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옥포의 맛을 찾아 – 중앙식당, 옥포막썰어횟집

맛집으路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경상도와 전라도의 남해 바닷가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다. 전라남도는 해남군, 완도군, 순천, 여수부터 경상도는 하동군, 남해군, 통영시, 거제시까지, 볼 거리와 먹을거리 참 많다는 소문은 지천이요, 다녀온 이들의 이제 막 잡아올린 활어보다도 더 생생한 후일담을 듣노라면 발도 입도 근질거리기 일쑤이다.


거제도, 참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번 다녀와야 경상남도의 또 다른 맛과 멋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옥포 쪽은 조선소로만 알려져 있겠지만 그 가득한 관광자원과 풍경은 인근 통영이나 남해군에 뒤질 바 아니다. 맛 또한 그렇다.


조금은 더 특별하게, 조금은 더 가성비 좋게 즐길 수 있는 거제도 옥포의 맛집을 추천한다.

1. 옥포 중앙식당

중앙식당 입구

사실 거제도야말로 어찌보면 대형 조선소들과 또 그에 따른 여러 중소기업들,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각 대형 항구마다 번잡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특히 이 중앙식당이 위치한 옥포는 고현과 함께 거제의 중심이랄 수 있는 곳으로 대우중공업(대우조선) 등 초대형 조선소와 그에 따른 다양한 산업시설에 종사하는 이들이 거대한 생활기반을 잡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거제도 곳곳에 백반집들이 성황중이며 이 옥포에도 중앙식당을 비롯하여 양 옆으로 그러한 백반집들이 서넛 모여있다. 여느 곳이라도 푸짐함과 맛으로 인기가 높지만 그 중 이 중앙식당은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하면서 더더욱 전국적으로 거제 백반의 이름을 알린 셈이다.

두루치기, 불고기 백반을 시키다.

이 곳의 특징은 무엇보다 ‘푸짐함’에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일로 꼽히는 조선소 일, 잔뜩 쇳가루와 용접 연기, 페인트 냄새를 맡아야 하는 일들이고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는 일이다. 여름이면 정말로 세상 가장 힘든 일로 꼽혀 방송사마다 조선소의 여름나기를 촬영하여 내보낼 정도이다.


​그렇다보니 밥을 먹더라도 양껏 먹고 피로를 풀고 활기를 불어넣어야 버티는 일일게다. 그래서 이 조선소 부근의 백반집들이 이렇게나 푸짐한지 모르겠다.


두루치기 백반이 8천원, 불고기(간장) 백반이 8천원이다. 성인 3명으로 3인분 (두루치기2, 불고기1)을 시켜본다.

제대로 단짠이다. 쌈에 싸 한 입 넣으면 하루 피로가 사라진다.

먼저 두루치기를 보며 한 마디했다. “이 정도 양이면 서울에선 3~4인분 받겠는데…”


큰 그릇 가득 나오는 제육볶음(두루치기보다는 제육볶음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한 점 먹어보니 맵고 달고 짠 맛이 강하다. 말 그대로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를 보는 셈이다. 밥심으로 버텨야 하는 경우, 정말로 그 자체로 밥 도둑이 될 만하다.


​다만 제육용 고기 자체가 대량으로 수급하는 냉동 돼지 전지로 보인다. 잡내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나 싸고 푸짐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간장 불고기는 비계가 있는 부위를 썼으며 양파와 양배추, 파 등이 잔뜩 들어간 달고 짠 맛의 국물 가득한 불고기이다. (돼지고기이다.) ​이것도 양이 굉장한지라 1인분을 시켰는데 라면 대접 한 가득 나온다. 양으로는 어디 2인분 이상의 양이다.


게다가 고기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가자미 구이(라기보다는 튀김)도 세 마리가 나왔다. 다른 평을 보면 갈치 등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생선은 그 때의 상황을 봐서 바뀌는 셈인듯. 막 구워낸 뜨거운 가자미 만으로도 밥이 그냥 넘어간다.

갓 튀긴 생선 만으로도 밥은 한 없이 넘어간다.

전체적인 반찬 가짓수도 다양하고 하나같이 입맛에 맞다. 딱 식당에서 맛을 낸 그 반찬이다. 무엇을 집어먹어도 맛있고 조미료도 잘 들어가고 달고 짜고 한 그런 맛.


그 만인의 입맛을 최대한 맞춰 평균치를 낸 것도 능력이고 무엇 하나 손이 안 가는게 없는 조화도 실력이다. 한 상 정말 잘 먹었다. 또 언젠가 거제도에 갈 일이 생긴다면 한 끼 제대로 먹을 곳은 알아놓은 셈이다.


끝내주는 맛집이라기보다는 만인이 좋아할 만한 맛에 푸짐함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고 대부분의 밑반찬이 기본 이상을 하는 곳이다.

  1. 중앙식당 : 경남 거제시 옥포로 215 / 055-687-3318
  2. 메뉴 : 두루치기 백반 8,000원, 불고기백반 8,000원, 곰탕 8,000원 등
  3. 영업시간 : 08:00 ~ 21:00
  4. 주차가능 (인근 옥포시장 공영주차장, 노상주차장)

옥포막썰어횟집

산지에서 싸게 먹기 힘들다? 정말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 느낄 것이다.


