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맛 보는 진정한 '닭 한마리' - 토종닭 코스전문 진솔통닭

[푸드]by 로드프레스
- 전국에서 가장 큰 토종닭을 키우는 해남군, 닭 코스요리 전문점 특성화

- 구이와 불고기, 육회, 백숙 등 다양하게 즐기는 코스요리

해남읍 닭요리촌에 위치한 진솔통닭

해남읍 닭요리촌에 위치한 진솔통닭

"해남에서 뭐 드셨을까요잉?"


​작년 해남 답사시, 해남군청의 담당자분이 웃으며 물어본 일이 있다. 나름 답사시 꽤 열심히 준비를 해 갔던터라 유명한 기사식당, 백반집과 팥칼국수집 등 거쳐온 곳을 줄줄 읊으니 "여그저그 많이도 드셨네요잉!"하고 놀라신다. 하지만 "해남 통닭은 드셔보셨는지?"라는 질문엔 답변을 내어놓지 못했다.


​"해남 왔으면 통닭을 드셔야지. 쩌그 통닭거리가 있는데..." 하신다.


​해남에선 특별하게 튀기나? 아니면 양념에 뭔가 지역색을 띈 무엇인가가 들어가나? 싶었다. 그때의 나에게 '통닭'은 - 만인이 생각하듯 - 그렇게 노랗게 잘 튀겨진채 다리를 활짝 열고 겹겹이 쌓여진 그 음식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내 의문을 읽었을까, 바로 설명해 주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요는 이러했다. "처음을 계란 삶은 것과 찬이 나오고 닭 소금구이가 나오고 닭 육회가 나오고 닭 불고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닭 백숙이랑 닭죽이 나온다..." 말 그대로 닭 한 마리로 낼 수 있는 코스요리라 했다. 


​당시에는 아쉽게도 올라갈 참, 부디 다음엔 꼭 먹어보마하고 가슴에 담아왔는데, 이제사 그 원을 풀 수 있었다.

기본찬과 쌈채소 옆에 토종닭이 낳은 삶은 계란도 놓인다.

기본찬과 쌈채소 옆에 토종닭이 낳은 삶은 계란도 놓인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던 닭 소금구이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던 닭 소금구이

진솔통닭은 닭요리촌에 위치한 여느 통닭집처럼 토종닭 한 마리 코스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차림 정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코스의 구성이나 내오는 순서는 어디라도 대동소이하다기에 한 바퀴 돈 후 발 닿는대로 들어가보았다.


​먼저 나오는 것은 기본 찬 (김치류, 나물류)과 쌈채소, 그리고 모두부, 부침개와 삶은 계란이다. 토종닭이 낳은 것일까?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달걀의 크기와 고소함 모두 만족스러웠다. 


​남도의 묵은지에 모두부를 얹으니 미처 닭 요리가 나오기 전부터 흥이 돋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해남의 모든 김치는 보물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실망한 일이 없다.


​닭 소금구이는 날개와 닭봉, 닭발(닭다리가 아닌 통 닭발이다.)을 구워 나온다. 그 크기부터 토종닭의 위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쫄깃하게 씹는 느낌도 일품이지만 닭 특유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어우러져 즐거이 먹을 수 있다.

닭 육회. 껍질과 닭 모래집 부위이다.

닭 육회. 껍질과 닭 모래집 부위이다.

한 번 드셔보시겠습니까?

한 번 드셔보시겠습니까?

여기서 나오는 것이 닭 육회.


​사실 이 접시를 놓고서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물론 생선회, 쇠고기 육회 등 날 것을 먹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한국인이라지만 닭은 정말 TV의 저녁프로에서나 지방 특별식 등으로 본 정도였다.


닭고기 육회라... 그것도 계육 부위가 아닌 닭 껍질과 닭 모래집이다.


​용기를 내서 먼저 먹어본 행사담당자는 "아! 이거 생각외로 괜찮은데요! 잡내 전혀 없이... 닭모래집은 세꼬시 같은 느낌도 납니다!"하고 말을 한다.


