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으로 고난에 맞선 이야기의 두 주인공

[컬처]by 예술의전당

마리우스 역 강호석 & 코제트 역 함은정 인터뷰

연극 〈레미제라블〉

8.7(금)~8.16(일) | CJ 토월극장

ⓒ이보영

‘2020 연극의 해’ 연극인들이 기획한 대작

오현경·임동진 등 중견 배우와 한 무대 기회

1,400명 몰린 오디션 뚫고 마리우스·코제트 캐스팅

“후회하고 싶지 않아…. 다 쏟아부은 무대 기대하세요.”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그것이 민초(民草)였고, 시대를 발전시킨 힘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敵)과의 사투로 모두가 지친 2020년도 마찬가지다. 고단한 일상에서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서로를 다독이는 사람들. 그 모두를 위한 희망의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예상치 못한 역병 앞에 가혹한 시기를 나고 있는 연극계가 ‘2020 연극의 해’를 맞아 스스로에게, 그리고 함께 역경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선물, 연극 <레미제라블>이다.


오는 8월 7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레미제라블>은 영국 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으로 우리에겐 ‘장발장 이야기’로 친숙하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옥살이를 해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낡고 썩은 지배 체제에 대항하는 민중의 힘을 그린 명작이다. 그동안 소설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의 변주를 통해 진한 울림을 선사해왔다. 이번 공연은 2011~2015년 오현경·박웅·임동진 등 실력파 중견 배우들이 중심이 돼 ‘연극의 정통성’, ‘연극의 가치’를 추구하며 대학로에서 올렸던 무대를 다시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이들과 함께 무대에 설 젊은 배우들에는 캐스팅 발표 전부터 큰 관심이 쏠렸다. 주요 배역을 선발하는 오디션에 무려 1,400명이 몰리며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한 탓이다. 바늘구멍을 뚫고 최종 합격한 이들은 50여 명. 그중 장발장이 입양한 딸 코제트와 그녀의 연인이자 시민군인 청년 마리우스 배역을 맡은 함은정·강호석을 연습이 한창인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간절했던 연극 무대 ‘진정성’으로 승부

치열한 오디션 관문을 통과해 <레미제라블> 주요 배역을 받은 강호석·함은정 배우. ⓒ이보영

“뭐든 하겠다고 말씀드렸죠.”(함은정) “당연히 안 될 거라는 생각에 편안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본 게 오히려 약이 됐나 봐요.”(강호석) 방식은 달랐지만, 무대에 대한 간절함은 같았다. 가수·배우로 이미 이름을 알린 함은정은 혹여나 ‘바쁘다고 뭘 제대로 하겠어?’라는 편견에 가로막힐까 ‘뭐든 맞추고, 배우겠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15년간 연극 무대에 섰다는 강호석은 그동안 배우로서 가져온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이번 작품이 갖는 의미를 전하려 했다. 이들의 진정성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닿은 것일까. 두 사람은 그렇게 두 명의 코제트(함은정·권아름)와 세 명의 마리우스(강호석·지상혁·박상준) 캐스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 이거지!” 배움을 쌓아가는 매일

하루하루 부족함을 느끼면서 배워가는 중이다. 한 무대에 오르는 이들이 오현경·임동진·박웅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니 피할 수 없는 고민인지도 모르겠다. “1막을 선생님들이 끌어가신다면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2막을 채워야 하거든요. 1막의 기운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정말 큰 숙제죠.”(강) 강호석은 공연팀의 상견례 자리에서 오현경을 보고 떨려서 말도 못 했다고 할 정도니, 마음의 부담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이 간다.

