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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B마트의 등장, 본격적인 소매업 종말의 시작일까?

byㅍㅍㅅㅅ

드디어 올게 왔다. 새벽배송 이후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1시간 이내 배달 오는 마트가 온다. 새벽배송을 넘어 바로배송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배달의민족이 2020년 주력사업으로 발표한 B마트 얘기다.

B마트가 뭐야?

조금만 생각해보면 배달의민족이 B마트를 시작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올 때 메로나’라는 말이 익숙한 것처럼 아이스크림부터 생필품이나 간편식 배송에 대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배달 올 때 메로나!

사실 B마트는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2018년 12월부터 ‘배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테스트하던 서비스다. B마트의 가장 큰 특징은 1시간 이내 배송이다. 라면, 즉석밥 등 간편식뿐 아니라 기저귀, 여성용품 같은 생필품도 배달 가능하다.


배송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전문 자회사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트 라이더들의 자원을 활용한다. B마트는 대형마트의 기획상품 같은 초저가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초소량 구매와 즉시 배달을 특징으로 한다.

이제는 간편식도 배달해서 더 간편하게 먹자!

B마트는 서울 시내 각 구 단위로 물류창고를 보유하고 상품을 직배송한다. 직접 물류창고를 운영한다는 것은 배달대행의 개념이 아니라 자체 재고를 보유하는 직매입 형태로 운영이 된다는 의미다. B마트는 애당초 초저가 가격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에 이마트나 쿠팡과 비교했을 때 제품 가격이 획기적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참고: 비비고 사골곰탕 500g 가격 비교(2019년 11월 27일 기준)

  1. 쿠팡: 16개 묶음 1만 3,690원 (1개당 약 856원)
  2. 이마트몰: 낱개 구매 시 1,250원 / 16개 묶음 1만 8,810원 (1개당 약 1,175원)
  3. B마트: 1,490원
  4. 편의점: 1,900원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앞에서 밝혔듯 B마트는 소량, 낱개로 구매할 수 있고 바로 배송된다는 점이 이마트나 쿠팡과는 가장 큰 차별점이다. 특히 비비고 왕교자의 경우 마트에 납품되는 제품은 일반적으로 490g짜리가 두 봉 묶여있는 번들 제품이다. 쿠팡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비비고 왕교자는 1.4kg 제품이다.


100g당 단가로 비교하면 B마트의 420g 3,990원이 비싸게 보일 수 있지만, 1–2인 가구에서 간단하게 딱 한 끼로 간단히 먹기에는 420g 1봉만 판매하는 B마트가 오히려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2019년 11월 현재, 최소 주문 금액은 5,000원이며 배달료는 따로 붙지 않는다. 편의점 평균 마진이 보통 25–30%인 것을 감안하면 주문금액 5,000원인 한 거래당 남는 이익은 1,250–1,500원이다(실제 B마트의 마진율은 편의점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수적으로 계산한다).


배민라이더스는 배달 건당 최소 3,000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미 한 거래에서만 배달의민족측이 1,500–1,750원 손해 보는 구조다. 배민마켓 테스트 기간 동안 주문금액 3만 원 이상, 배달 팁 3,5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배달 팁 0원 이벤트는 누가 봐도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주문금액을 1만 원이나 2만 원으로 하지 않고 굳이 5,000원으로 정한 이유는 뭘까? 편의점의 평균 객단가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2019년 9월 1인당 편의점 구매 단가는 5,656원이었다(대형마트 52,716원, SSM 16,011원, 2019년 9월 기준). 이처럼 이름은 B마트지만 가격정책과 배달 금액에서 보듯이 초기 단계에서는 마트보다는 편의점이 더 큰 경쟁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B마트가 본격적인 마트의 경쟁자가 되기에는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아한형제들 측에서도 대형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이나 대형마트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한다기보다는 이륜차를 활용하고 라스트 마일 빠른 배송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로 포지셔닝에 주력할 것 같다.

근데, B마트만 마트 배달하는 건 아니더라고?

배달의민족만 마트 제품을 배달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5월 요기요와 CU도 협력해 편의점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요기요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마트, CU, GS25 등과 제휴해 마트와 편의점 상품을 배송한다. 요기요는 주문금액 1만 원 이상에 배달료 3,000원을 받는다. B마트가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으니 아마도 요기요도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주문금액 및 배달료는 조정하지 않을까 싶다.


요기요는 B마트와 달리 배달대행 형식으로 운영한다.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요기요를 통해 주문하면 요기요는 이 주문을 받아 배송만 중계하는 역할이다. 요기요 측은 이를 위해 각 편의점 매장의 실시간 재고를 요기요 시스템과 연동해 주문오류를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의 경우 각 편의점 점포별 재고관리 수준에 따라 많은 상품이 결품이 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고객이 원하는 순간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려고 할 때, 물건이 없어서 배송할 수 없는 경우가 자주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요기요가 직접 재고를 가져가지 않고 배달대행 형식으로 운영하는 이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이 왜 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B마트를 직매입으로 운영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

B마트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하는 곳은 나우픽이다. 나우픽은 2018년 5월 강남권에서 자체 물류창고를 기반으로 배송을 시작했다. 24시간 언제든 30분 내 배송을 목표로 한다. B마트는 9–24시까지 영업하므로 현재 24시 이후 새벽에 배달 가능한 서비스는 나우픽이 유일하다.


배달료는 기본 3,500원에 2만 원 이상 주문 시 1,000원이다. 피코크, 하이마트, 오뚜기 등의 브랜드와 연계해 비교적 다양한 구색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해외에도 마트 배송 있다며?

