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을 품다] 봄이 내려앉은 삼형제 섬따라 이어걷기 - 옹진군 신, 시, 모도 연계 하이킹

[여행]by 로드프레스
- 삼목선착장에서 10분 거리의 섬 신, 시, 모도

- 갯벌과 서해의 바다가 아름다운 둘레길과 어우러져 장관

- 연도교로 이어져 걷기 좋고 모도에서는 섬 마을버스 이용해 선착장으로 편하게 복귀해


로드프레스는 연중기획으로 인천 옹진군의 섬들을 하나하나 직접 찾아 대표 코스를 걸으며 하이킹 정보와 풍경 등을 소개하는 [그 섬을 품다] 코너를 연재하려고 한다. 가장 가까운 신, 시, 모도부터 가장 먼 백령도까지, 월 1회 옹진군의 섬들을 찾아 그 섬이 가진 풍경과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봄이 한가득 만발한 이 때, 겨우내 웅크러진 굳은 몸도 덩달아 활짝 펴진다. 많은 이들이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가며 몸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그래도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있는 이 때, 한적하게 섬 트레킹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자연스레 지키면서 홀로 힐링과 낭만을 가득 즐길 수 있는 섬이 있다. 바로 인천 삼목 선착장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 섬, 인천 옹진군의 신도와 시도, 모도(이하 신,시,모도)이다.


신도에서 시도와 모도는 모두 연도교로 이어져 있어 한 번에 세 섬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다. 특히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트레킹 천국' 장봉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이 신,시,모도는 걷는 이들에게도 '환상의 섬'으로 기억될 만한 아름다운 섬이다. 오히려 아직 그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4월의 벚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날, 로드프레스는 신,시,모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고 그 섬을 품기위해 떠났다.

1. 삼목선착장에서 신도까지

삼목선착장. 신도와 장봉도를 잇는 카페리를 탈 수 있다.

삼목선착장. 신도와 장봉도를 잇는 카페리를 탈 수 있다.

삼목선착장에 차를 주차한 후 매표소로 향한다. 삼목선착장은 신도와 장봉도를 잇는 카페리를 탑승할 수 있는 곳으로 매표소에서 승선자 명부를 작성한 후 목적지로 향하는 표를 매표할 수 있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신도까지는 약 10분, 장봉도까지는 약 40~45분이 소요된다.


승선요금은 신도까지는 편도 2,000원, 장봉도까지는 3,000원이다. 도서주민은 일부 할인이 적용된다. 출발시간은 아래의 시간표를 참고하면 된다.

삼목선착장 배 시간표

삼목선착장 배 시간표

코로나19로 인한 발열체크를 마치고 승선자 명부 작설, 발권까지 마치면 배에 탑승하면 된다. 탑승직전 다시 한 번 신분증과 배표를 확인하므로 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표와 신분증을 넣어두는 것이 좋다.


참고로 신도에 내려 선착장을 지나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가며 슈퍼를 한 곳 만나기는 하지만 아침 일찍은 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매표소 인근 상점이나 매표소 내의 매점 등을 이용,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 물 등을 구비할 수도 있으니 참조하면 좋다. 사실 신도, 시도, 모도 모두 식사나 보급을 할 수 있는 곳은 충분한 편이다.

오늘은 좌측의 세종9호에 탑승했다. 배 뒤로 신,시,모도가 보인다.

오늘은 좌측의 세종9호에 탑승했다. 배 뒤로 신,시,모도가 보인다.

삼목선착장을 뒤로 하고 배는 출항한다.

삼목선착장을 뒤로 하고 배는 출항한다.

신도와 장봉도를 잇는 모든 배는 차량 또한 승선이 가능한 카페리이다. 승선 후에는 2층의 선실 (해운사의 배에 따라서 지하에 선실이 있는 경우도 있다.)에서 출발을 기다린다. 약 10 분 후면 바로 맞은편의 신도에 닿게 된다.

2. 신도 코스

신도에 도착. 매표소인 신도바다역이 보인다.

신도에 도착. 매표소인 신도바다역이 보인다.

신도에 도착하여 본격적으로 신,시,모도 연계 하이킹을 시작한다.