열정적으로 연습에 참여하며 연극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 중인 함은정 배우. ⓒ이보영

배우는 물론이요, 예술감독 윤여성, 연출 이성구 등 스태프의 면면도 화려하다. 젊은 배우들에게는 이들과 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귀한 배움의 기회다. 함은정이 본인 파트가 없는 때에도 기를 쓰고 연습에 나오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민중들이 거리로 나와 웅성웅성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예술감독님이 대사 없는 배역들에게도 ‘너는 누구고 왜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느냐’라고 질문하며 개인의 스토리를 주문하셨죠. 그때 속으로 ‘이거지, 이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제가 어디 가서 이런 걸 배울 수 있었겠어요.”(함) 연습 분위기가 선배들의 가르침 일색인 것은 아니다. 후배들의 연기를 보며 ‘이런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하면 더 좋을까’ 같은 의견을 더해주는 정도다. “선생님들이 처음부터 ‘지도(teaching)의 개념으로 접근하지는 말자’라고 하셨어요. 배우 대 배우로 저희가 하는 것을 믿고 지지해주신다고나 할까요.”(강) 관록의 선배들은 이들의 연기를 묵묵히 지켜보다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 조력자로 등판한다. 실제로 오현경은 쉬는 날 시간을 내 후배들에게 화법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부담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함은정과 강호석도 ‘우리만의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만들자’며 틈틈이 캐릭터와 장면에 관해 토론한다고. “저희가 이렇게 먼저 맞춰보고 뭔가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예뻐 보였나 봐요. 선배님들이 ‘잘 짜놨더라’며 칭찬해 주시면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함)

“나만의 마리우스·코제트 빚어낼게요”

공연 장면을 연출하며 홍보 영상을 찍고 있는 두 배우. ⓒ(유)레미제라블

연습을 거듭하며 ‘나만의 코제트’, ‘나만의 마리우스’도 꼼꼼히 그려가고 있다. 강호석은 ‘멋진 마리우스’에는 관심이 없다. 애초 그가 지원했던 배역도 젊고 멋진 청년 마리우스가 아닌 밑바닥을 뒹굴며 단단해진 중년의 장발장이었으니 말 다 했다. 그는 “대중이 마리우스 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는 벗어나고 싶다”며 “로미오도 왕자님도 아닌 ‘저런 사람이 어떻게 마리우스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멋진 사람이 긴장하면 바보 같은 짓도 하듯 좀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마리우스를 그리겠다는 포부다. 함은정의 욕심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코제트의 모습도, 그렇지 않은 모습도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떤 마리우스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어떤 때는 청순가련한, 또 어떤 때는 한없이 생기발랄한 ‘제 안의 코제트들’을 느끼거든요.”

지금, 그래서 레미제라블

강호석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인간적인 마리우스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보영

유난히 지치고 힘든 2020년, 일상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무대가 일상인 이들의 삶 역시 불확실하기만 하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이다. 함은정은 “극 중 여러 인물은 선악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각자의 이유와 소신으로 삶을 살아간다”라며 “코로나19를 포함해 고난의 상황에서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레미제라블>”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호석도 “비참한 삶 속에서도 모든 인물이 부성애, 모성애, 법에 대한 날 선 정의감 등 저마다의 신념을 갖고 있다”라며 “보이지 않는 역병과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갖고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다 끝난 뒤 ‘그때 좀 더 잘할걸’하는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요.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거예요.” 두 사람, 아니 무대에 함께하는 모두의 다짐이 담긴 연극 <레미제라블>은 8월 7~16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연극 <레미제라블>


기간 : 2020.8.7.(금)~2020.8.16(일)
시간 : 화~금 3PM·7:30PM/ 토~일 2PM·6PM *월요일 공연 없음 ※1회 공연 8.7(금) 7:30PM / 8.16(일) 2PM
장소 : CJ 토월극장
관람등급 :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 140분
장르 : 연극
가격 : R석 8만 원/ S석 6만 원/ A석 4만 원
주최 : (유)레미제라블
주관 : 드림인터내셔널, 극단 로얄씨어터, 문화예술렛츠
문의 : 02-735-3382

사진 이보영(스튜디오 록), (유)레미제라블

글 송주희 서울경제신문 문화레저부 기자

2020.07.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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