​그래서 용기내어 껍질과 모래집을 한 점씩 기름장에 찍어 먹어보았다. 가뜩이나 닭 모래집을 즐기지 않는 나에겐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 입 먹고 씹은 이후, 나는 닭 모래집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바로 이 신선한 육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산뜻하고 향기로울 정도로 깔끔한 맛, 특히 그 서걱거리는 치감이 놀라울 정도이다. 닭 껍질또한 씹는 맛과 감칠맛이 으뜸이다. 선입견이 완전히 박살나는 순간이다.

닭 불고기 (닭 주물럭이라고도 한다.)

닭 불고기 (닭 주물럭이라고도 한다.)

씹는 맛이 좋다.

씹는 맛이 좋다.

다음에 등장한 것은 닭 가슴살 등의 부위로 만든 닭 불고기(아주머님 말로는 닭 주물럭)이다. 매콤하고 달달한 고추장 양념은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그 맛이다. 닭가슴살이 퍽퍽한 부위이지만 이렇게 매콤달콤한 양념과 버섯까지 곁들이니 씹는 맛이 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맛인만큼 반대로 말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 아닐까 싶다. 닭갈비를 좋아한다면 더욱 익숙할 것이다.

닭 백숙이 그릇에 오른다. 그 크기를 보자 "항복"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닭 백숙이 그릇에 오른다. 그 크기를 보자 "항복"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녹두를 넣고 푸욱 끓인 죽

녹두를 넣고 푸욱 끓인 죽

사실 아무리 답사를 마치고 허기가 땅끝까지 내려온 성인 두 명이라도 "전국에서 가장 큰 토종닭을 내 온다"는 그 해남의 닭 한마리를 모두 해치우기엔 불가능이다. 기세좋게 상을 차릴 때 "성인 두명 왔다고 닭 작은 것 주시면 안 되요~!" 했던 호기가 허세나 다름없게 변한다.


​닭 불고기를 다 먹는 동안 나온 닭 백숙과 닭 죽은 말 그대로 우리를 한 없이 유순하게 만들었다.

토종닭의 쫄깃함, 그 맛은 이 백숙에서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 기름장에 찍고 묵은지에 싸서 입에 넣어도 그 강렬한 반발감마저 느껴지는 육질은 "와... 씹는 맛과 질김은 이렇게나 다르다. 정말 씹는 맛이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만복은 이미 예전부터 도달했건만 그래도 녹두를 넣고 끓인 닭죽을 마다할 순 없다. 곱게 우러난 그 죽을 통해 겸허히 속을 다스린다.

'맛있는 녀석들'이 왔다갔다. '알쓸신잡'의 유시민작가의 추천맛집이고 수요미식회에서도 왔다고.

'맛있는 녀석들'이 왔다갔다. '알쓸신잡'의 유시민작가의 추천맛집이고 수요미식회에서도 왔다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주방에 붙은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요새 유명한 맛집 탐방 프로그램도 왔다 갔고, 전 정치인이자 기고가인 유시민 씨도 이 곳을 자주 들른다고 써져있다. '추천맛집' 이라고...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다. 일단은 닭의 크기와 육질이 일반적인 시선을 뛰어넘는데다 소금구이, 육회, 불고기, 백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그 구성, 그리고 각각의 맛의 특색이 정말 기가막힐 정도로 조화롭다.


​여기에 맛 좋은 밑반찬과 함께 남도의 정이 어우러지니, 닭 한 마리 제대로 먹었다 싶다. 어디가서 누가 '닭 한마리'를 논한다면 그래도 "진짜 닭 한 마리가 뭔 줄 알아?"하며 젠 체 할만하지 않은가?


​해남을 찾는 이들, '통닭' 한 마리 해보시겠는가? 허리띠 제대로 풀 각오를 하고 말이다.


● 진솔통닭 :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262 / 061-536-4643

​​● 메뉴 : 토종닭 60,000원, 오리 60,000원 (3~4인분)

​​● 영업시간 : 10:00 ~ 20:00 (19시 마지막 주문)

​​● 주차가능

2021.03.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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