신도에서의 코스는 구봉산 둘레를 도는 하이킹이 주가 된다. 신도의 대표적인 둘레길인 해안누리길은 아쉽게도 구봉산 둘레의 극히 일부만 걷다가 바로 시도 연도교로 내려오게 되는데 신도에서는 구봉산의 둘레를 도는 둘레길을 걷지 않으면 신도를 걷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구봉산 둘레길을 반드시 걸어야 한다.


물론 신도 전체의 산을 본다면 구봉산을 제외하고 신도 북동쪽으로 왕봉산과 안산도 존재하지만 작년에 구봉산에서 두 산을 연계하여 걸어본 결과 큰 만족도가 없을 뿐더러 안산에서의 하산길이 관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지라 이번 하이킹에서는 제외했다.


신도 바다역(매표소)을 지나 도로를 따라 신도의 안으로 들어간다. 슈퍼를 겸하는 식당 몇 곳과 카페 등이 위치해 있어 너무 이른시간에 오지 않았다면 이 곳에서 물과 간식을 사거나 식사 등을 할 수 있다. 식사로는 신,시,모도와 장봉도에서 명물로 팔고 있는 소라비빔밥(1만원)이 괜찮다.

등산로 입구

등산로 입구

구봉산 둘레길 구간, 노란색 둘레길

구봉산 둘레길 구간, 노란색 둘레길

도로를 따라 나아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고 건축자재를 파는 곳 옆으로 등산로 표지판이 안내되어 있다. 이 등산로 표지판을 보며 오늘의 구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좋다.


빨간색 선으로 된 '해안누리길' 구간은 매우 짧게 신도를 지나는 구간으로 하이킹에 있어서 큰 매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추천할 만한 것은 지도상에서 노란색으로 길게 구봉산을 두르는 산책로인데 말 그대로 '신도 하이킹'에 있어서 이 이상의 매력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추천하고픈 코스. 


차 한대가 다닐 정도로 넓은 산책로는 갖가지 꽃과 나무, 새소리로 가득찬 힐링로드라 할 수 있다. 크게 오르내림이 없이 편안하게 산의 중턱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이다.


산의 정상을 좋아하는 이라면 중간에 구봉산의 정상을 오를 수 있겠지만 정상석이 별도로 크게 세워져 있거나 뷰가 좋은 편은 아니므로 (멋진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한다.) 걷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5분 정도 살짝 오르면 임도, 즉 구봉산 둘레길을 만나게 된다. 구봉산을 따라 다양한 짧은 길들이 곳곳마다 안내되어 있지만 크게 한 바퀴를 돈다고 생각하고 진행하면 중간에 코스를 헷갈릴 일이 없다.

아름다운 구봉산 둘레길

아름다운 구봉산 둘레길

임도 사거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봉산 둘레길.


참으로 때를 잘 만났다 싶다. 벚꽃과 진달래가 어우러진 숲길은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오로지 산새 소리가 전부인 곳, 가끔씩 신도 바다역에서의 방송이 배가 들어오고 나감을 알릴 뿐이다.


분명 등산복장으로 내리는 이를 몇 보았는데 경로가 다른 듯 하다. 이 둘레길 내에서는 멀찍이서 쫓아 걸어오는 노부부 한 쌍(해안누리길을 물으시기에 시간과 여력이 되신다면 날이 좋으니 구봉산 둘레따라 도는 것이 후회없을 것이라 조심히 권해드렸다.)이 전부이다.


발써 나비도 지천이고 송충이류의 애벌레도 조금씩 꼬리에서 긴 줄을 뿜으며 바람에 흔들린다. 봄이다. 섬의 봄이다.


굽이지며 돌 때마다 얼핏 보이는 바다와 갯벌, 넓게 확 트인 풍경은 구봉정에서 볼 수 있으니 그렇게 나무 사이로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구봉정의 모습

구봉정의 모습

구봉산의 동쪽 끝에서 꺾어지고 휘어지는 길은 벚꽃이 만발한 길이다. 신도의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왕봉산, 안산의 산세와 해안선을 눈으로 더듬어 본다. 그렇게 기분좋게 걷다보면 구봉정을 만난다.


