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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불가능은 없다; 대한민국 오페라의 우먼파워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by예술의전당

5.6(금) - 6.4(토)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강화자베세토오페라 '리골레토'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글로리아오페라단 '카르멘'(좌), 한국오페라단 '리날도'(우)


요즘 세간에 유행하는 말 중에 ‘걸크러시Girl Crush’라는 표현이 있다. 같은 여성으로서 빼어난 능력을 갖춘 여성을 동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고 하는데, 그런 선망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을 두고는 요새 말로 ‘센 언니’라고 칭하는 모양이다.

 

5월부터 시작하는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면면을 보면 우리 오페라계에도 걸크러시 바람이 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립오페라단을 제외한 참가 오페라단의 리더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번 오페라페스티벌은 오페라극장에서 세 작품, 자유소극장에서 두 작품, 그리고 국립오페라단이 준비하는 갈라 콘서트로 이뤄진다.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소극장 오페라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인데, 이 또한 여성이 이끄는 오페라단들이 선정됐다는 것이 이채롭다. 한국 오페라계의 우먼파워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여성 단장들이 활약하는 이번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무대는 우리나라 오페라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오페라단의 명작 오페라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될 세 오페라단은 모두 전통의 강자들이다. <리골레토>를 공연할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의 강화자 단장은 우리 오페라 역사에 기억될 메조소프라노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오페라 연출가다. 1996년 창단해 올해 20주년을 맞는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을 이끌어온 강 단장은 화려하면서도 선이 굵은 오페라를 선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카르멘>을 무대에 올리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은 1992년 창단한 관록의 오페라단이다. 당시 성악과 학생이던 필자는 콘서트홀에서 열린 글로리아오페라단 창단공연을 또렷이 기억한다. 당대 최고의 성악가들과 함께 양수화 단장도 소프라노로 무대에 섰던 그날의 공연을 보고 화사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러한 글로리아오페라단의 특징 또한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매번 섬세한 매력이 돋보이는 오페라를 공연한다.

 

헨델 오페라 <리날도>로 이번 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을 장식하는 한국오페라단은 1990년대를 화려하게 빛낸 오페라단이다. 한국오페라단의 박기현 단장은 적극적이고 과감한 기획으로 당시 우리나라에서 공연하기 어려운 오페라들을 소개했고, 외국 성악가나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던 우리나라 성악가들을 초청하는 등 한국 오페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프라노 신영옥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로, 바리톤 김동규가 <일 트로바토레>로 국내 무대에 화려하게 돌아온 것도 한국오페라단을 통해서였다.

 

민간오페라단은 우리나라 오페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민간오페라단의 활발한 작품 활동은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와 생태계의 큰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공립오페라단 못지않은 민간오페라단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오늘날 아시아의 오페라 강국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수많은 민간오페라단이 명멸하는 동안 위에 언급한 세 오페라단은 강한 개성과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한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이 되었다. 이 모두가 매년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단장들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강숙자오페라라인 '버섯피자'

이처럼 수도권의 극장에서 오페라를 올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지방을 근거지로 활동하며 오페라를 공연하는 단체가 오랜 시간 명성을 이어간다는 것은 더욱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리날도>와 함께 자유소극장에서 오페라 <버섯피자>로 페스티벌의 개막을 장식하는 강숙자오페라라인의 강숙자 단장은 그래서 더 주목받는 존재다. 강숙자 단장은 현재 전남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서 호남 지역에서 오페라 문화를 전파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열정과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 오페라페스티벌 무대에서 서울의 유수 오페라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렇게 실력 있는 지역 오페라단을 발굴하고 소통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문화 격차를 좁히기 위한 시도를 해나가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이름에 걸맞은 일이라고 하겠다.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자인오페라단 '쉰 살의 남자'

지금까지 우리 오페라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오페라단과 단장들에 대해 살펴봤다면, 마지막으로 한국 오페라의 미래를 밝혀줄 작곡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자인오페라앙상블의 성세인 단장은 현재 작곡가로 활동하며 오페라단도 이끌고 있다. 괴테의 원작을 바탕으로 그녀가 작곡과 대본을 맡은 <쉰 살의 남자>는 2012년 국립오페라단 창작팩토리 쇼케이스 선정작이자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오페라 우수작품 재공연에 선정된 창작오페라다. 우리나라 공연계가 지금까지 서양의 공연예술인 오페라를 수용하고 체득하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이를 내재화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작업이 필요한 때다. 시대마다 요구하는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터 위에서 펼치는 성세인 작곡가의 작업에서 우리 오페라가 가야 할 미래를 본다.

 

능력과 개성을 겸비한 여성 오페라단장들은 강한 기질과 집념으로 오페라 불모지의 역경을 극복하고 한국 오페라 68년을 일궈왔다.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그런 그녀들의 색깔과 열정이 유감없이 발휘될 무대다. 푸른 5월, 우리의 ‘센 언니들’이 이끄는 대로 오페라에 흠뻑 빠져볼 일이다.

 

글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

사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사무국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6년 5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