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마다 숨기 좋은 바위… 빨치산 은신처

하늘다리 짜릿한 암릉미, 종유석 지하동굴을 품은 자원 보고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뽐내는 절터바위와 하늘다리.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뽐내는 절터바위와 하늘다리.

화순 백아산은 수직 암봉으로 험준한 천연 요새다. 지리산, 광양 백운산과 함께 과거 빨치산이 은거했던 대표적인 산이다. 이곳은 무등산과 화학산, 회문산, 지리산을 잇는 전략적인 길목이다. 지리산 노고단 남부군 사령부까지 직선거리로 18km, 전북도당이 있는 순창 회문산까지는 22km 거리라 중간기지 역할을 했다. 백아산은 계곡마다 은폐·엄폐 가능한 바위가 많다. 깎아지른 수직 암봉들은 접근조차 쉽지 않지만 산 위에서는 사방으로 경계가 수월한 천혜의 요새다. 

백아산에는 수십 명이 거뜬하게 은신하기 좋은 바위굴이 많다.

백아산에는 수십 명이 거뜬하게 은신하기 좋은 바위굴이 많다.

마당바위는 피로 쓴 역사의 현장!

토벌대와 빨치산의 혈전으로 많은 희생자들이 생긴 이곳엔 지금도 녹슨 탄피들이 발견되곤 한다. 마당바위 아래쪽 약수터 계곡에는 키가 3m 넘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5월이면 철쭉이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며 그 즈음에 ‘백아산 철쭉제 및 6·25 희생자 위령제’를 지낸다. 

대패로 밀어 놓은 듯한 마당바위는 사방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대패로 밀어 놓은 듯한 마당바위는 사방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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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산은 멀리서 보면 하얀 거위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닮았다 해서 흰 백白 거위 아鵝 자를 쓴다. 백아산의 암질은 석회암이 주류를 이룬다. 석회암은 불순물의 함유에 따라 갈색, 홍색을 띠기도 하지만 백아산의 바위는 유난히 밝은 흰색이다. 석회암지대는 땅이 비옥하면서도 물이 잘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밭작물이 잘되지만 반대로 논농사는 어렵다. 석회암지대에는 물에 잘 녹는 석회암의 성질 때문에 필연적으로 동굴이 존재한다. 


백아산에는 두 개의 천연동굴이 있다. 휴양림 입구 쪽에 있는 자연동굴(아천동굴)은 전라남도 유일의 석회암 동굴이다. 생성은 2억 년으로 추정되며 1.5km에 이르는 동굴 내부에는 높이 5m의 지하폭포와 호수가 있다. 현재는 종유석과 석순 보호를 위해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으며, 1976년에 전라남도 기념물 24호로 지정되어 있다. 문바위 아래쪽에도 휴양림 방향 산 중턱에 임시 사령부가 있었다는 동화석굴이 있다. 

백아산 정상, 지키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모두 세월에 묻혀 있다.

들머리는 크게 두 곳이다. 원리에서 출발하면 솔숲 따라 완만하게 2.5km 지점에 있는 하늘다리까지 갈 수 있다.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출발하면 하늘다리까지는 2.0km, 경사가 심하지만 볼거리가 많다. 연리목을 비롯해 빨치산 비트, 각시바위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금을 캐던 동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백아산에는 석회암 외에도 반짝거리는 석영암 또한 많이 보인다. 금은 석영을 함유한 암석에서 많이 난다. 백아산은 광물의 보고일 수 있다는 지질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다.

천불봉과 씨름하고 있는 노송.

천불봉과 씨름하고 있는 노송.

빼어난 풍광, 골짜기마다 잊혀진 이야기

백아산은 절터바위, 마당바위 주변에 암릉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다. 상어 이빨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는 암봉들이 뭉쳐 있는 형태다. 2013년 12월에 66m 길이의 하늘다리와 데크길을 설치함으로써 절터바위, 마당바위 일대의 빼어난 암릉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늘다리는 짧은 편이지만 교폭이 좁고 허공에 떠 있는 형태여서 공포감이 상당하다. 


마당바위는 사방이 낭떠러지인 암벽 위에 있는 평평하고 넓은 잔디밭이다. 정상 직전에 있는 천불봉은 마당바위 능선과 쌍벽을 이루는 암릉 줄기다. 백아산 정상은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바위들로 탑을 쌓은 망루와 같다. 동쪽으로 지리산 만복대와 노고단, 남쪽으로 봉두산과 모후산, 서쪽으로 무등산, 천봉산, 북쪽으로 산성산, 병풍산 등 호남정맥의 기라성 같은 연봉들까지 사방으로 조망된다. 


정상에서 0.9km 지점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50여 m 떨어진 곳에 문바위가 있다. 전망대데크로 가는 길 주변에는 오리바위, 물개바위, 거북바위 등 다양한 표정을 가진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등산로 바닥엔 크고 작은 잡석들이 많아서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철쭉 군락지, 마당바위 아래에 있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철쭉 군락지, 마당바위 아래에 있다.

전망대데크에서 지리산으로 힘차게 뻗어 있는 하늘금을 다시 한 번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하산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 13호 산막길 방향을 택하면 휴양림까지 2.0km, 암릉 조망이 좋다. 왼쪽 1호 산막길은 0.9km. 두 방향 모두 내리막이 매우 가파르다. 1997년에 개장한 백아산자연휴양림은 세월만큼 울창한 숲과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휴양림 중에 관리가 제일 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잘 가꾸어진 곳이다.


지역 산꾼들이 백아산 산행 후에 반드시 찾는 ‘백아산 생막걸리’ 공장이 백아산관광목장 입구에 있다. 백아산의 맑은 물로 빚는 백아산 생막걸리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막 걸러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막걸리는 크게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로 나눈다. 생막걸리는 살균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 있다. 생산한 지 3~5일 되었을 때 가장 깊은 맛이 난다.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0일까지 가능하다. 살균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없다. 장기간 보존 유통이 가능하다. 

약수터에서 올려다본 하늘다리.

약수터에서 올려다본 하늘다리.

산행길잡이

•원리-백아산관광목장 갈림길-암릉-하늘다리-마당바위-철쭉군락지(약수터)-천불봉-백아산-산불감시초소(문바위삼거리)-전망데크-갈림길-자연휴양림(7.5km 3시간 50분)

•백아산관광목장-각시바위-금광굴-암릉-하늘다리-마당바위-철쭉군락지(약수터)-천불봉-백아산-산불감시초소(문바위삼거리)-전망데크-갈림길-자연휴양림(7.3km 3시간 40분)

교통(지역번호 061)

광주 광천터미널 또는 문화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화순 이천리 방면 시외버스 이용, 요금은 4,100원. 광천터미널에서는 06:05, 07:45, 09:35, 11:05, 16:45, 18:50 출발한다. 백아산휴양림으로 하산했을 때는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오래 전 운행했던 마을버스는 현재 운행하지 않고, 백아면 개인택시(010-6239-1300) 1대가 운행한다. 백아산휴양림에서 원리마을까지는 포장도로로 12km 거리, 택시요금 2만 원이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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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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