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줄이야...요즘 대기업들은 직원을 이렇게 자릅니다"

‘평생직장’도 이젠 옛말

교묘해진 대기업 해고 수법

법망 피해 ‘왕따’ 시키기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설문조사 결과, 성인 53.4%가 '이제 평생직장은 없다'라는 질문에 '예'로 대답했다. 잡코리아

‘평생직장’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이직이 흔해졌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대기업에 어렵게 입사해도 언제 어떻게 해고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인데요.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로 경영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일부 국내 대기업의 고용상황은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정규직 실직은 정규직의 6.57배로 더욱 심각해졌죠.

직장인 781명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체감 은퇴연령은 평균 50.2세였다. 잡코리아

희망퇴직 대상자 나이도 과거 약 50세에서 45세로 낮아졌습니다. 최근 잡코리아가 직장인 781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대상자 나이 설문조사 결과 남성은 62.9세, 여성은 58.2세였습니다. 체감 은퇴연령이 남성 51.6세, 여성은 47.9세인데 비하면 10세 이상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요즘은 이직이 흔해져 퇴직하더라도 충분한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이직이 흔한 요즘은 50세 직장인이 퇴직한다고 해도 예전만큼 퇴직금을 충분히 받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회사의 퇴직 압박을 무시하며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요? 오늘은 최근 대기업들이 직원들을 어떻게 해고시키는지, 과연 그 방법은 정당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다면 ‘부당해고’

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일요신문

회사는 근로자를 정당한 해고 사유와 절차 없이 부당하게 해고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정당한 해고 사유는 ▲근로자가 정신적, 육체적 적격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정이 생겨 계약상 정당히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할 수 없게 된 경우 ▲근로자가 취업규칙상 징계사유에 해당한 행위 또는 근로자의 고의, 과실로 근로계약상 의무 위반행위를 한 경우 등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해고 통보는 최소 30일 전에 해야 한다.

경영상 이유의 정리해고도 합리적인 해고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며, 근로자 대표와 50일 전 합의해야 합니다. 또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또는 산전 후 휴가 기간과 그 후 30일간은 해고가 금지됩니다. 아울러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더라도 최소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해야 하고, 예고가 없었다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실제 대기업 해고 사례 들어보니…

요즘 대기업은 부당 해고 기준을 교묘히 피해 직원을 해고한다.

이에 대기업들은 이전부터 부당 해고 기준을 교묘히 피해 직원을 해고해왔습니다. 실제 지난 2015년 11월 L사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직원 A 씨를 해고했습니다. 사유는 동료를 배려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했다는 점, 상사의 업무지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들었다는 점, 회사에서 실시한 업무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요즘 대기업은 남들보다 불리한 평가로 직원을 자르기도 한다.

문제는 일반직인 그의 업무평가를 연구원들과 같은 항목으로 진행했다는 사실이었죠. 일반직인 그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평가였던 겁니다. 이에 A 씨는 노동청에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L사는 ‘다른 사람이 같이 일하기 싫어한다’는 논리를 동원하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 노동위도 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즘 대기업은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해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신입 직원까지 희망퇴직을 받아 논란이 됐던 D사도 이와 비슷합니다. D사는 직원 일부를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해 사실상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교육을 진행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또 다른 기업은 언제 어디로 발령날 지 알려주지 않으며 무기한 대기 상태에 놓아 퇴사를 유도했습니다.

요즘 대기업은 전문성이 전혀 다른 부서에 배치하거나 섬으로 발령을 보내기도 한다.

이외에도 전문성과 전혀 다른 타 부서에 배치하거나 섬으로 발령을 보내 퇴사를 유도하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또 명예퇴직 대상자만 출근하는 사무실을 별도로 운영해 ‘복귀하면 어떻게 열심히 일할지’ 보고서를 쓰도록 하거나 자기계발 교육 받도록 하는 회사들도 있었죠.

교묘해진 해고 수법, ‘왕따’까지?

직원을 자르기 위해 일부러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

요즘 대기업의 해고 수법은 전보다 더욱 교묘해졌습니다. 회사 밖에 더 좋은 미래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받은 위로금으로 ‘자기 사업’을 권합니다. 20년 가까이 회사에서 시달렸던 직장인에게 ‘내 사업’은 환상으로 다가오고, 많은 분들이 이런 꿈을 갖고 스스로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약간의 지각에 정식 경고문을 발급하기도 한다. 드라마 '미생'

또 특정 기수를 퇴직시키기 위해 선배보다 후배를 먼저 승진시키거나, 직무를 변경해 느린 업무 적응 속도를 문제 삼아 문책하고, 스트레스를 주며 자존심을 상하도록 만듭니다. 업무에서 배제시키거나, 왕따로 만들어 퇴사하도록 유도합니다. 약간의 지각에 정식 경고문을 발급해 근무 태도로 압박하는가 하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주고 지키지 못할 경우 징계를 내리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해고 수법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도 소용이 없다.

이처럼 회사는 굳이 직원을 직접 해고하지 않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해당 직원이 스스로 회사를 관두도록 만듭니다. 이에 대기업의 해고 수법인 ‘왕따’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가해자 직접 처벌 규정을 추가하는 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글 박희연 기자

2020.07.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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