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한 달 살기 - ① 준비 편
5년 만의 쉼, 마침표를 찍다
5년을 쉼 없이 일한 후 퇴사를 결정하고 떠난 여행, 모든 것을 내려놓고 즐기다 오리라 마음 먹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처음 나에게 발리는 휴양지, 신혼여행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서핑을 시작하고 듣게 된 발리의 파도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시 찾아본 발리는 휴양뿐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 아름다운 자연환경, 저렴한 물가를 가진 매력적인 곳이란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발리에 오니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천혜의 자연환경, 이색적이고 맛있는 음식들, 저렴한 물가가 실화였다. 게다가 감성이 넘치다 못해 흘러내리는 카페와 와룽(작은 식당)도 가득했다. 꿈꾸는 모든 것이 있는 파라다이스란 바로 이곳이 아닐까.
5년 만의 휴식. 다시 나를 찾아 떠나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에게 발리는 인생은 즐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마음 깊숙이 숨어있던, 나도 모르던 생각들이 하나, 하나 밖으로 자연스레 나오는 곳. 나와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발리다.
현지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로컬문화를 경험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벗어나 오직 나 자신을 생각하며 자유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발리에서의 한 달 살기를 추천한다. 그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
발리 한 달 살기 예산 짜기
우선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달 살기 예산이 어느 정도일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발리 물가는 천차만별이라 숙소, 먹거리, 쇼핑 등 개인차에 따라 달라지기에 발리에서 사는 동안 필요한 예산을 적정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1. 항공권
발리에 가는 항공은 경유와 직항이 있다. 경유를 하는 항공에는 에어아시아, 말레이시아 항공 등이 있다. 직항에는 대한항공, 가루다 항공이 있다. 소요 시간은 직항의 경우 대략 7시간 정도다. 항공권을 구매할 때 평균적인 금액은 50–90만 원 사이! 항공권 가격은 때에 따라 차이가 크고, 성수기, 명절 때는 최고가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일정이 정해진다면 하루빨리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서핑보드를 캐리한다면 위탁 수화물과 스포츠 수화물이 포함된 가루다 항공이 가장 좋다.
2. 식사
현지 음식은 보통 2,000–4,000원. 유명 맛집은 10,000–30,000원 이상 한다.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숙소에서 요리해 먹는다면 식비를 더욱 아낄 수 있다.
3. 숙소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풀빌라, 에어비앤비, 홈스테이, 호텔 리조트 등으로 다양한데 한 달살기를 할 경우 에어비앤비나 홈스테이를 추천한다.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미리 금액을 알아볼 수도 있고 현지에서 직접 주인과 가격 협의를 할 수도 있다. 싱글의 경우 평균 한 달 숙소 비용은 60만 원 정도.
4. 유심
현지에서는 현지 유심을 사서 이용한다. 유심 가격은 상점마다 다르지만 보통 10GB에 한화 8,000원 정도. 동네마다 있는 상점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유심 브랜드 종류는 Telkomsel, XL이 있다.
- Telkomsel: XL에 비해 가격대가 높고 더 많은 곳에서 잘 터진다.
- XL: 가격대가 저렴한 반면 Telcomsel에 비해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곳이 많다. 현지 사람들은 XL을 더 많이 이용한다.
대략적 예산
- 숙소: 60만 원
- 교통비: 15만 원
- 통신비: 3만 원
- 기타(비상금, 쇼핑): 50–60만 원
- 총 예상 금액: 188–200만 원
잊지 말자!
예산이 정해졌으면, 그렇지 않더라도 떠날 것! |
1. 환전
환전은 한국에서 50달러나 100 달러 짜리 지폐로 환전해가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달러를 루피아로 환전하는 것이 환전율이 좋고, 100달러는 현지에서 가장 높은 환율로 바꿀 수 있다. 곳곳에 ATM 기기가 많이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체크카드로 출금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체크카드가 복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대형 마트 주변이나 은행 주변에 있는 ATM기기는 안전한 편이다.
2. 여행자 보험
여행을 가기 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것이 여행자 보험이다. 아무 일 없을 것이고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현지 병원비는 높은 편으로 작은 상처로 병원을 가더라도 치료비가 한화로 15만 원–20만 원 정도 나온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경우에도 보험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전에 공항에서라도 여행자보험을 꼭 들고 오자.
3. 예방접종
여행 중에는 몸에 상처가 나거나 음식을 잘못 먹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파상풍, 장티푸스 등 해외여행 전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하고 오면 더욱 안심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알아두면 금상첨화! 인도네시아어
발리에선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한다. 여행으로 왔다면 굳이 필요 없을 수 있겠지만 한 달 살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간단한 인사말과 숫자를 공부해가면 현지 사람들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고 물건을 살 때도 관광물가에 호갱으로 당할 확률이 적어지니, 필수 표현은 익힐 것.