구봉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구봉정 앞에는 망원경으로 바다와 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잘 조성되어있다.


언제 올라와도 이 구봉정에서 맞는 바닷바람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땀을 훔치고 목을 축인 후 올해 첫 신도 답사를 자축한다. 길은 여기에서 구봉산 정상을 향하는 좁은 등산로와 그대로 둘레길로 이어지는 "느리게 걷는 길"로 나뉜다. 느리게 걷는 길을 선택해 우거진 꽃길을 걷다 왕봉산 방면 갈림길에서 성지약수터 방면으로 꺾어지면 구봉산 둘레길은 얼추 다 돈 셈이다.


2017년에 방문했을 때에는 성지약수터에 물이 졸졸 흐르고 물 맛을 볼 수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음용불가로 지정되었고 물 조차 말라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약수터를 지나 계속 걸으면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 당시 가수 비와 송혜교, 스텝들이 오랜기간 묵었던 신도펜션을 옆에 두고 내려오게 된다.

시도 연도교

시도 연도교

도로를 따라 시도 연도교를 향해 걷는다. 시도 연도교 입구 쪽으로 식당 몇 곳과 슈퍼가 위치해 있다. 시도에도 식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코스와는 약간 떨어져 있으므로 식사를 꼭 해야겠다 싶으면 시도 연도교 입구에서 해결해도 좋다. 슈퍼도 있으나 시도연도교를 지나 약 50m 정도만 나아가면 웅진농협 시도지점에서 농협 안에 아주 작은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므로 음료나 간식 등은 그쪽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싸다. 단, 일요일에는 하나로마트가 문을 닫으니 참조할 것.


이제 시도 연도교를 지나 시도로 넘어간다.

3. 시도 코스

시도 해당화길

시도 해당화길

시도 연도교를 지나 시도에 닿았다면 바로 옆으로 난 제방을 따라 시도 해당화길로 걷게 된다. 


전체적으로 시도의 하이킹 코스는 해당화길을 따라 시도의 해안선을 돌아 수기해변에 이른 후(이 부분의 코스는 해안누리길 시도구간과 일치한다.) 수기해변을 지나 수기전망대를 통해 산을 넘어 노루메기로 나아가 모도 연도교를 만나게 된다. 신도의 구봉산 처럼 산을 도는 길은 아니지만 수기해변에서 전망대 넘어 한전까지는 낮은 산을 하나 넘게 된다.


수기해변에는 CU 편의점이 하나 존재한다. 다만 평일날에는 닫는 경우도 있으므로 시도 입구의 농협 시도지점 하나로마트에서 미리 필요한 것을 구비해도 좋다.

해당화길 중간의 벤치. 갯벌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해당화길 중간의 벤치. 갯벌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시도의 해당화길은 해당화가 만발할 때에는 빨간 색 꽃이 짙은 흑색의 갯벌과 푸른 바다, 하늘과 대비되어 굉장히 인상적인 길이다. 모도에도 해당화길이 마지막 구간에 있으나 답사 시기에는 해당화철이 아니라 장관을 볼 수 없었으니 아쉽다. 그래도 벚꽃과 진달래의 만개를 감상했으니 충분하다. 모두 가질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길게 뻗은 제방을 따라 걷다보면 곧 시도의 끄트머리에 닿는다.


여기서 만약 썰물, 혹은 썰물이 진행 중이거나 만조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면 섬의 가장자리로 난 도로를 따라 해안선을 돌아 수기해변으로 나아가면 시도를 좀 더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만조이거나 만조 전, 물이 한창 차오르는 중이라면 위의 펜션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섬의 끄트머리로 나아가다 좌측의 숲 산책로를 통해 수기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어느 길이라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초행이라도 염려할 일은 없다.

시도의 끄트머리를 돌아 해안가로 나아간다.

시도의 끄트머리를 돌아 해안가로 나아간다.

해안가에서 바라본 작은 바위섬

해안가에서 바라본 작은 바위섬

바다에 의한 침식작용을 잘 관찰할 수 있는 해안 도로는 시도의 또 다른 묘미를 보여준다. 만조때에는 바다에 잠기는 길로, 작년 답사시 막 물이 빠지기 시작할 때에는 도로 가득 칠게(빵게)류의 작은 게들이 길을 오갔었다.


