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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이메일의 기술: 칭찬 메일은 전체로, 실수 메일은 개별로

byㅍㅍㅅㅅ

이메일의 기술과 성품

일 잘하는(일 못 하는) 사람에겐 뭔가 있다. 메일 하나를 봐도 그렇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 오가는 메일에서 난 그 사람들의 ‘성품’을 본다.


더불어 이메일은 하나의 ‘기술’이다. 이제 이메일은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이 되었다. 오랜 통화를 하고 난 후 관련 메일을 보내자며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종료한다. 그러니까 이메일은 휘발되지 않는 증거이자 실체다.


재밌는 것은 이메일은 또 하나의 얼굴이자 표정이라는 것이다. 메일을 받고 씩씩거리며 욕을 해대면서도 답메일에는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회신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물론 나도 그런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메일을 받고 별로 요동하지 않았는데, 쓰면 쓸수록 감정이 북받쳐 올라 결국 거대한 분노의 표정을 담은 답장을 쓰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니까 이메일에는 다양한 감정과 표정이 녹아있고, 고수와 하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술의 정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좋은 이메일, 나쁜 이메일

기록으로 남다 보니, 이메일은 빼도 박도 못 하는 증거가 된다. 자동차에 블랙박스가 있다면, 직장에는 이메일이 있는 셈이다. 이 증거는 누군가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육두문자로 상대방을 욕하거나 공격하는 메일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 기록으로 남은 메일에 변명해봤자 변명하는 사람만 입 아프고 손 아프다.


혹시라도 이메일로 불거진 시시비비가 있다면, 그리고 그 메일을 쓴 당사자가 나 자신이라면 그 어떤 변명도 하지 말고 당당히 그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책임을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문제가 될만한 이메일을 쓰지 않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이 격하게 실린 이메일을 분노의 타자와 함께 쓰고 났을 때 임시 저장을 해놓는 것이다. 잠시 커피 한잔을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와서 그 메일을 다시 보고도 괜찮다면 보낸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순화의 대상이다. 격하게 올라온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내 발목을 잡을 뻔한 문장과 표현들이 도처에 널린 걸 깨닫게 된다.


나쁜 이메일은 그렇게 좋은 이메일이 된다. 잠시의 숨 돌림이,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칭찬은 전체로, 실수는 개별로

사실,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좋고 나쁜 이메일의 예는 따로 있다. 이메일은 내용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신자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도 그 수준이 갈린다. 보내야 할 사람에게 보내지 않거나, 보내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보내는 게 최악의 이메일이다.


특히 칭찬과 실수가 발생했을 때 더 그렇다. 간혹 우리는 조직의 성과에 대해 서로 기뻐하는 내용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이번 일은 정 과장 덕분에 잘 끝난 것 같아요.”
“제가 뭘요. 이건 이대리 덕분입니다. 엑셀을 혼자 도맡아 열심히 자료를 돌렸잖아요!”
“자, 우리 팀원 모두 수고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훈훈한 이러한 내용은 전체로 보내는 것이 좋다. 너무 사적인 표현이나 내용이 아니라면 칭찬의 메일은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정말 좋은 이메일이라 생각한다. 메마르고 고달픈 직장생활이지만, 분명 이렇게 아주 잠시라도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지난날의 야근도 말끔히 잊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이메일은 어떠한 사람의 실수를 부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체 회신으로. 간혹 직장에는 내가 그 오류나 실수를 잡아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메일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 오류를 잡아낸 센스(?)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의 성품과 기술을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Hmmmm……

게다가, 메일을 받은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단 방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서 전체 회신으로 잘못을 지적한 사람의 실수를 잡아내려 눈에 불을 켤 것이다.


물론, 잘못된 것은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혹여라도 실수나 오류를 발견했다면 개별 회신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감정 상하지 않게 사실을 전달하는 ‘개별’ 메일에 기분 상할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고마워할 가능성이 높다.


고마워하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하는 거니까. (혹시라도 실수한 것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받았다면, 그것을 보내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하자.)

마무리하며

직장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참 많은 이메일들이 있다. 나의 감정과 표정은 이메일에 고스란히 실리고, 이메일에 담긴 정서와 감성은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오늘 내가 쓰는 이메일은 좋은 이메일인가, 나쁜 이메일인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이메일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쁜 이메일을 줄여가자고 오늘도 우리는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같은 월급쟁이들끼리 지지고 볶기보단,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거나 최소한 힘 빠지게 하지 않는 것이 결국 각자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

필자 스테르담 (블로그, 페이스북)

직장인, 작가, 강연가의 페르소나를 씁니다. 『견디는 힘』 『직장내공』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도 썼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생산자’의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