인사
- 아침 인사: Selamat Pagi(슬라맛 빠기)
- 점심 인사(10시–2시): Selamat Siang(슬라맛 씨앙)
- 오후 인사(오후2시–6시): Selamat Sore(슬라맛 소레)
- 밤 인사: Selamat Malam(슬라맛 말람)
- 감사합니다: Terima Kasih(뜨리마까시)
- 좋아요: Bagus(바구스)
- 건배! 위하여!: Mari bersulang!(마리 바르술랑)
- 잘가!: Dah!(다)
숫자
- 하나/1: Satu (사뚜)
- 둘/2: Dua (두아)
- 셋/3: Tiga (티가)
- 넷/4: Empat (엄빳)
- 다섯/5: Lima (리마)
- 여섯/6: Enam (으남)
- 일곱/7: Tujuh (뚜주)
- 여덟/8: Delapan (덜라빤)
- 아홉/9: Sembilan (섬빌란)
- 열/10: Sepuluh (서뿔루)
짐을 싸 봅시다
한 달 살기를 생각하면 짐이 아주 많이 필요할 거라고 예상하지만 사실 1주일을 가나 한 달을 가나 필요한 건 비슷하다.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한 달을 살고 돌아올 땐 짐이 두 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발리에는 아름답고 유니크한 의류나 소품이 정말 많다. 쇼핑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그 다짐을 지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현지에서 생활하며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구매가 가능하니 짐은 최소한으로 챙기고 캐리어 안에는 한국 음식을 가득 채워오는 것을 권장한다. 세면도구 또한 마트에 모두 있기 때문에 대용량을 준비해가지 않아도 된다.
1. 복장
보통 한국에서 여름옷을 많이 준비해서 간다. 발리에는 여름 의류를 판매하는 곳이 아주 많기 때문에 옷은 가볍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유명하고 핫한 클럽의 경우, 남자는 복장 제한이 있는 곳이 꽤 많기 때문에 밤 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운동화를 꼭 챙겨오길. 슬리퍼에 민소매를 입으면 입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저녁이 되면 선선한 날도 있기에 가벼운 긴 팔을 챙겨오는 것도 좋다. 산악 지방으로 가면 고도가 높고 비가 오면 간혹 한기가 느껴지니 긴 팔은 필수다. 여성용품은 현지에도 판매하지만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이 안심된다면 미리 준비해가면 좋을 것이다.
2. 각종 상비약
다양한 자연이 있는 발리. 벌레가 많은 건 함정! |
여느 동남아가 그렇듯 발리에도 모기가 많은 편이다. 마트에 모기퇴치제가 많지만 한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모기 밴드, 모기 퇴치제, 물린 후 바르는 약을 챙기는 것이 좋다. 또한 더운 날씨에 잦은 물놀이를 하다 보면 상처가 나기 쉽다. 상처 난 후에 물에 들어가면 염증이 생길 수 있기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발리 약국에서 완벽한 방수밴드를 찾기는 어렵다. 방수밴드, 메디폼이나 듀오덤을 구매해 오면 좋을 것이다.
- 준비해야 하는 상비약: 모기약, 메디폼이나 듀오덤, 멀미약, 지사제, 종합감기약, 타이레놀, 파스 등
3. 식재료
발리에서 한 달을 살다보면 한국 음식이 가장 먼저 그리워질 것이다. 한국식당도 한식재료를 판매하는 마트도 있지만, 많지 않고 금액대가 높은 편이다. 또한 발리에서 파는 한국라면은 한국과 맛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라면, 햇반, 스팸, 김, 포장 김치 등을 챙겨가는 것도 좋다. 한국 소주가 굉장히 높은 금액(12,000–15,000원대)에 판매되기 때문에 술을 좋아한다면 소주를 챙겨오시라.
조언을 덧붙이자면, 봉지집게를 꼭 챙겨오길 바란다. 발리에는 모기, 개미 등 작은 곤충들이 많다. 음식을 먹다가 남겼을 경우 금새 개미들이 음식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봉지 집게를 챙긴다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다.
4. 선제품
뜨거운 햇볕에 매일 그을리기 때문에 알로에젤과 마스크팩이 필수다. 현지에서도 판매하지만 한국제품이 더 저렴한 편. 발리의 대부분 지역에서 선크림을 팔지만 금액대가 저렴하지 않다. 여유가 있다면 한국에서 선크림을 구매해오는 것이 좋고, 클렌징티슈나 오일을 판매하는 곳이 적기 때문에 준비해 오면 좋다.
다운로드해야 할 현지 필수 앱
1. GRAB
출발지·도착지를 미리 설정하고 기사를 배정한다. 실시간으로 기사의 위치가 맵에 보이며 금액이 저렴하다.
2. My Blue Bird
발리의 택시 회사 중 신뢰도가 가장 높고 큰 택시 회사로, 가장 안전하며 미터기 그대로 금액을 측정한다. 블루버드 택시를 사칭하는 택시들이 많아 확인을 잘해야 한다.
3. Go Jek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할 때 좋다. 금액이 저렴하고 음식 배달도 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4. Indonesia
인도네시아 말을 간단하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현지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물건을 살 때나 생활 할 때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현지 사람들과 금새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인사말이나 단어는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익혀두자!
바이크, 바이커
발리에서 바이크는 필수! |
마지막으로, 발리에 올 계획이라면 바이크 연습을 하기 바란다. 발리에서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닌다. 바이크로만 갈 수 있는 길도 있고 주요 장소에는 차가 많이 막혀 차로 갈 경우 되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으니 바이크를 타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그러나 바이크가 익숙치 않다면 택시나 고젝(go–jek)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모하게 발리에서 바이크 도전을 했다가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남은 여행을 행복하게 할 수 없을테니.
글·사진: 서핑이 좋아 발리에 사는 서퍼걸, RIM.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errymm_e
필자 볼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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