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풍요로운 길 - 광주 광산구 평림 요산요수길 1, 3코스 연계걷기
- 평림천따라 너른 들판 함께 하는 길, 2, 4코스는 감도산 옛길과 용진산 방향으로 이어져
- 넉넉하게 산책하기 좋은 1, 3코스 연계걷기, 남녀노소 누구라도 만족할 길
광주 광산구, 많은 이들에게 낯선 지역이다.
물론 그럴것이다. 광주광역시가 얼마나 크고 번화한가, 또한 얼마나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가는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구'로 나뉘어 들어간다면 사실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기란 힘들다.
몇몇 분들은 '송정'을 생각하며 떡갈비와 오리고기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외지인'들은 광주 광산구가'녹색관광', 즉 둘레길이나 등산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대대적으로 알려진 적이 없었던 것이다.
광주 광산구는 평림 요산요수길, 황룡강누리길, 왕동저수지고향길 등 다양한 둘레길 자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어등산과 용진산 등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수려한 산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평림 요산요수길 안내판 |
그 중 평림 요산요수길은 길 전체의 난이도도 평탄하며 하천과 들, 산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농촌의 분위기를 가진 길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평균연령이 가장 젊은 곳이라는 광산구에 이렇게나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있었는가 모두가 놀랄 정도로 고즈넉한 길이다. 총 4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코스는,
1코스 : 송산유원지 ~ 가마마을 (3.6km)
2코스 : 가마마을 ~ 버드쟁이들 (4km)
3코스 : 버드쟁이들 ~ 가마교 (3.7km)
4코스 : 명곡마을 ~ 사호동 (9km)
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합하면 20km가 넘는 둘레길로, 일찍 출발한다면 하루에 모두 돌 수 있을 정도의 거리이다. (단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로드프레스는 평림 요산요수길 1, 3코스를 연계하여 걸으며 광주 광산구가 가진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모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힐링 도보여행을 즐겨보았다.
송산유원지 맞은편의 강변에 위치한 평림 요산요수길 시작지점 |
출발지점과 주차할 곳 |
평림 요산요수길의 출발지점은 송산유원지의 북측방향 제방, 즉 송산유원지 주차장에서 강 건너편이다. 현재는 유원지를 통해 강을 건널 수 있는 보(청등보)의 길이 공사로 폐쇄되어 있으므로 차량을 이용할 시 송산유원지 주차장에 차량을 대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출발지인 송산유원지 북측 출구에 도착, 강변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는 것이 좋다.
송산유원지에서 강을 건널 수 있는 청등보의 길은 6월말까지 공사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참조하여 동선을 짜도 좋다.
출발지에는 빛고을 산들길의 안내판이 있으나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평림 요산요수길의 전체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안내판을 보면 1, 2, 3코스는 원점회귀가 가능하나 일시에 모두 걷는다면 일부 중복되어 걸어야 할 구간이 있다. 동선을 맞춘다면 1코스 - 3코스 - 2코스에서 명도마을에서 바로 4코스로 치고 올라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답사는 광산구의 이승래 관광정책전문위원님과 함께 하기로 하였으며 1코스와 3코스를 연이어 걷기로 하였다.
출발지점을 지나면 걷기 좋은 제방길이다. |
자연조성된 유채꽃밭 사이로 강물이 흐른다. |
출발지점을 벗어나면 자연스레 제방길로 이어진다. 차 한대가 다닐 넓이의 길, 한 쪽으로는 너른 들판이요, 한 쪽으로는 황룡강의 지천인 평림천이 이어진다.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는 '길'이다. 무엇이 좋은 길인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문득 예전에 인터뷰했던 내포문화숲길 문순수 사무처장이 말했던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길'이 머릿속을 스친다.
"내게 있어서 ‘잘 조성된 길’이라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언제나 올라가서 걸을 수 있는 길.
주변 마을,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그 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런 걸음들이 활성화 되어야 길이 생명력을 가지고 그런 길들을 이어나가는 것이 길을 만든다는 길이다.
그래서 나는 의외로 도심속의 녹지 길들을 좋아한다. 북한산둘레길, 사울둘레길, 군산 구불길도 그렇고. 그렇게 물 한병 챙겨서 반나절이건 한 나절이건 걷다가 돌아올 수 있는 가까운 길… 그런 길이 난 아직도 좋다."
-내포문화숲길 문순수 사무총장-
기암괴석을 옆에 두고 걷거나 깎아내리는 벼랑의 잔도를 걷는 길이 우리나라에서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어찌보면 우리는 '보기 힘든 풍경을 보거나 높은 정상이나 장거리 구간을 빠르게 정복하기 위해 걷는 것'에 너무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렇게 쉬엄쉬엄 걸으며 마음의 묵은 때를 벗기고 불어오는 강바람, 들바람에 피로에 축축하게 젖은 몸을 시원하게 씻어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너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바라보다. |
"사진으로만 보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습과 느낌이 닮아있네요."