섬 끝에서는 도로가 끊기고 갯바위 위를 걸으며 해안선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제대로 된 해안 트레킹인 셈이다. 작은 바위마다 굴, 따개비 등이 가득 붙어있다. 껍질이 날카로우니 조심히 걷자. 특히 작은 바위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걸음에 집중해야 한다.


수기해변 전으로는 잘 발달된 갯바위와 암석 지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만 바닷물에 젖어 있을 때에는 바위에 따라 굉장히 미끄럽기 때문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걸어야 한다. 큰 바위 위에서 바로 앞의 아담한 바위섬을 바라보는 맛은 이 구간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기쁨이다.


갯바위 구간을 잘 지나면 어느새 눈 앞으로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갯벌이 나타난다. 시도의 자랑인 수기해변이다.

아름다운 수기해변의 풍경

아름다운 수기해변의 풍경

갯바위와 갯벌이 전부라 여겨졌던 신,시,모도의 바다에 이렇게나 고운 모래사장이, 이렇게나 한적하고 평화로운 너른 해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특히나 하이킹을 즐기던 이들이라면 갑자기 바뀌는 이 풍경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도저히 쉬어가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 할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 평일이건만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은 조개를 잡는다고 웃으며 갯벌놀이 중이다. 요즘은 개근상이 의미가 없어졌으며 '체험학습'을 통해 가족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끔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자연에서, 가족들과 쉬면서 배우는 것이 더욱 EQ나 감성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해변을 가득 채운 가족의 웃음소리에서 좋은 깨달음을 얻게된다.


이 수기해변에는 리조트펜션 건물과 함께 CU 편의점과 식당겸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여태 5년 이상 매년 1~2회 신,시,모도에 오는데 이 편의점이 문을 닫았던 적은 한 번 정도, 평일에도 웬만해서는 항상 열려있었다. 다만 근래 생긴 1층의 식당 겸 카페는 평일에는 닫힌 경우가 많았으므로 배가 고픈 경우에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냉동식품류를 통해 배를 채우면 좋다. (섬 특성상 햄버거나 김밥, 도시락류는 구비가 안되어 있다.)


편의점에 비치된 테이블에서 간단히 요기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전체 구간을 본다면 이 수기해변은 전체 일정의 중반을 약간 넘은 구간으로 길게 한 번 쉬어가기에 적합한 곳이다.


충분히 쉰 후 다시 수기전망대를 향할 때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는 편의점 옆에 바로 산으로 오르는 오르막 구간과 두 번째는 해변을 좀 더 지나 나타나는 계단 오르막 구간이다. 두 번째 오르막 구간이 볼 것이나 즐길 것이 좀 더 많은 편이므로 편의점을 지나 해변을 따라 조금만 더 나아가 계단을 올라 트레일로 진입하자.

해안 절벽을 따라 아름다운 오솔길이 나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아름다운 오솔길이 나 있다.

수기전망대에 서다.

수기전망대에 서다.

아름다운 산책로는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해안절벽을 둔 채 구불구불 나 있다. 물론 아찔할 정도로 높은 벼랑에 맞닿은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아래로는 나무 사이로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가 내려다보이는 길, 그 길에 피어난 봄꽃과 소나무의 어우러짐이 달큰하기 짝이 없다.


누군가 떨어진 진달래로 만든 길 위의 하트를 지나 감성이 풍부해진채 걷는다. 언제나 걷는이에게 최고의 매력과 만족도를 주는 이 섬에 감사할 무렵, 탁 트인 바다와 신도의 북쪽, 강화도를 조망할 수 있는 수기전망대에 도착한다.


방금 전 편의점에서 쉬었지만 이 전망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잠시나마 테이블에 앉아 바닷바람을 시원하게 맞는 호사를 누려본다. 이 수기전망대에서 박절을 지나 작은 고개를 하나 넘을때까지 짧은 오르막길이 이어지니 잠시 쉬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박절 고개를 지나 한전으로 향한다.

박절 고개를 지나 한전으로 향한다.

