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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원시인 식단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byㅍㅍㅅㅅ

몇 년전부터 미국에서는 곡물 섭취량을 줄이고 가공하지 않은 육류와 생선, 과일 등의 섭취량을 늘리는 형태의 원시인 식단(Paleo diet)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인류의 몸이 원시인이 살았던 시절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식단은 크게 변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환이 나타난다는 주장에 근거해 있습니다. 그래서 원시인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식단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원시인 식단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

사실 과일이나 생선, 견과류 등의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일반적인 권장 식단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곡물 섭취량을 크게 줄이는 것은 어떨까요. 지나친 탄수화물, 특히 첨가당 섭취는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일반적인 권고안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을 균형있게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반해 원시인 식단은 종류에 따른 차이는 있어도 저탄수화물, 고단백, 고지방 식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의사와 보건 전문가들은 그 타당성에 대해서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원시인들은 사실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식단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양인과 접촉하기전 에스키모인들은 생선과 육류를 주로 먹었지만, 견과류나 신선한 과일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건조 지대나 는 고산 지대에 사는 원시인은 생선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날 원시 부족들이 그러하듯이 원시인들은 자신이 사는 환경에 적응해 먹을 수 있는 것은 가리지 않고 먹었을 것입니다. 한겨울에도 야채와 과일, 생선을 마음 대로 먹을 수 있는 건 현대인이 아니고는 불가능합니다. 사실 표준적인 원시인 식단은 상상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나아가 원시인들이 만성 퇴행성 질환이나 당뇨 같은 대사 질환에 시달리지 않은 것은 대부분 일찍 죽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크게 간과하는 사실 중에 하나는 인류가 지금 시대에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래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100년 이 좀 지나는 시간 동안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은 거의 두 배가 되었습니다. 과거 왕이나 귀족들의 평균 수명을 비교하면 이들은 평범한 현대인만큼 오래 살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성 퇴행성 질환 증가나 노령층에 호발하는 당뇨, 고혈압의 증가는 거의 피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최근 소규모 연구에서 원시인 식단이 평균적인 서구 식단 대비 대사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으나, 연구 참가자가 소규모이고 기간 또한 매우 짧아 이런 식단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구나 원시인 식단은 실제 원시인이 먹던 것보다 훨씬 열량이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원시인들은 슈퍼마켓이 아니라 직접 사냥과 채집을 통해서 음식을 구했기 때문에 음식 자체를 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들은 매우 자주 굶주림과 직면했을 것이고 따라서 다른 동물이 그러하듯이 남는 열량을 모두 지방으로 저장해서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먹을 수 있는 것은 가리지 않고 먹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굶어죽는 경우를 다 피하긴 어려웠겠죠.

 

반면 현대인은 매우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원시인보다 훨씬 잘 먹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육체 노동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따라서 칼로리가 높은 고단백 고지방 식이를 꾸준히 할 경우 비만의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곡물 섭취는 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육식을 많이하는 미국인보다 훨씬 비만이 적다는 점은 이것을 증명해주는 훌륭한 증거입니다. 밥이 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량이 적을 뿐 아니라 적당한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최근 호주 멜버른 의과대학의 소프 안드리코폴루스(Sof Andrikopoulos)교수는 원시인 식단이 당뇨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이런 식단이 지방 함량이 높아 열량이 높은 반면 상당수 현대인들이 육체 활동이 적은 환경에서 살고 있어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뇨 환자에게 특히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원시인 식단은 일부 과학적인 사실과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을 혼합한 것입니다. 과일, 섬유질, 견과류, 생선 섭취를 늘리는 것은 과학적은 근거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탄수화물 권장 섭취량인 전체 열량의 45-65% 보다 (우리 나라는 55-65%) 더 줄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순수한 거짓보다는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더 잘 먹힌다는 게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정말 원시인 식단을 하려면 하루의 상당 부분을 먹을 것을 찾는데 투자하면서 몸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 환경에서 먹을 수 있는 건 가리지 않고 먹어야 하겠죠. 운이 좋으면 배터지게 먹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몇 일씩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 노출되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기생충, 세균 감염은 물론 상한 음식을 먹을 가능성도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중 어떤 것도 선진국의 현대인과는 관계 없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원시인들이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사면서 원시인 식단을 시도하는 현대인을 보게 되면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네요.

참고

  1. Diabetics should be wary of paleo diet, expert warns
  2. Paleolithic nutrition for metabolic syndrome: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필자 고든 (블로그)
http://blog.naver.com/jjy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