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형 문화유산이 되다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

김치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인 김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며 가족 간 협력 증진의 중요한 기회다.

2013년 12월 5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정부간 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장문화(Kimjang: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김장문화는 종묘제례 및 종묘 제례악(2001)이 처음으로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이래,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 강강술래·남사당 놀이·영산재·제주칠머리당 영등굿·처용무(2009), 가곡·대목장(大木匠)·매사냥(2010), 줄타기·택견·한산모시짜기(2011), 아리랑(2012)에 이어 16번째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대표 목록이었다.

 

이후에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에 이어 올해는 제주 해녀 문화가 대표목록에 오름으로써 우리나라는 모두 19개의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 김장문화, 인류 무형문화유산이 되다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

김장은 ‘겨우내 먹기 위하여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김치를 많이 담금. 또는 그렇게 담근 김치’(<다음한국어사전>)다. 상고시대 때 김치류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로 ‘소금에 절인 채소’를 뜻하는 ‘침채(沈菜)’가 김치의 어원이듯, 김장의 어원은 ‘침장(沈藏)’, 즉 침채를 갈무리(장(藏))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김장은 길고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월동 준비다. 집집마다 동네마다 김장을 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간 협력과 김장문화의 전승, 사회적 나눔 등이 이루어진다. 하여, 김장은 지역과 사회·경제적 차이를 넘어 한민족 전체를 포괄하는 삶의 양식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일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철을 대비하여 초겨울에 김치를 많이 담가서 저장하는 김장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풍습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저장성이 뛰어나고 풍부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오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채소 염장식품이다.

 

‘겨울의 반 양식’이라고까지 불리는 김치를 저장하는 풍습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동국이상국집>에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구절이 있고, 채소 가공품을 저장하는 요물고(料物庫)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김장은 고려시대부터 있었으리라 추정한다.

 

<동국세시기>에 ‘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장 담그기는 가정의 중요한 일 년 계획’이라 기록되어 있고 가사 <농가월령가> 10월령에 김장 담그기가 등장하는 걸로 보아 김장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전국적인 풍속으로 정착한 듯하다.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節氣)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남의 일 생각하여 집안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

독 옆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라.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 무 아람 한 말 수월찮게 간수하소.

– 정학유, <농가월령가> 10월령 중에서

  1. 중두리 : 항아리보다는 조금 크고 독보다는 조금 작은, 배가 부른 오지그릇
  2. 바탱이 : 중두리와 비슷하나, 그보다 배가 더 나오고 아가리가 좁은 오지그릇
  3. 아람 :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서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 열매.
2013년 12월, 김장문화가 인류무

주부들 사이에서는 김치를 나눠 먹는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창의적인 김장 방법이 공유되고 축적된다.

김장을 담그는 데는 다양한 종류의 채소가 이용되지만 주로 배추와 무가 쓰인다. 여기에 미나리·갓·마늘·파·생강·고춧가루와 같은 향미(香味)가 있는 채소가 부재료로 이용되고, 간을 맞추는 데는 소금과 젓갈이 쓰인다. 특히 김장김치는 소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지방에 따라 다르고 조리비법도 다르다.

 

지방마다 김치 맛이 다른 것은 기후와 젓갈과 양념 넣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함경도와 평안도 등 추운 북쪽 지방은 기온이 낮으므로 소금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하여 채소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린다. 반면 남쪽 지방은 소금 간을 세게 하고 빨갛고 진한 맛의 양념을 하며 국물을 적게 만든다.

 

젓갈도 함경도와 평안도 등 북부지방과 중부지방은 새우젓과 조기젓이 많고, 경상도와 전라도 등 남부지방은 멸치젓을 주로 사용한다. 이 밖에 해산물을 즐기는 함경도 지방에서는 생선(주로 명태)을, 평안도에서는 쇠고기 국물을, 전라도에서는 찹쌀풀이나 쌀을 넣는다.

 

김장하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다. 입동을 전후하여 산간에서는 1주일가량 빠르게, 서울에서는 1주일쯤 늦게 하고,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12월 중순께에 했다. 그러나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된 요즘엔 굳이 날을 받아서 김장을 하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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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마다 김치 맛이 다른 것은 기후와 젓갈과 양념 넣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출처:농민신문

김장을 하면 김치를 독에 넣고 땅에 묻거나 광 속에 가마니로 두껍게 쌓아 넣어서 어는 것을 막았다. 김칫독은 묻은 뒤 방한에 좋을 뿐 아니라 김치의 성숙에 필요한 미생물의 번식에 좋은 짚으로 만든 방석으로 덮었다. 농가에서는 볏짚으로 지붕을 세운 김치 광을 따로 만들기도 하였다고 한다.

세상이 달라져도 모두 김장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한겨울에도 채소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아졌고 김치냉장고가 김칫독을 대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김치를 예전처럼 많이 먹지 않는다. 자취하던 고교 시절, 어머니께서 김장을 해 플라스틱 양동이 하나 가득 김치를 담아주면 그걸 반찬으로 겨울을 날 수 있었던 시절과는 비길 수 없다.

 

며칠 전 우리는 농협에서 배추 40포기를 포기당 1,200원씩을 주고 샀다. 한 포기에 3~5천 원씩이나 하는 배추를 값싸게 사기 위해 우리 내외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농협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야 했었다. 배추는 포기가 크지 않아서 40포기라도 지난해 양밖에 되지 않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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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비닐 끈으로 엮어 준 시래기를 베란다의 빨래건조대에 매다는 것으로 우리는 겨울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어저께 김장을 했다. 오후에 아내가 전날 절여둔 배추에 양념을 비벼 넣는 동안, 나는 틈틈이 아내가 원하는 잔심부름을 했다. 다섯 시가 안 돼 김장을 끝내고 아내가 비닐 끈으로 엮어 준 시래기를 나는 베란다의 빨래건조대에 매달았다. 이제 한시름 덜었네, 아내는 뻣뻣해진 허리를 두드렸다. 그렇다, 그렇게 우리 집 월동준비가 끝난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남정네는 겨우내 군불을 지필 땔감을 패야 할 터이지만 장작 대신 가스를 때는 아파트에서 내가 할 일은 따로 없다. 아내는 남은 양념으로 갓김치, 들깻잎과 콩잎김치를 담갔다. 아내가 쟁여준 김치통을 하나씩 김치냉장고에 갈무리하면서 나는 내가 나야 할 이번 겨울을 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 낮달 (블로그)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위에 서서

2017.12.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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