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감축 안하면 공멸' 보도에 보인 현대차 노조의 놀라운 반응
현대차 외부 자문위 '현대차 인원 감축 불가피'
엔진·변속기 전기차에는 필요치 않아
자동화 신기술도 순차적 도입 예정
노조 측 '40% 감축은 세 가지 안 중 최악의 시나리오'
네덜란드, 노르웨이, 인도, 프랑스 등은 향후 10~20년 내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만 시판할 예정이다ㅣ출처 sedaily |
전기차, 수소차 시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국내 도로에서도 전기차가 심심찮게 눈에 띌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아일랜드는 2030년, 인도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아예 금지할 예정이죠. 환경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는 한데, 과도기에 겪어야 할 고통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인원을 대폭 감축하지 않고는 전기차 시대로의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전기차와 인원 감축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또 이에 대해 강성으로 소문난 현대차 노조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차, 40% 감축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지난 10월 7일, 주요 일간지, 경제지에는 '현대자동차가 인력을 40% 줄이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요지의 기사가 일제히 실렸습니다. 이러한 진단은 현대차 외부 자문 위원들로부터 나온 것이었는데요. 이들은 현대차가 2025년까지 생산직 인력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죠.
이들은 왜 이런 암울한 진단을 내린 것일까요? 그 이유는 자동화와 전기·수소차 시대의 도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지금껏 이용해온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과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이 필요치 않고, 6단, 7단, 8단 등의 변속기 역시 전기차에서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대체하게 되죠.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연료통도, 흡기구와 배기구도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한다면, 엔진과 변속기를 만드는 생산직 고용은 100% 감소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전국 민주노동조합 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 4차 산업 대응 연구위원회의 윤선희 팀장 역시 "엔진, 변속기 고용은 100%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프레스, 차체, 도장 고용도 7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죠. 현재의 생산공장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교체할 때 4천 명 당 최대 8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습니다.
시장 규모의 축소, 자동화 기술의 도입
전기차의 영향은 논외로 하더라도,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이미 축소되는 추세입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2012년 이후로 하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올해는 자동차 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0만 대 이하로 생산량이 떨어질 전망이죠. 게다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며 생산라인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도입한 폭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ㅣ 출처 dongA.com |
츠비카우 공장의 파사트 바리안트 생산라인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한 폭스바겐은 스마트 공장도 함께 도입했는데요. 이전에는 골프 1대를 만드는 데 25명의 인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9명만 있으면 전기 차인 ID.3를 생산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기존 하루 1350대 생산에서 1500대 생산으로 생산성이 10% 이상 향상되었죠.
현대자동차도 이런 흐름을 따라갈 전망입니다. 현대차는 2021년 전기차 전용라인을 설치하고 2025년까지 16종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일 뿐 아니라, 의왕 연구소에서 개발한 각종 자동화 기술들을 순차적으로 실제 생산 라인에 도입할 계획이죠.
지난 18일 의왕연구소에서는 현대차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신제조기술 전시회'가 열렸는데요. 단순해 보이지만 섬세한 감각을 요하는 작업이라 지금껏 사람이 맡아왔던 볼트와 너트 조이기, 엔진에 고무링을 끼우는 일까지 능숙하게 해내는 로봇들이 방문객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인간 근로자의 몫이었던 출고장 완성차 점검 역시 센서, 인공지능, 딥러닝 등을 활용해 자동화할 예정이죠. 이렇게까지 발전된 신기술을 모두 생산 라인에 적용하면 생산성은 현재 대비 50~10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 '40% 감축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전기차는 재앙이자 악마"라며 전기차가 야기할 고용감소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ㅣ 출처 hankyung.com |
이렇게 암울한 전망, 현대자동차의 생존을 위해서는 40%의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현대자동차 노조 측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평소의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노조 측은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제조공정의 기술이 변화하면 고용에 대폭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제스처를 지속적으로 취해왔습니다.
미국 로이터는 현대차 노조 측은 전기차 생산으로 급속하게 넘어가면 최악은 현대차 직원들 가운데 70%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고용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은 1,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죠.
다만 노조는 '40% 감축하지 않으면 무조건 공멸한다'는 보도는 왜곡되었음을 주장했습니다. 자문위원회의 활동기한이 종료된 이후 노조는 자문위로부터 활동 결과와 노사에 제안하는 내용을 보고받았으며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몇몇 언론의 보도는 이때 전해 들은 내용과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노조는 반박 보도문을 통해 "자문 위원들은 친환경차 양산과 기술 변화로 인한 미래 고용 관계를 20%, 30%, 40%의 3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으며, 40% 감축안은 최악의 시나리오였다"고 주장했죠. 또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20% 감축안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 그리고 전기·수소차 시대로의 진입은 이제 거스르기 힘든 시대의 흐름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의 생계가 달린 일이기에, 과도기에 있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텐데요. 현대차 노사는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피하기 위해 고용안정 위원회를 구성하고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고용관계를 전망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