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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악취 도시’ 파리는 어떻게 낭만의 도시가 되었나

byㅍㅍㅅㅅ

ⓒ 구글 지도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도시 파리는 ‘파리 개조 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파리 개조 사업은 나폴레옹 3세 시기에 이뤄진 대규모 도시 정비 사업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재개발 사업이 파리 개조 사업과 닮아 있다. 도시를 계획하고 대대적으로 손을 본 사업이다. 파리 개조 사업은 건축가가 아닌 파리 지사 조르주 오스만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도로를 넓고 곧은 직선 형태로 정비했다. 덕분에 교통 체증이 사라졌다. 반면 도로 정비의 목적이 시위를 쉽게 진압하고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는 게 주요 목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외에도 파리 개조 사업을 통해 도심지에 녹지가 형성됐고 도시 기반시설이 새롭게 설치됐고 새로운 양식의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상에서 지하로

도시 기반시설을 새롭게 개조하면서 상하수도망을 신설한 사실이 눈에 띄었다. 상하수도망은 지하에 설치되면서 매립되었다. 개조 사업 이전에는 지상에 물길을 통해 빗물과 하수, 오수가 섞여 흘렀다. 소변을 볼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있었는데 다른 하수와 마찬가지로 물길을 통해 어디론가 흘러갔던 것으로 보인다.

Pissoir(vespasiennes)로 알려진 공중화장실. / ⓒ Charles Marville

사진 속 반짝이는 액체는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것이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거리에는 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파리 개조 사업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비가 오는 날마다 남의 소변을 밟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파리 개조 사업을 통해 상하수도망을 새롭게 건설해 지하에 매립했고 이로 인해 우리는 쾌적한 땅을 밟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위생 문제는 전염병 확산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1832년에는 콜레라가 발생해 인구 65만 명이었던 파리의 시민 2만여 명이 숨졌다. 지상에 늘 오수와 하수가 뒤섞여 있으니 전염병은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지상에 이 오물들이 통과하는 물길이 사라지고 지하에 관로가 생기면서 전염병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파리 개조 사업은 내게 오랜 역사적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2021년을 사는 나에게 파리 개조 사업은 어떤 의미일까.

ⓒ Charles Marville

첫째, 파리 개조 사업은 먼 나라의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21세기의 내게도 의미 있는 해방적 사건이다. 바로 푸세식 화장실로부터의 해방. 20년 전 외할머니 댁에 가면 화장실이 집 안에 없고 바깥에 있었다. 소변을 누면 저 아래에서 한참 뒤에 소리가 났고 대변을 누어도 철퍼덕 땅에 안기는 소리가 났던 푸세식 화장실. 그렇게 쌓인 대소변은 정기적으로 ‘똥차’가 찾아와 빼내었다. 당시 외할머니댁 화장실 가는 게 두려웠다. 냄새가 지독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똥을 뒤집어쓰고 온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이런 푸세식 화장실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우리는 쾌적한 배설 환경에 산다. 쾌적한 화장실에서 배설하지만 배설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처리된다. 우리의 대소변은 정화조로 모아지고 그 정화조로 모인 오물들은 하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간다. 우리는 푸세식 화장실로부터 해방되었다. 시초는 파리 개조 사업이었다. 가히 혁명적인 사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하수망을 지하에 매립했지만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2020년에도 우리는 전염병의 공포 속에 산다. 어딜 가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아야 하는 시대다. 오물을 숨기고 멀리 떨어뜨렸지만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했다.


전염병 창궐을 막기 위해 개조 사업을 실시했던 그 시대와 오늘날의 코로나 시대가 묘하게 중첩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전염병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19세기 당시의 전염병 창궐은 막았지만 모든 전염병을 막진 못했다. 우리는 무엇을 더 숨겨야 코로나를 막을 수 있는 걸까. 혹시 더 이상 숨기지 말라는 지구의 메시지는 아닐까.

ⓒ Charles Marville

건축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면서 파리 개조 사업을 알았다. ‘조르주 오스만 – 파리 개조 사업’ 단순 암기만 하면 되었는데 지루함에 못 견뎌 인터넷에 파리 개조 사업을 검색해보았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결국 대소변을 퍼 올리던 푸세식 화장실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고 이 글을 끄적거린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꽁꽁 싸맨 오늘, 화장실을 갈 때만 코를 움켜쥐었던 ‘푸세식 화장실 시대’가 그립기도 하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즘이다.


원문: 현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