교보다는 1인 가구가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는 도심의 소형 다세대 주택(우리나라의 경우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생각하면 됩니다)에 거주를 선호하고, 혼잡한 시내에서 자가용을 모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죠. 더욱이 주거비용의 증가로 소비를 줄이다 보니 꼭 필요하거나 자동차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상 젊은 세대의 자가용 구매 비율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실용성을 더 신경쓰기 마련입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럼에도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멋이나 운전 재미 같은 '취미의 영역'보다는 거주성과 적재 능력, 운전의 편의성(넓은 시야) 같은 요소들을 더 신경 쓰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선택은 SUV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승용차보다 조금 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보다 실용적인 차를 선택하는 것이죠.

통념과 달리, 젊은 세대는 큰 SUV를 선호하고 중·장년층은 소형 SUV를 선호합니다.

연령대 별 구매 트렌드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흔히 소형 SUV는 젊은 세대가, 대형 SUV는 더 나이 많은 세대가 많이 구입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입니다. 젊은 세대는 레저 활동이나 가족과의 이동을 고려해 실용성이 뛰어난 중형 급 이상의 SUV를 많이 구입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시야가 좋고 타고 내리기 편한 데다, 젊은 세대보다 반사 신경이 떨어져 주차, 운전이 쉬운 소형·준중형 SUV를 많이 구입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단순히 "젊은 층이 차를 안 산다"는 이유 만으로 SUV의 인기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SUV 자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장에 나와 있었지만, 바디 온 프레임 방식과 파트타임 4륜구동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SUV는 승차감이나 효율 측면에서 승용차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SUV의 상품성이 개선되면서 단점이 희석되고 장점은 부각됐습니다.

그러나 도심형 모노코크 바디 SUV가 보편화되고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승차감이 승용차 못지않게 안락해졌습니다. 또 10년여 간 지속된 저유가 기조와 고효율 파워트레인의 도입으로 효율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워졌죠. 즉, 단점은 희석되고 장점은 부각되면서 SUV가 승용차의 상위호환 격인 전천후 차량으로 등극한 것입니다.


제조사들은 SUV의 인기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SUV는 동급 승용차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했는데요. 그렇다고 실제 생산비용도 그만큼 많이 드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뛰어난 SUV가 잘 팔리는 게 좋을 수밖에 없죠.​

SUV의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쿠페형 SUV, 고성능 SUV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 인기에 발맞춰 상당히 촘촘한 라인업이 구축되고 있는데요. 경차급부터 전장 6m에 육박하는 풀사이즈 SUV까지 다양한 체급의 모델이 출시되고, 심지어 SUV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스타일까지 챙기는 쿠페형 SUV, 승용차 못지않게 잘 달리는 고성능 SUV도 나오고 있죠. 소비자들로선 선택지가 넓어지니 더욱 SUV로 쏠리게 되는 것이죠.​

전기차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SUV의 인기를 부추깁니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도 SUV에겐 호재입니다. 최근 많은 제조사들이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깔리는 형태의 '스케이트보드'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구조적 특성 상 시트 포지션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승용차의 시트포지션이 높다면 이질감이 심하겠지만, SUV는 그렇지 않죠. 공간이 넉넉하니 배터리 용량이 커져도 부담이 없고, SUV라는 핑계로 차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는 건 덤이고요.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 중 상당수가 크로스오버나 SUV 스타일을 채택하는 이유입니다.​

SUV의 전례없는 인기에 럭셔리 브랜드들도 SUV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롤스로이스 컬리넌.

이 때문에 많은 제조사들은 SUV로 '대전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GM이나 포드는 북미에서 스포츠카를 제외한 승용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자존심 강한 럭셔리 브랜드들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목적으로 SUV를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포르쉐,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이 이미 SUV를 내놨고 로터스, 페라리 등이 SUV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아무리 SUV의 인기가 높아도 유서 깊은 전통적 승용차들이 멸종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SUV 천하"는 계속될까요? 업계의 전망이 갈리지만, 대부분은 "SUV가 오랫동안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세단이나 해치백, 쿠페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SUV가 좋아져도 이들에겐 엄연한 역할이 있기 때문이죠. 여전히 최고급 의전 차량 분야에서는 세단의 인기가 SUV를 앞서고, 해치백은 유럽이나 신흥 시장에서 경제적인 소형차의 포지션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매혹적인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지닌 쿠페 역시 대체될 수 없죠.

세단은 과거 쿠페의 자리를 대체하며 멋과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하게 될 전망입니다.

특히 기존 대중차의 표준이었던 세단의 경우, SUV가 주류가 되는 시장에서는 과거 쿠페가 차지하던 포지션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즉 과거에는 쿠페가 멋쟁이의 차, 세단이 실용적인 패밀리 카였다면 이제는 세단이 멋과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대변하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SUV로 옮겨 간다는 것이죠. 때문에 최근에 출시되는 세단들은 고전적인 3-박스 스타일을 벗어나 쿠페 디자인, 패스트백 디자인 등을 도입하며 '멋'을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미래에, 과연 우리는 어떤 형태의 차를 타고 있을까요?

오늘날 SUV는 소비자와 제조사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확실한 건 "영원한 유행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의 발전, 취향의 다양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여러 이유로 언젠가는 다시 세단이 유행하는 시대가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미래에, 과연 우리는 어떤 형태의 차를 타고 있을까요?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입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2022.12.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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