수기전망대에서 박절로 오르다보면 옛 해안초소가 폐허속에 터만 남은 채 방치되어 있다. 이 박절 구간은 가가 도깨비가 살고 있어 "가~ 가~" 소리를 세 번 듣기 전까지 도망가지 않으면 도깨비에게 잡혀간다는 전설이 있어 어린 아이들이 접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절벽이 험해 '박절'이란 지명이 붙을 정도로 위험한 곳인지라 어린아이들이 자칫 사고를 당할 수 있어 어르신들이 도깨비 전설을 만들어 일부러 마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지 않았나 싶다. 충분히 지형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듯 하다는 생각이다. 상상 속에서 어르신과 마을 아이들의 밀고당김이 전해진다. 괜시리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 박절에서의 오르막은 아마 시도 코스에서 유일한 오르막 구간일 것이다. 짧은 거리이지만 그래도 여태 걸어온 것이 있어서인가 나름 땀이 스며나온다. 그래도 몇 번 숨을 몰아쉬다보면 정상께의 쉼터를 지나 곧 내리막길로 내려오게 된다.


한전까지 쭈욱 내리막을 따라 마을로 향하는데 그 소나무가 그림처럼 뻗은 사잇길로 걷는 매력이 굉장하다. 어쩌면 이 아름다운 길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뺏기기 싫어서 가가 도깨비를 만들어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노루메기로 향하는 길. 바다 건너 모도가 보인다.

노루메기로 향하는 길. 바다 건너 모도가 보인다.

소나무숲 사이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 마을을 만난다. 마을을 지나 한전이 나타나면 노루메기로 향하는, 옛 시도분교 뒤쪽으로 난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르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잡초가 우거져 폐허였던 시도분교는 새로운 공사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창이다. 그 뒤로 걷다보면 시도 공동묘지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은 옛적부터 밤에 귀신을 본 이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해가 잘 들어오고 바다를 내려다본 명당 중의 명당 자리로, 옛 시도 주민들 대부분이 뭍힌 곳이기에 악한 귀신은 아니지 않았을까 홀로 추측해본다.


이 시도 공동묘지 옆 노루메기로 향하는 길에서는 시도 바다의 풍경과 모도가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어디를 보아도 뷰 포인트나 다름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을 따라 노루메기 펜션, 쉼터로 내려오면 바도 모도 연도교로 이어진다. 참고로 노루메기 쉼터는 슈퍼도 겸하고 있으나 평일에는 종종 닫는 경우도 있다.

4. 모도 코스

모도 연도교 입구의 조형물과 바위섬

모도 연도교 입구의 조형물과 바위섬

모도 연도교는 2021년 4월 현재 바로 옆에서 신모도교(보행자 전용교) 공사가 한창이다. 시도 연도교는 보도가 있었으나 모도 연도교는 보도가 없으므로 갓길을 통해 오가는 차를 주의하며 걷도록 한다.


모도 코스는 모도의 입구에서 시작되는 모도리 해안둘레길 표지판에서 1코스, 즉 4.5km의 가장 긴 코스를 걷는 것이 좋다. 모도의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숲길을 따라 모도를 한 바퀴 돌 수 있으며 시든물 해변, 뾰족바위 해변, 물섬고리, 강돌해변 등 모도의 소박한 해변과 해안선을 둘러볼 수 있다. 조각공원인 배미꾸미 해변과 걷기좋은 박주기를 지나 모도 조형물을 만나고 해당화길로 되돌아온다.


크게 보면 원점회귀나 다름없는 구간으로, 모도리 버스정류장(모도리 소공원)에 식당 및 슈퍼가 위치해 있으므로 모도 트레킹 전후로 식사나 보급을 할 수 있다.

모도 연도교 입구의 조형물과 바위섬

모도 연도교 입구의 조형물과 바위섬

모도 입구 좌측으로 모도리 해안둘레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표지판을 확인 후 계단을 따라 오르면 곧바로 숲 속 오솔길을 만나게 된다. 이 오솔길을 따라 모도를 한 바퀴 도는 기분좋은 모도리 해안둘레길 1코스, 삼형제 섬 연계 하이킹의 가장 마지막 구간을 시작한다.