드넓은 들판을 끼고 걷는 순간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그렇게 이 길은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좋은 길은 몸과 마음이 편안한 길이요,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 걷는 행위에서 만족이 오는 길일 것이다.
평림천을 따라 길에 대한 생각과 이 길이 가진 장점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3.6km를 지나 1코스의 종점인 가마마을에 도착했다.
가마마을 도착. 1, 2, 3코스의 접점이다. |
가마마을은 평림 요산요수길의 중요한 거점이다. 1코스의 종점이자 2코스, 3코스의 시점이다. 2코스의 경우는 순방향 기준으로 1코스 종점에서 직진, 명도마을을 지나 감도산 옛길을 따라 본촌마을과 만취정을 지나 도로에 접한 버드쟁이들(남동마을 입구)로 내려오게 된다. 3코스는 순방향 기준으로 버드쟁이들(남동마을 입구)에서 논을 가로질러 본량보를 지나 강변따라 동호교와 평림교를 지나 가마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우리는 1코스와 3코스 역방향을 연계하기로 하였으므로 바로 역 U자 방면으로 마을에서 건너 제방을 따라 다시 평림천으로 나아간다.
3코스 역방향으로 출발 |
요산요수란 이런 것이렷다 |
평림천을 따라 걷노라니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물길위로 야트막한 야산이 이어진다. 산이라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구릉이지만 그 구릉에 뿌리내린 소나무의 자태는 범상치 않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니 요산요수인가보다.
요산요수(樂山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라 하여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한 말이라고 하며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하니 어떤 변화와 부침에도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존재하고 아우르는 산의 모습이 어질기 그지 없으니 어진 사람이 산을 좋아하는 것이요, 물이 빠르면 빠른대로 길을 만들어 나아가고 깊으면 깊은대로 고요하게 정진하니 그 굽이와 흐름, 깊이의 낮고 깊음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깨닫고 성질을 읽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는 것일게다.
그렇다면 걷는 이는 어떠한가?
그저 관망할 따름이다. 그 물에도 길이 있고 산에도 길이 있으니 걷는 이는 물을 보며 따라걷고 산을 보며 따라 걸으니 어짐과 지혜로움을 모두 깨닫는 자일 것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가 주는 진리이다. 그래서 나는 우보천리의 千里는 天理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하늘의 이치, 순리가 묵묵히 걷는 것이다.
동호교를 지난다 |
"많이 좀 잡았소?"
구슬땀을 흘리며 제방 아래 밭을 일구시던 어르신이 우리를 보며 웃으신다. 등에 멘 가방과 등산스틱이 낚시도구로 보였을까. 반갑게 인사하며 낚시꾼이 아니라 길을 걸으며 조사한다고 하자 신기해 하신다.
"아 그라요잉, 수고허시요."
푸근한 미소를 등 뒤로 업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 답사는 길의 풍경과 느낌 만큼이나 '만만디' 답사이다. 물론 길을 답사하며 표식을 확인하고 부서진 곳 등을 체크한다. 현재까지는 부족한 감은 있지만 중요 갈림길 등에는 표식이 세워져 있어 약간의 보수만 더하면 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남아있는 표식이 오랜시간을 버티며 부식되거나 색이 바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각 코스의 시종점을 알리는 안내가 없다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
경로를 녹화하며 느릿느릿 걷는 걸음은 어느덧 본량보에 닿는다.
본량보의 모습 |
오늘의 도착지이자 3코스 시작지점인 버드쟁이들(남동마을 입구) |
버드쟁이들에 도착한다. 오늘의 도착지점이자 2코스와 3코스가 만나는 지점이다. 마을의 입구에서 잠시 쉬며 금일의 답사를 기록한다.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아니 그 어떤 생각이라도 꽉꽉 채워 다음채 물 한병 들고 느릿느릿 걸으며 마음 정리하기 좋은 길, 외지에서 온 이라면 광역시가 주는 번잡함을 잠시 벗어나 잔잔한 강과 너른 들, 아름다운 소나무가 펼쳐진 유채꽃밭 제방따라 걷기 좋은 길이다. 그래서 걷는 이를 어질고 지혜롭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의 장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다면 나는 '무채색'이 주는 평온이라 말하고 싶다. 큰 특색이 없이, 마치 우리가 인생을 살듯 그렇게 발밤발밤 걷는 길이다. 너른 들에서 풍요를 배우고 잔잔한 강에서 인내를 배우며 그렇게 바쁜 인생, 조금이나마 내 삶에 쉼을 주는 길이다. 그 수더분한 풍경 속에서 누구나 현자가 될 수 있다.
*요산요수길 1,3 코스 뿐만아니라 2,4코스, 이후 어등산 등산로와 각 방향 진입로까지 긴 일정간 직접 함께 답사하며 의견을 나누고 개선방향 등을 파악해주신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이승래 관광정책전문위원님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