아니, 그래 우리 솔직히 말하자! 온갖 수산물이 넘쳐나는 곳, 어선들이 만선으로 들어오는 그 큰 항구에 위치한 횟집에서 싱싱한 회 한 번 제대로 먹자고 허리띠 풀 생각하면 돈 10만원이다.


다양한 수산물이 넘쳐나는 거제도에서도 그런 고민은 이어졌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보지만 강릉이나 속초처럼 항구 인근에 수산물시장이나 어민시장 등이 존재하여 좀 더 싸게 포장해 먹을 수 있는 곳도 없는 듯 하다.


그래도 모든 안테나를 동원하고 레이더를 동원한 결과, 옥포국제시장 안에 몇 군데 있는 회포장집이 맛과 양, 가격이 좋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한 번 가보는 것이지.

무심히 회를 써는 부부. 그러나 한 마디마다 속정이 묻어난다.

옥포국제시장 입구에서 올라가자마자 곧 횟집이 몇 군데 나타난다. 저녁 즈음에 찾아간지라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이 막썰어횟집은 벌써 두, 세명의 현지인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성인 셋이면 그저 맛이나 볼 요량으로 1kg, 25,000원을 시켜볼까 한다.


“어른 셋이요? 어른 셋으면 적을낀데, 1kg라 해도 살을 띠 바야 절반치 나옵니데이. 中짜 시키모 어른 셋이 충분히 회로만 묵어도 남습니더.”


“맞지예.”


사장님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옆에서 포장을 기다리던 현지분도 거든다. 남들 두 배는 됨직한 내 덩치를 보며 더욱 더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횟집에서의 실랑이는 늘상 이런 셈이다. 中짜로 시키면 가격이 두 배다. 하지만 또한 여기까지 와서 맛만 본다는 것도 그렇다. 이왕지사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 것이라면 먹다 죽어도 가 볼까?


中으로 주문하고 기다리며 얼마 전 바닷가 어디에서 비싼 돈 내고 대접도 못 받고 주문한 것도 잘못 받은 이야기를 함께 한 지인과 나누고 있다. 그게 회를 썰던 사장님의 귀에 들렸나보다.


“거제, 여도 이젠 변해야 됩니데이.”


무슨 말씀이신지 조심스레 여쭈어본다.


사장님의 말씀은 “조선소 경기가 좋을 때, 옥포에서 일하는 그 누구도 돈 걱정 안하던 때에는 음식 값이 비싸고 불친절해도 다들 다 사먹고 하니 음식 파는 사람들이 서비스도 엉망이고 음식 맛도 엉망이었다. 그래서 거제도에 관광객들이 와도 다 실망하고 돌아갔다. 이렇게 조선소 경기가 바닥에 바닥을 치니(내가 찾아간 일시는 올해 2월이었다.) 이제 다들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인심도 좋고 싸고 푸짐했으면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단골로 버티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충분히 버텼을거라는 것이다. 즉, 마인드의 쇄신이 필요할 때라는 말이다.


깜짝 놀랐다. 거제도가 당면한 문제, 거기에서 시름하는 지역의 자영업자들에게 이보다 더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말이 어디 있는가 싶다.


몇 번 더 말을 나누어보니 그 퉁명스러운 사투리 속에 속정이 가득하다. 기다리던 꼬마에게 “마, 니 물고기 함 만져보까?”하며 물고기를 들어 보여주시기도 하고 지금 철은 이게 좋으니 꼭 그것을 안 사도 된다며 믿고 맡겨달라며 손님들의 질문에 자신있게 답변하기도 한다.

숙소에서 개봉을 한다. 팩으로 두 팩 가득 나왔다.

쫀득한 찰기에 싱싱한 맛이 그만인 밀치회

참숭어, 현지에서 밀치로 부르는 활어를 다듬어 팩 두개에 꽉꽉 눌러담았다. 숙소에서 팩 두개를 꺼내는데 묵직하다.


“아무리 그래도 5만원에 회만 주면 좀 그렇지 않아?”


일단 먹어보자며 자리를 잡고 준비를 한다. 초장, 쌈장 등 각자의 취향에 맞게 준비를 하고 회를 맛 본다. 셋 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정말 찰지고 고소하면서도 산뜻할 정도로 깔끔한 맛에 할 말을 잃는다.


제대로 먹어보겠다며 덤빈다. 워낙 눌러담았기에 꽤 뜨고 떠도 쉬이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성인 셋이서 한 팩 조금 더 해치우고 포기한다. 남은 회는 다음 날 아침, 참기름과 초장, 쌈장을 더 해 회비빔밥으로 해치웠다. 세 그릇 모두 밥만큼이나 회를 넣고서 말이다.


“사장님 말대로 정말 성인 셋이 제대로 먹긴 했다.”


양도 맛도 후회없는 곳이었다.

  1. 옥포활어막썰어횟집 : 경남 거제시 옥포로 19길 6 / 055-688-2204
  2. 메뉴 : 막썰이회 1kg 25,000원, 小 40,000원, 中 50,000원, 大 60,000원 (포장)
  3. 영업시간 : 10:00 ~ 20:00
  4. 주차가능 (인근 옥포시장 공영주차장, 노상주차장)
2020.06.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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