해외의 유사 서비스로는 아주 핫한 스타트업 중 하나인 2012년 설립된 인스타카트(Instacart)가 있다. 한 단어로 인스타카트를 정리하자면 장보기 대행 서비스다. 인스타카트는 자체적으로 재고를 보유하거나 물류센터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대신 구매대행, 배송에만 집중한다.


1–2시간 내의 짧은 배달 시간도 특징이다. 비식품뿐 아니라 채소, 정육 등 신선식품도 배송이 가능하다. 따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인스타카트 쇼퍼(shopper)로 활동한다. 이런 이유로 식품업계의 우버로 불리기도 한다.

도어대시(DoorDash)는 가장 유명한 배송 서비스 중 하나로 2013년에 설립했다. 도어대시의 경우 월마트, 세븐일레븐 등 리테일 업체와 제휴해 신선식품을 30분 만에 배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도어대시도 마찬가지로 재고나 물류센터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배송 전문업체로서 배송대행만 한다. 인스타카트나 도어대시, 두 회사 모두 직접 물류창고를 운영한다기보다 배달대행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배민의 B마트는 직접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것이니 확실히 B마트 모델은 아직까지는 흔하지 않은 사례다. 단순히 배달 인프라를 활용하는 개념의 서비스였다면 다른 회사들처럼 배달대행만 하려고 했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 물류창고까지 운영하는 것은 우아한형제들이 B마트를 정말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과연 B마트는 향후 어떤 식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펼쳐갈까?

B마트 시작, 이제 어떻게 될까?

B마트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라고 본다. 김봉진 대표가 인터뷰에서 ‘감자 한 알’까지도 언급을 했기도 하고, 현재 시장의 크기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가장 핫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B마트는 아직 서비스 초기이기에 지금은 관리가 까다로운 신선식품보다는 관리가 간편한 HMR 위주로 판매한다. 하지만 B마트가 배민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정육, 수산, 채소, 과일 등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카테고리다. 현재 B마트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지만 아직 구색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B마트가 쿠팡과 이마트와 최저가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면 현재의 HMR위주가 아니라 신선식품 위주의 상품으로 구색을 빨리 늘려야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벽배송으로도 만족하지 못했던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빨리 흡수하는 것이 초기 전략 중 가장 주효할 것으로 본다.

신선식품 카테고리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이후에는 배달의민족다운 기획으로, 배달의민족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품으로 추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동네맛집을 배달음식뿐 아니라 HMR로 제품을 제작하도록 돕고 B마트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것도 배민만의 장점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신선식품을 공략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폐기율을 줄이기 위한 정밀한 수요예측 모델이 필요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까다로운 신선식품의 재고관리 노하우도 필요하다. 게다가 이미 우아한형제들은 반찬배달 서비스 ‘배민찬’ 서비스를 종료하며 신선식품 시장에서 쓴맛을 본 경험도 있다. 물류시스템에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새벽배송의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뿐 아니라 해외 메이저 업체도 고전하는 곳이 신선식품분야다. 월마트가 인수한 젯닷컴(Jet.com)은 최근 뉴욕에서 신선식품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해결해야 될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배달의민족으로서 B마트를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것은 아주 현명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미 배달의민족은 배민라이더스(배달대행), 배민키친(공유주방), 배민상회(MRO), 배달로봇 등 서비스를 다각화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 아래 단순 음식 배달뿐 아니라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시도한다.


배민은 다년간의 배달 데이터와 배민라이더스를 모두 보유했다. 배달에 있어서만큼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경쟁력이 탁월하다. 신선식품 분야에서야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겠지만, HMR 위주로 완전히 재편된 식품시장에서 이미 배민이 보유한 공유주방이나, 기존 배민에 입점한 점주 간의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배민의 B마트가 처음에는 식료품으로 시작하지만, B마트가 원활히 운영되기 시작하면, 더 큰 관점에서는 미래 언젠가 라스트 마일 물류까지도 충분히 욕심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B마트는 차세대 주력사업으로서 장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DoorDash의 COO인 Chris Payne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편의 경제(Convenience economy)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은 이것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를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사실 편의점배달은 그동안 과소평가 받아온 시장이다. 시장이 있다는 것은 알아도 그 크기가 얼마나 되겠냐고 무시되어왔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 지켜봐야겠지만 B마트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동네마트, 좀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의 소비습관를 대체할 강력한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배달의민족에서 B마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금이 어쩌면 우리나라의 진정한 소매업 종말(Retail Apocalypse)이 시작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B마트가 시작하자마자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을 절대 과소평가하지는 말아야겠다.


B마트는 본격적 포문을 열었다. 그동안 승승장구해왔던 편의점 업계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또 가만히 볼 수만은 없는 쿠팡과 이마트는 또 어떤 움직임으로 대응할까. 동시에 오프라인 기반 동네장사를 하는 한 장사꾼으로서 나는 소매업 종말이 다가오는 그 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배민이 만들어낸 날갯짓이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어떻게 바꿀지 준비하고 기대하며 지켜봐야겠다.

참고

  1. 이젠 편의점까지… 배달 어디까지 갈래?」, 더스쿠프
  2. 배달앱, 마트·편의점까지 접수한다」, 파이낸셜뉴스
  3.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이 ‘마트 배달’에 뛰어든 까닭」, 비즈한국
  4. 음식 배달앱, 편의점 이어 마트 장보기까지 ‘영토 확장’」, 경향비즈

필자 김경욱 (블로그)

낮에는 귤과 생강을 팔고 밤에는 글과 생각을 팝니다. 열심히 팔다보니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