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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내 삶 속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게 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by예술의전당

내셔널 지오그래픽展 - 미지의 탐사 그리고 발견

2015.12.12.(토) - 3.20(일) 한가람미술관 3, 4전시실 

 

내가 일하는 곳은 예술의전당과 꽤 가까운 곳에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산책 삼아 걷기 적당한 정도의 거리라고 할까. 출퇴근할 때 운전하면서 매일 지나치는 곳이 바로 예술의전당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공연이나 전시를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자주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여가 활동으로 문화를 특별히 더 즐기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럴 시간에 좀더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남성일 뿐이다.

 

그런 내가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展>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모두 관람했다. 심지어 매 전시 때마다 사진집까지 사서 기념으로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사진집을 꺼내 보며 새삼 감탄하곤 한다. 그저 평범한 40대 남성인 내가 전시회 광고에 마음 설레며 기다리면서까지, 그리고 굳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 많은 주말에 예술의전당을 찾아가 관람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다

내 삶 속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게 한

2010년 처음으로 이 전시를 알게 된 건 친한 지인의 강력한 추천 때문이었다. 그 역시 나와 비슷한 연배로, 평소 전시나 공연을 열심히 챙겨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전시를 보고 오더니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했다. 그리고 내가 그를 만난 이래 가장 강력한 어조로 꼭 가볼 것을 권했다. 그리하여 그전까지 사진전이라고는 가본 적 없는 내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게 된 것이다. 만일 전시가 별 볼 일 없으면 추천한 지인에게 투덜거릴 작정까지 하고서 말이다.

 

처음 만난 <내셔널 지오그래픽展>은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었다. 원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집에서도 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시청하기에 뭐 다른 게 있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찾은 전시장 안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지구를 담은 사진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지금껏 미처 알지 못한 지구 곳곳의 풍경은 텔레비전이나 잡지 또는 인터넷을 통해 본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시작해서 착륙 후 자동차로 갈아타고 이후 육로로 여정을 이어가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가 나를 압도하여 데려간 아이들도 까맣게 잊은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다. 특히 마지막에 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별히 사진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였다.

 

그날 이후 나는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도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1888년에 창간한 잡지라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발행되고 있는 잡지라는 생각에 경외심이 생기기도 했다.

 

2012년 두 번째 <내셔널 지오그래픽展>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첫날 관람을 하였다. 2년 전 전시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지구에 아름다운 생명체와 장소가 그렇게나 많이 존재하는지 알게 되었고, 이 아름다운 피사체를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진전의 메시지는 두려운 마음마저 들게 했다. 전시장에서 본, 어린 침팬지 두 마리가 어깨동무 하고 있던 사진을 가끔 떠올릴 때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당시 그 사진에 매료되어 기념으로 산 사진집과 엽서는 아직도 우리 가족이 자주 꺼내 보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 세 번째 전시 소식을 접했다. 방대한 분량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는 잡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세 번째 전시까지 연다는 사실은 좀 놀라웠다. 아직 더 보여줄 새로운 사진이 남아 있을까, 냉담한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변함없이 전시 첫날, 하지만 전보다 볼게 없을 경우를 대비해 혼자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나에게는 엄청나게 대단한 변화다. 혼자서 전시회를 찾다니!) 사실 전시가 재미없을 경우 가족에게 들을 원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인류의 탐사는 계속된다

내 삶 속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게 한

나는 전시장을 둘러보며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두 번의 전시를 통해 지구 곳곳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 내가 만난 건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위대함이었다. 이전 전시들이 대부분 지구와 자연을 이야기했다면, ‘미지의 탐사 그리고 발견’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인간에게 맞춰진 듯했다. 여섯 개로 나뉜 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보며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꽉 들어차 있는 사진 하나하나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고, 특히 탐험가의 사진과 마주할 때는 그들의 사연을 직접 듣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총 여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전시에서 특히 나의 발길을 오래 붙잡은 곳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역사 전시실과 문명 전시실이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걸어온 127년의 역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며, 그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를 사진이 걸린 벽을 따라 걸으며 알 수 있었다. 어디선가 읽었던 ‘인류 역사의 일기장’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0년과 2012년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展 - WORLD OF MYSTERY 미지의 탐사 그리고 발견>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열정과 발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막막한 남극과 북극, 까마득한 에베레스트 산, 캄캄한 열대우림, 끓어오르는 화산, 깊고 깊은 심해深海, 아득한 별과 행성, 분자 수준의 극미極微 세계 등에 이르기까지 그곳이 아무리 위험천만한 곳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달린 탐험과 탐사에 대한 경외심을 고취시키는 작품들을 선보인다는 공식 홈페이지 소개 글의 표현이 정확했다. 나는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할 것을 결심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땐 사진에 관해 설명도 곁들여주는 좀 멋있는 가장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삶 속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게 한

나는 왜 문화 생활을 남들보다 더 즐기지도 않는데 <내셔널 지오그래픽展>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관람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그것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기 때문이리라. 학창시절 집에는 항상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가 있었다. 영문으로 된 그 잡지는 아버지의 책장에 소중하게 꽂혀 있었다. 노란 사각 프레임이 떡하니 박힌 그 표지를 넘기는 순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분이었다. 아마 이런 비슷한 추억이 꽤 많은 사람에게 있지 않을까.

 

요즘도 쉬는 날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틀어놓고 감탄하며 보곤 한다. 아마 이 땅의 수많은 남성이 그러지 않을까. 아직 <내셔널 지오그래픽展>을 관람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감히 추천한다. 사진전을 단 한 번도 관람해보지 않았더라도 전혀 걱정할 것 없다. 그저 가서 보기만 해도 결코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며, 가족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꽤 안목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

 

글 이준호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사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6년 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