모도리 해안둘레길의 소박한 오솔길

모도리 해안둘레길의 소박한 오솔길

모도리 해안둘레길은 큰 오르내림이 없이 참으로 유순한 길이다. 시든물, 뾰족바위, 물섬고리... 이름들도 예쁜 해변이 곳곳에 숨어있는 해안둘레길은 두 섬을 지나 삼형제 섬의 끝까지 온 여행자를 소박한 미소로 맞이해 준다. 그렇게 둘레길을 따라 모도의 마을과 과수원, 밭들을 지나 모도의 뒤쪽으로 들어선다.


팔각정으로 내려가는 길은 꽤 미끄럽다. 이 곳을 내려갈 때마다 꼭 한 번은 미끄러지니 울타리의 밧줄을 잡아도 피해갈 수 없는 넘어짐은 온전히 나만의 모도 신고식인 셈이다.


팔각정에서 잠시 쉬다가 돔 모양의 체험공방(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시설물을 지나면 비밀스러운 해변, 강돌해변으로 내려오게 된다.

평화로운 강돌해변. 맞은편으로 장봉도가 보인다.

평화로운 강돌해변. 맞은편으로 장봉도가 보인다.

강돌해변은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2017년부터 매년 찾지만 찾을 때마다 단 한 번도 타인을 본 적이 없는 해변이었으며 언제나 가장 마지막 즈음에 만나서 꼭 쉬어가라고 손짓하던 해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해변에 편히 앉을 의자 하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양 끝으로 잘 조성된 갯바위와 그 사이로 부드럽게 파도소리를 내는 고요한 해변의 풍경은 언제나 '모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로 옆이 그 배미꾸미 해변임에도 모도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나 나에게는 강돌해변이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대충 턱 하니 주저앉아 목을 축인다. 계속 쓸리고 또 쓸리는 모래와 조개껍질은 억만년동안이나 이 곳에서 그렇게 존재해 왔을 것이다. 아무도 찾지않는, 그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이 작은 해변에서 끊임없이 몸을 부딪히는 행위를 계속 해온 이 작은 무기질 덩어리들의 움직임이 언젠가 생을 다해 소멸의 길을 갈, 나름 수많은 갈래와 선택으로 장광하게 살고있는 인류 각 개체보다도 훨씬 영원에 가깝다는 진리는 예까지 온 나를 작고 더 작게 만들면서 수많은 고민과 의문을 모래알보다도 덧없게 만들고 있다.


그것을 매번 이 곳에서 깨닫게 되면서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해가 바뀌어 다시 찾아 깨닫고 있으니 어찌보면 나도 몸을 부딪히는 행위 비슷하게 계속 반복되며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무기질이 되어가는 것일까.

배미꾸미 조각공원의 예술작품들

배미꾸미 조각공원의 예술작품들

강돌해변을 지나 잠시 산책로를 올라 진행하다보면 울타리가 숲 사이로, 섬 끝의 해안가로 향해 있는 작은 갈림이 나온다. 그 곳으로 따라가면 환상적인 그늘 속에서 갯바위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비밀스런 공간이 나오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발걸음은 오래지 않아 모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배미꾸미 해변으로 나온다.


이 배미꾸미 해변은 배미꾸미 조각공원과 바로 붙어있어 걷는 이들로서는 그저 둘레길을 따라 걸을 뿐인데도 '의도치 않게' 다양한 예술작품을 무료로 관람하게 되는 셈이다. 


성에 대한 솔직한 담론과 다양한 조형물을 통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예술작품들은 조각가 이일호 작가가 모도를 여행하다 황량한 해변풍경에 빠져 이 곳에서 조각을 하며 작품들을 하나 둘씩 해변가에 설치한 것이 현재 7~80개로 늘어나면서 아름다운 해변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모도에서 정면으로 길을 따라 왔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게 되지만 이렇게 둘레길을 따라 그 앞을 걸으며 감상하게 되어 작가님에게는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다.


해변을 따라 진열된 작품들은 많은 사진작가들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특히나 해변 갯바위쪽으로 세워진 나무 조형물은 이 곳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배미꾸미 해변 끄트머리로 다시 데크 계단이 나타나 둘레길이 이어지며 박주기 해안가로 나아가게 된다.

