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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채식주의자, 마트에 가다

byㅍㅍㅅㅅ

집 근처에 대형마트와 생협이 있다. 장을 보기 위해 주로 대형마트에 들르고 때론 생협에 들르기도 한다. 이왕이면 생협에서 장을 보고 싶지만 마트에 방문하는 이유가 있다. 다양한 고품질 상품이 한데 모여 있기에 간편하게 장을 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대형마트는 다양한 식품을 보유했다. 반면 채식주의자가 구입할 수 있는 식품이 단 하나도 비치되지 않은 코너가 있기도 하다. 대형마트에서 코너별로 장 보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신선식품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코너는 채소와 과일 코너다. 장을 보기 전에 미리 구매할 채소와 과일 목록들을 작성하여 장을 본다. 채식주의자이니 채소와 과일 코너에서 가장 지출량이 많다. 가끔 제철 과일이나 채소들이 아름다운 빛깔들로 유혹하면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주머니 털리는 날이다.

채소와 과일 코너에서 장보기 팁은 사실 따로 없다. 먹고 싶은 채소와 과일을 맘껏 담고 신선도를 고려하여 버리지 않을 만큼의 양을 담는다. 이게 끝이다. 채식을 하기 시작하면 채소와 과일 신선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을 자주 보게 된다.

2. 두부, 견과류 및 냉동식품

단백질 공급원 두부는 장을 볼 때마다 구매한다. 지방 공급원 견과류는 대량으로 구매하고 부족할 때마다 구매한다.

채식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품회사에서 채식 상품들을 선보인다. 냉동식품을 둘러보면 비건 인증이 된 냉동식품이 간혹 보인다. 최근 이마트 일부 지점에서 채식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고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채식 이전에는 만두를 거의 먹지 않았다. 집 근처 마트에 비건 냉동식품은 사조 비건 만두가 유일하다.

냉동실에 쟁여두고 정키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마다 군만두나 찐만두를 해 먹는다. 요리가 매우 간단하다. 찌거나 구워서 요리가 완성되면 알싸한 청양고추 간장소스에 찍어서 한입에 쏙 넣는다. 간편하고 맛있는 한 끼다.

3. 라면, 파스타, 과자류 등 가공식품

과자는 한동안 논비건으로 먹다가 최근 비건 과자들을 먹는다. 간혹 우유가 함유된 과자를 먹기도 하는데 웬만하면 비건 과자를 구입한다. 이마트 인절미 스낵, 씨유 인절미 스낵, 농심 포테토칩이 있다. 라면은 풀무원에서 출시된 ‘정’면뿐이다. 오뚜기 채황도 비건이라는데 마트에는 없어 정면을 대량으로 구입해서 먹는다.

파스타 소스는 논비건 소스로 먹다가 최근 비건 소스를 발견하여 비건 소스로 해먹을 예정이다. 비건 인증은 없지만 성분표를 보고서 확인하면 된다. 솔직히 귀찮다. 어서 집 근처 마트에도 채식 코너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4. 우유 대체 식품: 두유와 아몬드 브리즈

다이어트 식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두유보다는 깔끔하고 가벼운 맛이 느껴진다. 한창 두유를 먹다가 요즘은 아몬드 브리즈만 먹는다. 시리얼과 함께 먹어도 좋다. 이외에도 브랜드별로 비건 두유가 있다.

5. 생선코너와 정육 코너

만약 마트 지도에 그동안의 내 발자국을 표기한다면, 단 한 발자국도 남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정육 코너다. 채식주의자가 정육 코너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식품은 없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같은 경우에는 생선 코너를 이용할 수 있다.

6. 번외: 한살림 생협

ⓒ 한살림


한살림 생협이 가까워서 장 볼 식품이 많지 않으면 한살림에서 장을 본다. 나는 쌀과 밀면, 떡, 빵, 두부를 주로 구매한다. 가장 많이 구매하는 식품은 바로 사진에 있는 ‘채식 카레’다. 분말만 있다. 카레 가루에는 채식으로 섭취하기 힘든 비타민 B12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한 채식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 한살림 채식 카레는 고기가 안 들어가기 때문에 고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끼함이 없고 약간 매콤하여 담백하고 개운한 카레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마트에 간 채식주의자

나는 채식주의자다. 비건 지향이지만 대형 마트를 다닌다. 여전히 비닐 포장된 채소를 구입하고 수입농산물을 구입한다. 비닐 포장과 농산물 수입은 환경오염에 영향을 준다. 결국 지구를 딛고 사는 모든 동물에게 피해가 된다. 마트를 이용하면서 누리는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쾌적함, 딱 그만큼, 동물은 착취당하고 고통당하고 죽어간다. 동물의 고통은 도처에 존재한다. 다만 인지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나의 이성은 이미 안다.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거리가 멀어 좀 수고스럽더라도, 생협이나 로컬 시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걸. 여러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다. 아는 만큼 사는 게 이리도 힘들다.

채식과 함께 따라다니는 게 있다. 환경, 기후 위기, 제로 웨이스트, 동물권. 더 나아가 자본주의까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들이다. 이 모두를 만족시키지 않는 삶이면 모순적인가? 모순적이다. 모순적이면 의미가 없나? 모순적이라는 이유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매일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된다. 대형마트에 가면서 자본주의 구조를 견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 동시에 플라스틱을 줄이고자 생수를 구매하지 않고 물을 끓여 먹는다. 음식물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 잔반을 최소화하고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매번 절망하고 또 스스로를 위로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고 살 수 없다.


나라고 모순적이고 싶겠는가. 부단히 노력한다.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 다해 실천할 뿐이다. 언젠가 엄격한 비건을 실천할 수 있길, 생산자와 직거래하는 날이 오길, 포장지 없이 쇼핑하는 날이 오길, 기도하고 소망한다.

좌절하고 반성하고 실천하고 위로하고 궁리하는 삶을 사는, 나는 모순적인 채식주의자다.


원문: 현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