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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NDT, 현대무용의 살아 있는 전설

by예술의전당

네덜란드댄스시어터 예술감독 폴 라이트풋 인터뷰

NDT, 현대무용의 살아 있는 전설

© Rahi Rezvani

네덜란드댄스시어터(이하 NDT)는 세계 최고의 ‘춤 실험단체’다. 1959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출신 무용수들이 중심이 돼 창단한 이후 60년째 세계 무대를 누비며 현대무용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무용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고도의 테크닉으로 세계 무용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현대무용의 살아 있는 전설’ NDT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내한한다. NDT의 메인 무용단인 NDT1의 내한공연은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내한공연에 앞서 폴 라이트풋 예술감독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영국 런던 왕립발레학교 출신인 폴 라이트풋은 1985년 NDT에 입단했고, 2011년 9월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NDT1의 이전 내한공연에서도 주역이었다. 1999년엔 무용수로서 한국 무대에 섰고, 2002년엔 그의 안무작 을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 NDT는 세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NDT 예술고문인 솔 레옹과 함께 안무한 (2001)와 (2014), 그리고 NDT의 협력 안무가이자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주 안무가인 마르코 괴케의 신작(제목 미정)이다.

 

NDT1의 한국 공연은 2002년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NDT에게 한국의 관객들은 정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 관객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활기 넘치는 관객들이었다. 그래서 활발한 소통이 가능했다. 한국에 다시 가게 돼 정말, 정말 행복하다.

 

이번에 공연하는 세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이 작품들을 한국 공연 레퍼토리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난 16년 간 한국에 방문한 적이 없다. 우리는 NDT의 발전을 어떻게든 보여줄 수 있는 두 편의 작품을 찾아 ‘북엔드 bookend’처럼 앞뒤에 세우기로 했다. 2001년 안무작인 는 우리에게 아주 상징적인 작품이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易經’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했고, 음陰과 양陽과 도道에 대한 아이디어를 추상적으로 다룬다. 나는 관객들이 공연장에 직접 와서 보고 실제로 느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 작품이 공연의 시작이다. 공연의 엔딩은 더 최근 작품인 이다. 굉장히 시적인 작품이고, 환경의 변화 및 파괴, 인간 영혼의 진실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솔과 나는 우리 작품 사이에 들어갈 안무가를 찾았다. NDT에는 두 명의 협력 안무가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마르코 괴케다. 우리는 정말로 그를 소개하고 싶었다. 마르코 괴케는 멋지고 창의적이며 별난 성격의 소유자이고, 그의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가 무용수들로부터 신체적으로 끌어내는 것들이 정말 흥미롭다. 그의 작품은 미학적인 면에서 솔과 나의 두 세계와 극명한 대조를 보일 것이다.

 

NDT는 과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출신 무용수들이 주축이 돼 만든 무용단이다. 이번 내한공연 작품의 안무가 세 명도 모두 발레 교육을 받은 무용수 출신이다. 발레와 현대무용과의 관계를 설명해달라.

 

NDT는 발레 백그라운드를 가진 무용수들로 구성돼 있다. 우리 모두가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테크닉을 알고 있다. 다른 예술 형식에서와 마찬가지로 확장하고 뻗어가고 싶다면 기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발레로부터 상당한 비중의 테크닉뿐 아니라, 훈련 방식과 우리를 현재까지 이끌어준 역사를 배운다. 이는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매우 중요하다. 전통은 반드시 계승돼야 하고, 그것을 습득한 후에 비로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NDT, 현대무용의 살아 있는 전설

© Rahi Rezvani 'Safe As Houses'

NDT는 세계 최고의 현대무용단으로 꼽힌다. 그런 명성을 얻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NDT를 영감의 ‘비콘Beacon,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신호등’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세계 무용계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NDT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진짜 비결이라는 건 없다. 또 성공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우리의 문화를 세상과 공유할 책임이 내겐 가장 중요하다. 현재 NDT에는 전 세계 20여 개 나라에서 온 무용수들이 있다. 이는 NDT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 덕에 관객들은 세상에 탐험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만약 우리 모두가 한 국가나 한 대륙의 출신이라면, NDT는 지금보다 훨씬 활기가 덜할 것이다.

 

NDT에는 NDT1과 NDT2, 이렇게 두 개의 무용단이 있다. 두 무용단의 특징은 무엇인가.

 

NDT1이 메인 무용단이다. NDT1은 현재 최고의 예술가 28명으로 구성돼 있다. 40년 전, 우리는 이러한 수준에 도달한 젊은 예술가를 찾는 것이 꽤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유능한 젊은 무용수 육성에 집중하는 NDT2를 만들었다. 학교를 떠나는 것도 어렵고 프로무용단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운 젊은 무용수들이 서로 경쟁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창조적인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학교에서 테크닉을 배우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프로무용수로서 발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NDT2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NDT2에는 16명의 무용수가 있고, 지난 5월엔 한국 공연도 했다. 그들은 NDT2에서 3년 동안만 활동할 수 있으며, 3년 후에 NDT1으로 이동할지 나갈지가 결정된다. NDT1과 NDT2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교류하지 않는다. NDT2의 일정은 NDT1의 일정보다는 덜 바쁜 편인데, 이는 그들이 작품을 창작하는 데 시간을 더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NDT 무용수들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기술과 건강하고 좋은 체격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인가’, ‘생각하는 방식은 어떤가’, ‘상황이 어려울 때 함께 일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인가’ 등을 따진다. 우리는 함께 공연 여행을 다닐 때 서로에게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람이 필요하고, 창의성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하다. 무용수들은 예술가로서 안무가들이 제안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NDT에서 작업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무용수로서 약점이 있다 하더라도 열린 의지를 갖고 있다면 배울 수가 있다. 무용수들이 NDT에 완성된 상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NDT, 현대무용의 살아 있는 전설

© Rahi Rezvani 'Stop-Motion'

현대무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안무가가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도 중요하고, 음악과 무대의 미학적 의미도 중요하고, 무용수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무용수다. 왜냐하면 그들이 창작의 시작부터 끝까지 작품을 주도하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들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성숙돼 있는가가 아주, 아주 중요하다. 연습실에서 발휘되는 좋은 에너지는 창의적인 작업에서 중요한 승리의 공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러니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현대무용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네덜란드의 경우엔 꼭 그렇지는 않다. 현대무용은 네덜란드에서 아주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젊은 세대들에게 문화를 다각도로 교육하고, 춤을 많이 추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지원한다. NDT도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아 이러한 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5∼6세부터 11세까지의 어린 세대들을 위한 교육에 집중한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다면 10대가 될 때까지 기다려 배우는 것보다 무용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연을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연을 본다는 것은 ‘(페이스북 등에 올려)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좋은 그 무언가’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다. 라이브 공연, 이와 비슷한 일은 어디에도 없다. NDT의 공연은 움직이는 예술이다. 극장에 전화기가 없기를 기대하고, 졸지 않기를 바라고, 걱정거리들을 던져버리고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꼭 큰 눈과 열린 마음으로 극장에 와달라.

 

글 이지영 중앙일보 아트팀 기자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8년 10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