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아 기지개 켜기 좋은 길 - 경기옛길 평해길 3코스 정약용길
- 남양주시의 기존 둘레길인 다산길과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어
- 어렵지 않고 쉽게 걸을 수 있는 길, 다양한 풍경과 문화재를 만날 수 있어 재미도 커
지난 202년 12월 29일 삼남길과 의주길, 영남길에 이어 네 번째 경기옛길 '평해길'이 개통되었다.
평해길은 구리시에서 남양주시를 지나 양평군까지, 남한강을 따라 이어진 10개 구간 125km의 트레일로 '관동대로'라는 별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강원도와 한양을 이어주던 길이었다.
이번 평해길 개통과 함께 경기옛길 앱도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 따라가기와 기록하기, 중요한 유/무형 문화재 앞에서는 오디오 가이드북 걷기 등의 기능으로 더욱 편안하고 가치있게 경기옛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고있다.
겨울의 마지막 즈음, 벌써 이른 봄이 내리는 그 날, 로드프레스는 경기옛길 평해길의 제 3코스 '정약용길'을 걸으며 겨우내 굳은 몸을 풀어보았다.
정약용길의 출발지점인 경원선 팔당역에서 |
팔당역에 도착한다.
팔당역은 경기옛길 평해길의 2코스 미음나루길이 끝나고 3코스인 정약용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정약용길은 약 13km에 이르며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로, 옛 남양주시 다산길 1, 2코스와 현 다산길 코스 등 기존 길과 대부분 겹치는 길이다. 남양주시의 기존 길인 다산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말년의 삶이 녹아있는 마재마을을 지나게 되며 전체적으로 남한강의 강변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이다.
평해길 리본 표식 |
정약용길에 대한 안내문 |
리본표식과 함께 갈림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향안내판 |
경기옛길의 안내체계는 각 코스의 시종점에 있는 해당 길에 대한 전체지도, 길이, 길의 특성 등을 안내한 안내도와 스탬프함(안에는 경기옛길 스탬프 가이드북이 들어있다,)과 구간 동안 촘촘하게 박혀있는 리본, 갈림길에서 방향을 안내하는 방향안내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리본 표식이 꽤 잘 되어 있고 방향안내판도 잘 부착되어 있어 걷는동안 방향을 찾기위해 헤매이는 일은 없었다.
여기에 또 하나, 경기옛길 걷기 앱이 새롭게 출시가 되었다. 현장에서 출발 전 다운로드를 받은 후 실행해본다.
경기옛길 앱 |
간단한 회원가입을 거쳐 코스소개에서 경기옛길 평해길의 3코스를 누르니 현 위치가 뜬다. 아래의 녹화 기능을 통해 바로 따라걷기를 할 수 있으며 특정 구간이나 문화재 앞에서는 오디오 가이드북 알림이 떠 해당 내용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팔당역에서는 경기옛길 3코스 정약용길에 대한 안내를 들을 수 있었다.)
기본적 기능과 조작 등이 기존 등산/트레킹 앱 램블러의 기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램블러에서 개발하여 지원한 것으로 회원가입시 연동도 되니 기존에 램블러 아이디를 가진 이는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남해바래길도 그렇고 평화누리길도 마찬가지, 이번에 경기옛길 또한 전용 앱이 계속 나온다는 것에 있어서는 한 번 찬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국의 수많은 둘레길에 각각의 앱이 있어야 할까, 그것을 하나로 묶어 공식 코스들을 소개하는 앱이 필요치 않을까 하는 의문이 다시 든다.
옛 다산길 1코스의 흔적 |
앱을 실행시키고 리본 표식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걷는다. 팔당역 인근에는 식당, 카페, 슈퍼 등이 있어 편의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다.
걷는 도중 옛 다산길 1코스 안내판을 발견한다. 빛이 바랠대로 바랜 표지판, 덩굴에 덮인 그 모습을 보노라니 세월이 무상하다. 사실 기존에 조성되었던 남양주시의 다산길은 꽤 걷기 좋은 길이었다. 한국고갯길 행사도 옛 다산길 4코스 '큰사랑산길'을 연계하여 열었을 정도이다. 그러나 여러개의 노선을 폐쇄하고 '다산길'이라는 1개 코스(남한강변을 따라 걷는, 즉 지금 경기옛길의 평해길 3코스의 상당부분 구간)만 새로이 남겨두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걷는다.