모도 조형물

모도 조형물

박주기 해변의 갯바위는 형태가 매우 늠름하다.

박주기 해변의 갯바위는 형태가 매우 늠름하다.

박주기 해안에 도착, 모도 조형물을 촬영한다. 실질적으로 이 모도 조형물이 모도의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마지막 포인트인 셈이다. 해당화길을 걸어 모도 입구로 나아가는 구간이 남았지만 내 마음은 이 곳에서 이미 삼형제 섬의 하이킹이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


잠시 앉아 쉬는 동안 평일임에도 많은 이들이 차를 타고, 혹은 자전거를 타고 이 곳으로 찾아와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 신도의 구봉산과 시도의 해안누리길을 걸었을 때에는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이 곳에 나타나니 반갑기도 하다.


아마 나와 비슷한 구간을 걸었을까, 배미꾸미에서 박주기 방면의 산책로로 나타난 한 어르신은 그대로 갯바위를 타고 올라가 그 끝에서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그 뒷모습이 너무나 멋있다. 


소나무 한 그루, 병풍같은 갯바위, 도보여행자, 얼핏 드러난 바다... 신,시,모도의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저 제방을 따라 모도리 정류장으로

저 제방을 따라 모도리 정류장으로

모도리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은 시도의 해당화길처럼 제방을 따라 걸으면 된다. 그렇게 이제 다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갯벌을 바라보며, 모도 연도교를 바라보며 걷는다.


모도리 정류장 옆에는 식당과 슈퍼가 있다. 오랜 걸음을 끝내고 들이키는 시원한 음료는 오늘 하루의 보상이다. 그렇게 달아오른 봄볕을 맞아 흘린 땀을 닦고 수분을 보충한다.


매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모도의 할머니는 "월요일에는 바람이 씨게 불어 배가 안 떴었다."며 말을 거신다. 바로 지척, 삼목선착장까지 10분인데, 배도 카페리로 작은 배가 아닌데 안 떳느냐고 놀라니 "가끔 있는 일" 이라신다. 단 한 번도 신도와 장봉도를 오며 배 걱정을 안했었는데 그런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빨갛게 익은 얼굴에, 왜 그리 험하게 고생이냐며 웃는 할머니의 얼굴에 빠져드노라니 어느새 저 멀리서 바다를 닮은 색의 공용버스가 다가오고 있다. 버스비는 현금으로 1,000원이다. 신도바다역이 종점이니 도보여행자는 맘 편히 앉아있으면 된다.

삼목선착장을 향해... 아쉬움 가득하다.

삼목선착장을 향해... 아쉬움 가득하다.

신도 바다역에 도착, 표를 매표한다. 저 멀리서 장봉도를 출발한 배가 선착장으로 다가와 기착한다.


사람들과 자동차를 싣는 그 배, 맞은편의 삼목선착장까지 10분 거리이지만 섬은 섬이기에 이 독특한 섬의 풍경과 냄새를 이렇게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다. 육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든지 간에 섬은 섬이다. 그 섬 맛이 있다. 이는 높이가 어떻든간에 산은 산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산의 풍경과 정상에서의 기쁨이 높이와 크게 상관 없듯이, 섬 여행의 그 독특한 느낌은 육지와 얼마가 떨어져있는가와는 큰 상관이 없이 동일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벌써 '무릉도원'을 떠나 속세로 되돌아가는 걸음이 무겁다. 가방도 거추장스럽다. 뒤늦게 피로도가 몰려온다.


아, 다시 그 섬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코스 내 편의시설-


식당/슈퍼 :  신도 - 신도바다역 주변, 시도연도교 입구

                 시도 - 시도연도교 끄트머리 농협하나로마트, 수기해변

                 모도 - 모도리 버스정류장 주변


화장실 :  신도 - 신도바다역, 시도연도교 입구

             시도 - 시도연도교 끄트머리, 수기해변, 노루메기 쉼터

             모도 - 배미꾸미 조각공원, 박주기해변


*섬내 공영버스 버스비 1,000원 (현금만 가능)

*신,시,모도 연계 하이킹 : 총 거리 약 18km, 소요시간 6~7시간 (식사 및 휴식 포함시 7시간 내외)

2021.04.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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