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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손정의는 선지자일까, 아니면 평범한 자본가에 불과할까?

byㅍㅍㅅㅅ

※ Bloomberg의 「Masayoshi Son, Tech Visionary or Robber Baron?」를 번역한 글입니다.


1,000억 달러를 거느린 이 벤처 자본가에게 2019년은 쓰디쓴 한 해였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앞길은 탄탄한 것처럼 보였다. 사무실 공유 회사 위워크(WeWork)에서 택배용 무인 자율 주행 차량 회사 뉴로(Nur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니콘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짜리 수표를 발행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2019년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때 평가 가치가 470억 달러에 달하던 위워크는 8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고(일각에서는 가치가 제로(0)라고도 한다), 손 회장은 이 회사에 95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출처: Nikkei Asian Review

소프트뱅크의 고난은 위워크에 그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손 회장이 스타트업을 상장시키려 할 때마다 문제가 생긴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비전 펀드가 지원한 우버 테크놀로지(Uber Technologies Inc.)와 슬랙 테크놀로지(Slack Technologies Inc.) 역시 상장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데 IPO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벤처 펀드들에게는 그런 의심만으로도 종국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세상은 어떻게 손 회장에게 의심의 눈길을 가지게 되었을까? 지난 3년 동안, 손 회장은 스타트업들을 엄청난 자금으로 유혹하면서, 창업자가 그 돈을 거부하면 경쟁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위협하거나, 한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한 후 경쟁 스타트업에도 투자한 다음, 양사의 합병을 강요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IPO의 평가 가치가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고, 그에 따라 상장에 실패하자, 그런 불건전한 전술이 더 부작용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손 회장이 타고난 자본가라기보다 기술 전문가에 불과하며, 약간의 추가 이익을 위해 노동자를 압박하던 19세기 비즈니스 모델을 현대식으로 적용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비전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자. 비전 펀드는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디자인 같은 하이테크에 투자하기보다는, 우버와 그와 비슷한 전 세계 다른 운송 및 물류 회사에 40%가량의 자금을 투자했다. 상하이와 자카르타 거리의 운전기사들은 운행당 보수만 받을 뿐 보험이나 연금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불합리한 조건은 운송 분야만이 아니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숙박 체인 오요(Oyo Hotels and Homes)는 소규모 가입자들에게 상당한 고정 비용을 전가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의 가치가 더 우선이고,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 저항이 거세지는 21세기에 산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유니콘 스타트업에서만 32차례 파업이 일어났다.

정부가 개입해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사업 이익은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공평하게 분할되어야 한다는 칼 마르크스의 관점에서도, 손 회장의 몫은 필연적으로 줄어들고 말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가 투자한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수익성을 내기까지의 여정이 길고 구불구불하거나, 심지어 막다른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프트뱅크의 자금은 실제로는 부채다. 소프트뱅크의 현금 보유고를 보면 신용 등급은 ‘정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프린트(Sprint Corp.)에서 영국 반도체 회사 ARM(ARM Holdings Inc.) 이르기까지 자회사들은 큰 수익을 내는 곳들이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수중의 현금을 소진하거나, 빌려와야 하며, 심지어 자산을 비전 펀드에 매각해야 한다. 고정 수준으로 소프트뱅크는 이미 4.5조 엔(410억 달러)의 이자부 순 부채를 쌓아두었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는 기름을 잘 친 기계처럼 달려왔다. 하지만 비전 펀드의 자금이 완전히 투자되고, 2차 펀드의 규모는 훨씬 더 작아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손 회장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소프트뱅크를 통해 위워크에 우산을 씌워준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의 구제 금융 자금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470억 달러 상당의 임대 부채를 해결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손 회장을 믿었고 그가 내는 이자에 의존해왔던 일본 은행들도 생각을 바꾼다.


손 회장을 숙련된 자본가라고 부를 수 없는 사례도 있다. 지난 9월까지, 그의 비전 펀드는 2년 동안 763억 달러를 투자한 대가로 114억 달러를 벌었다(대부분 장부상 이익). 성숙한 유니콘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Tiger Global Management)의 실적이 훨씬 더 낫다. 수동적이지만 민첩한 투자자인 헤지 펀드들은 실사 없이는 투자하지 않으며, 그 점에서 10분 면담으로 놀랄만한 액수의 수표를 쓰는 습관이 있는 손 회장보다 더 현명한 투자자일 수 있다.


손 회장이 무엇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금융 공학이다. 구제 금융 이후에도 위워크의 부채 더미는 왠지 소프트뱅크의 대차 대조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80%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의결권을 보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마법의 또 다른 사례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술이다. 스타트업의 주식을 매수한 다음, 평가 가치가 높아졌을 대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나서, 이익을 올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6월까지 2분기 동안, 오요에 대한 일련의 투자를 38억 달러의 미실현 이익으로 기재했다.

출처: Nikkei Asian Review

비전 펀드의 114억 달러의 장부상 이익 중 실현된 액수는 40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인도 전자상거래 회사 플립카트(Flipkart Online Services Pvt.)를 월마트에 매각한 것과 엔비디아(Nvidia Corp.) 주식을 적당하게 매도한 단 두 차례의 거래를 통한 것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항상 이익은 빨리 기록하고, 손실은 가능한 한 나중에 기재해 왔다. 어쨌든, 사모 시장에서 공정 가치 회계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결국 손 회장은 향후 10년 안에 자기 카드를 내보여야 한다. 그의 인큐베이터 안에는 많은 값비싼 스타트업들이 들어 있다. 바이트댄스(Bytedance Inc.)에서 디디 추싱(Didi Chuxing Inc.)에 이르기까지, 평가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스타트업들은 상장 기업이라면 쉽게 대형주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이들이 상장되고 나면 손 회장이 실제로 선지자였는지, 아니면 “너무 많은 돈을 가진” 그리고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지른 보잘것없는 평범한 자본가에 불과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필자 피우스 (블로그)

전업 백수 투자자이며, 네이버 블로그 ‘피우스의 책도둑 &’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