예봉산 아래로 올라간다 |
남한강 자전거길을 만난다. 이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
자전거에 달린 평해길 리본 |
도로를 따라 걷던 발걸음은 이내 예봉산 방면으로 꺾인다. 조금만 올라가면 남한강 자전거길을 만나게 된다.
이 자전거길은 옆에 걷는이가 이용할 수 있게 선을 따라 인도가 구분되어 있다. 한동안 이 자전거길을 따라 걷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폭이 넉넉하여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와 걷는 이가 안전하게 각자의 취미를 즐길 수 있다. 간혹 지나치는 자전거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그에 응대하며 어느덧 따사로와진 햇살을 따라 묵묵히 나아간다.
중간중간 쉼터가 잘 구비되어 있다. |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공존한다. |
탐조중인 사진동호인들 |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걷는 이보다 압도적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워낙 많은 이들이 자전거를 즐기기에 길의 중간중간마다 쉼터가 잘 구비되어 있다. 쉼터 뿐이랴, 카페나 라면 등을 파는 분식집, 식당 등이 자전거길을 따라 심심치않게 나온다. 열린 화장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어 걷는이도 잘 조성된 편의시설을 충분히 누리며 걸을 수 있다.
아래를 바라보니 한강변의 철새를 찍기 위함인지, 탐조중인 사진동호인들이 어마어마한 구경을 가진 렌즈로 강변을 주시하며 모여있다. 정약용길을 걸은지 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자전거, 걷기, 탐조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이들을 볼 수 있다. 모두 한강(남한강)이 준 자연을 토대로 즐기는 취미이다.
저 강물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봉안터널 |
터널 안은 밝게 조명이 잘 되어있다. |
걷다보면 터널을 만나게 된다. 옛 기찻길 위에 세워진 남양주 자전거길과 다산길, 평해길 인지라 이렇게 특별간 공간을 만나게 되는 것. 이 이후 양평군의 대표길인 양평 물소리길의 남한강 구간에서도 터널들을 지났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터널에서는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 터널안이 어두우니 선글라스를 벗으라고 방송으로 안내하고 있다. 터널 안에는 조명이 밝게 켜져 있어 걷는 이들에게는 큰 위험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다.
터널의 길이는 약 300m를 살짝 넘으며 터널을 지나서도 계속 직진해서 걷게 되어있다. 리본표식은 자전거길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일직선 방향인데다가 별도의 갈림길 구간이 없으므로 그대로 앱을 통해 직진을 확인하고 걸을 수 있었다.
팔당호와 어우러지는 주변 풍경 |
팔당댐 풍경 |
남한강 자전거길과 갈라지는 지점 |
터널을 나와 한참 걸으며 팔당댐을 지난다.
예빈산과 승원봉이 팔당댐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자전거를 즐기는 이를 제외하면 모든 풍경이 정적이다.
이제 다시 녹음을 내뿜을 준비를 하는 늦겨울의 산하, 아직 떠나지 않은 동장군이 밤새 내뿜은 추위에 얼어붙은 호수 가장자리, 맑은 물에 반영을 이루는 집과 다리 등 다양한 풍경이 걷는이를 잔잔하게 맞이해준다.
풍경에 취해 걷다보면 평해길과 남한강 자전거길이 나뉘어지는 분기점이 나온다. 연꽃마을 방향으로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방향안내판도 잘 되어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단, 이 갈림길부터 '다산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산길 표식도 있으니 참조하면 좋으나 평해길 정약용길과 다산길의 구간이 서로 상이한 구간도 있으니 평해길 리본을 따라 잘 걷도록 하자.
이 갈림길에 도착하니 경기옛길 앱에서 '평해길 3코스 정약용길의 뱃지를 획득하였다'는 알림을 받을 수 있었다.
갈림길의 쉼터. 좌측에 스탬프함이 보인다. |
경기옛길 스탬프함 |
스탬프함 안에는 스탬프와 가이드북이 들어있다. |
스탬프를 찍는다. |
경기옛길 가이드북(스탬프북) |
이 갈림길의 쉼터에서 팔당호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간다.
출발지인 팔당역에서 보았던 스탬프함이 이 곳에도 있다. 전통 목조가옥을 본떠 만든 스탬프함이 꽤나 고급스럽다. 안을 열어 가이드북을 하나 꺼내어 (팔당역 스탬프함 안에는 한 권밖에 없어 다음 이를 위해 챙기지 않았다.) 정약용길의 스탬프를 찍는다.
