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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미덕

byㅍㅍㅅㅅ

※ Collaborative Fund의 「Making History By Doing Noth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오래전 앤서니 이든(Anthony Eden)은 영국 총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수에즈 운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그의 이름에 먹칠을 했고, 영국 경제를 망쳐 놓았기 때문이죠.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위험을 자초한 이든을 불쌍히 여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종종 최선의 행동이다. 하지만 역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들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야심적이고 주도적인 이들이 역사 속으로 뛰어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미덕

첫 번째는 맞는 말입니다. 두 번째는 직관적으로 그런 것 같아도, 조금은 틀린 듯합니다. 대부분의 역사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요령을 터득한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말은 기업 지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해당됩니다. 이들에게는 무언가를 했던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무언가 했던 것에 더 관심을 두곤 합니다. 더 분명하고 흥미 있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이들은 투자 기간 중 99%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나머지 1%가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눈으로 볼 수 있던 것이 이 1%이기 때문에 이 얘기를 주로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평범함을 벗어나거나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역발상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담한 행동만으로는 기업을 사람들이 기억할 정도로 역사 속에 남기기 힘듭니다. 자본주의의 임무는 성공의 기회를 골고루 배분하는 것입니다. 즉 거창하고 바람직한 아이디어가 씨앗을 키우지만, 역으로 쇠락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쇠락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아 의미 있는 성장을 거두려면 자본과 평판 모두에 비상시를 대비한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곤경을 견디고, 조직을 재편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비 수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현금을 비축하고,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며, 평판이 나빠지지 않도록 합니다.

 

이것이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남는 것의 차이를 만들어 줍니다. 좋은 전략은 흑백논리가 아닙니다. 꿈을 크게 갖는 것과 보수적이 되는 것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가장 오래가는 기업과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둘을 번갈아 가며 활용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미덕

마이크로소프트의 초창기를 생각해 봅시다. 빌 게이츠는 20세기의 어떤 다른 사람보다 더 강렬한 비전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원대한 꿈을 꾸는 동시에 실패 위험을 줄이는 데 끊임없이 집중하기도 했습니다. 게이츠는 현금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금 관리에 있어서 여러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습니다. 내 급여는 가져가지 못하더라도 직원들에게는 적어도 1년 치의 급여를 지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항상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마치 역기와 같은 것입니다. 한쪽은 컴퓨터의 미래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한편 다른 한쪽은 자금을 쌓아 놓았던 것이죠. 그리고 무언가를 하는 것만큼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경기 침체와 경쟁에 패배해 사업을 중단할 위험에 대한 대비 수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없이 많은 기업이 뭐라도 하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사이의 이런 인지 부조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묘지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찰스 멍거도 투자에 대해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거래 철학은 “수많은 거래 기회를 살펴보고 거의 모든 거래를 물리치는 것”입니다. 이 둘을 합쳐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인 포트폴리오에 1,000만 달러에서 1,200만 달러를 국채에 넣어 놓고 몇 년 동안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렇게 가만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현금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세상이 기회를 가져다줄 때 한 번에 베팅합니다. 확률이 자기편일 때 크게 베팅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미덕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 나머지 시간에 무언가 큰일을 한 번에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말했듯 사람들은 역사를 만들고 싶어 하고, 무언가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참는 능력과 단호히 행동에 나서는 능력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정신적 고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두 능력은 상호 의존적인 반면, 또 정반대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멍거 같은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투자하지 않고 있는 시간은 투자하는 시간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런 일을 수동적으로 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적립식 투자입니다. 이 방법은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무언가 하는 것(예를 들어 매월 매수하는 것)인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전략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가격이 상승해 좋은 매도 기획이 생길 때까지 그냥 놔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둘 중 어느 쪽도 다른 한쪽 없이는 효과가 없지만 복리 효과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자(참고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전자(매수하는 것)보다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이렇게 하면, 투자한 후 수십 년 동안 복리로 성장하게 놔두는 개인 투자자가 거의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미덕

전략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위험한 자아가 나서지 않게 해 주기도 합니다. 제이슨 츠바이크가 말한 것처럼 ‘한 번 맞는 것이 계속 맞는 것의 적입니다. 한 번 맞으면 과도한 자신감에 빠지기 때문이고,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잊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행동에 나서면 행운이 도와줄 확률도 높아지는 한편 이 행운에 속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이는 겸손하게 ‘행운 때문이죠.’라고 말하지 않게 만들고, 더 큰 보상을 기다릴 수 없게 만듭니다. 데이트레이딩이 그렇게 어려운 이유입니다. 끊임없는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매번 최고의 기회가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큰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래에 뭔가 다른 일을 할 선택권이 생깁니다. 또한 이 선택권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오래된 규칙들이 무너져 가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필자 피우스 (블로그)

전업 백수 투자자이며, 네이버 블로그 "책도둑"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