가이드북에는 경기옛길의 각 길에 대한 소개와 안내, 지도와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페이지 등이 적혀있어 정보로서 매우 충실하다.
스탬프를 날인하고 잠시 앉아 쉰 후 다시 길을 이어간다.
얼어붙은 강변 |
오래간만에 밟는 흙길(엄밀히는 야자매트길)의 느낌이 좋다. |
그렇게 이 겨울도 떠나보낸다. |
오래간만에 밟는 흙길(엄밀히 말하자면 야자매트길)의 느낌이 좋다. 그렇게 여태 걸어온 길보다 훨씬 더 강변에 붙어 걷게 된다. 아주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이 흙길 구간, 바로 옆엔 아직 두텁게 얼어붙은 음지의 강물이 빙판을 이루고 있는 이 길이 좋다.
아무리 동장군이 거세어도 결국 시간의 섭리를 거스르지는 못한다. 이미 양달에서는 햇빛을 받아 흙들이 녹으며 생명의 기운을 내뿜고 있다. 파랗게 돋아난 가지의 새싹들이 늦겨울 풍경과 어우러지니 가는이를 떠나보내고 오는이를 맞는 날이 오늘인 셈이다.
이제는 온전히 걷는 길이기에 자전거는 커녕 오가는 이 하나 없다. 이 한적함 속의 풍경을 오롯이 혼자 차지하니 참으로 즐겁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소박한 강변 풍경은 오래 지나지 않아 사라지게 된다.
철문을 지나 임도를 오른다. |
다산생태공원을 만난다. |
생태공원 내의 조형물. 다산 정약용의 저서를 소개한 듯 하다. |
어느덧 강변과 멀어지며 임도를 따라 오른다. 철문을 지나 농장을 옆에두고 임도를 통해 얕은 언덕을 하나 넘어 내려가면 탁 트인 풍경이 나타나고 다산생태공원을 만나게 된다.
다산생태공원은 정약용 유적지 내에 있는 공원으로 너른 공간에 산책로와 다산 정약용에 관한 조형물 등이 설치되어 쉬엄쉬엄 걷기 좋다. 강변과 맞닿아 풍경도 으뜸인지라 많은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정약용 생태공원에서 강변 풍경에 취해 걷다가 깜박 리본을 잊어버렸다. 약간 돌아서 다시 코스를 찾아 나온다.
다산 문화관과 정약용 선생 생가 |
다양한 다산 유적지의 풍경 |
다산생태공원을 나오면 바로 우측에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다산문화관에서 실학관련 자료와 유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야외 시설에는 거중기를 비롯한 다양한 옛 기구들을 볼 수 있다.
이 길의 이름, 이 길의 주제가 바로 다산 정약용 선생 아니던가. 걷는 걸음을 잠시 틀어 안의 유적과 문화재 등을 답사하며 조금은 지친 걸음을 쉬어가도 좋다. 주변에는 식당과 편의점, 카페 등이 있어 더욱이 걷는이들을 쉬어가라 부르는 듯 하다.
마재고개 갈림길에서 마재마을 방면으로 내려간다. |
마재 성지의 모습 |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둘러본 후 도로를 따라 나 있는 인도로 오르막을 향해 걷는다. 리본 표식이 잘 되어 있어 헤멜 염려는 없다만 오래간만에 나오는 오르막 도로인데다 훌쩍 올라간 기온과 따사로운 햇살에 은근히 땀이 난다. 두텁게 입은 겨울 패딩이 야속할 지경이다.
이렇게 더운 숨을 내쉬며 잠시 오른 고개는 마재고개이다.
이 고개는 말을 타고 고개를 넘었다고 하여 마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정약용 선생은 다산시문집에서 "예전 임진왜란 때에 이곳의 산천이 수려하여 정기를 눌러놓기 위해 왜인들이 마을 뒷 산에 철로만든 말(철마)을 묻었고 이후 이 철마 때문에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기곤 하자 마을 사람들이 콩과 보리 등을 삶아 철마에 제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며 "철마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그저 마을의 오래된 관습일뿐"이라고 이어 적었다. (실제로 마을 뒷산을 쇠말산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마재고개에서 마재마을로 내려가면 천주교 마재성당이 나오고 마재성지를 만날 수 있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명도회장이자 최초로 한글 교리서를 쓴 정약종 (정약용 선생의 형) 아우구스티노와 그 아들 정철상 가롤로, 정하상 바오로, 정정혜 엘리사벳, 유조이 체칠리아를 기념하여 봉헌된 성지로 위의 가족들은 모두 순교하였다.
능내역의 풍경 |
다시 시작된 남한강 자전거길과의 동행. 저 멀리 운길산이 보인다. |
쉼터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양수리 쪽 풍경 |
평화로운 마재마을을 지나 걸음은 능내역에 닿게 된다.
능내역은 이미 소박한 폐역의 풍경과 전시가 함께 하는 간이역사로, 많은 이들이 찾는 지역의 유명한 관광자원이다.
이 능내역과 뒤의 카페를 보니 약 1년 반 전에 한국관광공사의 '우리 함께 걸을까' 프로그램에서 '플로깅' 행사를 맡아 진행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 때에도 이 곳을 찾았었다.
한국고갯길로 찾았던 예봉산, 운길산과 운길산역, 팔당역... 그리고 다시 만난 능내역까지, 정약용길을 걸으며 딱히 과거를 회상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당시의 풍경과 내 모습이 투영된다.
과거 그 때의 나는 1년 반 후에 조금은 더 나이가 먹었지만 조금은 더 무언가를 내려놓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 길을 다시 걷게 될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능내역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 능내역부터는 다시 남한강 자전거길을 만나게 된다. 다시 자전거길 옆의 걷기 길을 따라 운길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저 멀리 웅장한 기세의 운길산이 조금씩 다가온다.
남양주에 올 때마다 궁금했던 슬로시티길 |
운길산 역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 길 옆으로 산을 향하는 오솔길이 있다. 그리고 '슬로시티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예전 운길산 정상에서 수종사를 지나 내려왔을 때 산 중턱 어딘가에서도 봤던 표지이다.
'슬로시티길', 이름도 좋고 취지도 좋은데 또 하나의 남양주시에 자리한 길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에 궁금증과 더불어 '참으로 길도 많다.'며 내심 언짢게 생각했었다.
그래도 그 때보다 시간도 흘렀고, 또 거의 내내 포장된 길과 평지를 따라 걷다보니 은근슬쩍 저 산으로 난 오솔길에 더욱 마음이 간다.
솔직히말해 저런 길을 더욱 좋아하게 된 것도 있다. 걷다보니 취향도 바뀌는 법이고 점점 더 홀로 걷게 되는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오늘은 정약용길에 매진하기로 한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운길산역 부근에서. 정약용길은 좌측의 샛길로 빠진다. |
누군가의 친절한 안내 |
도착지인 운길산역 |
운길산역 부근에서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냥 나아가면 자전거길을 따라 직진하게 되므로 안내를 따라 좌측의 샛길을 통해 운길산역으로 내려온다.
운길산역에 도착하면 드디어 경기옛길 평해길 3코스 정약용길의 여정이 끝난다.
경기옛길 앱에 기록을 저장한다. |
앱을 열어 걷기를 종료하고 기록을 업로드한다. 나의공간에서 경기옛길 스탬프에 온라인으로 찍힌 스탬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기존 램블러의 기능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 램블러에 익숙한 이라면 금방 적응,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앱을 켠 상태애서 걷는 동안 두어차례 따라걷기(기록 녹화)가 종료되어 확인하고 다시 녹화를 시작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앱 내의 오류인지 내 실수로 무엇을 잘 못 눌렀는지 확실치 않다.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스탬프건 무엇이건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 떳떳하면 그것이 전부이고, 사실 걷는 행위가 크지 어떤 구간의 완주의 유무가 개인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겨우내 굳은 몸과 다리를 기분좋게 풀 수 있는 4시간이었다. 한강변의 풍경도, 그 사이서이 만나는 마을의 모습도, 익숙한 산들의 전경도... 그 무엇도 지금 새롭게 다시 선 나를 축복해주는 듯 하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거나 깨달으며 걷는 길이라면 낯 뜨거운 이야기일게다. 그저 겨울의 말미, 봄을 기다리며 환영하듯이 걷는, 또 다른 시즌의 준비를 시작하는 그런 길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내 개인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이제 또 새로운 계절과 함께 우리의 삶이 다시 시작되려한다. 그 시작에 맞춘 예열의 준비, 정약용길에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도 좋고 또 다른 누군가와도 걷기 좋은 길이다.
*운길산역에서 출발지인 팔당역까지는 지하철 한 정거장이다. 참으로 걷기좋고 돌아가기 좋은 교통의 편의성을 잘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