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도전! 한라산·지리산·설악산을 24시간 안에 오른다

3 Peaks Challenge

탐험가 제임스 후퍼·전 야구선수 니퍼트의 도전

한국 최초로 ‘3 Peaks Challenge in Korea’에 도전하는 영국 탐험가 제임스 후퍼.

대한민국 최고봉 3개를 24시간 만에 주파하는 ‘3 Peaks Challenge in Korea’가 열린다.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백록담(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 설악산 대청봉(1,708m)을 순서대로 정상에 서는 도전인 것. 다만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하산하는 시점부터 24시간 카운트가 시작되며, 산과 산의 이동은 차량과 비행기를 이용한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3피크 챌린지’의 주인공은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후퍼James Hooper(35).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주제를 정해 토론하는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국내에서도 유명한 그는 2006년 19세의 나이로 친구 롭 건들릿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영국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것.


2007년에는 건들릿과 함께 북극점에서 남극점까지 396일 만에 무동력으로 완주했다. 걷기, 스키, 개썰매, 자전거, 요트 등을 이용해 엔진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극과 극을 종주한 세계 최초의 도전에 성공했다. 이 성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2008년 올해의 탐험가’가 되었다. 2011년에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서울 남산까지 무동력 종주에 도전해 100시간 안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99시간 30분 3초 만에 완주했다.

2006년 19세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제임스 후퍼와 그의 친구 롭 건들릿.

에베레스트 영국 최연소 등정 기록이었다. 영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제임스 후퍼는 한국에서 영어강사 일을 했던 친구의 영향으로 2010년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호주 울런공대 대학원에서 지구환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국왕립 지리학회 회원이며, 대학 등산동호회에서 만난 한국 여성과 결혼해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3피크 챌린지는 영국에서 활성화된 도전이다. 마치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을 쉬지 않고 연속 종주하는 ‘불수도북’마냥 일반인들도 시도하는 널리 알려진 도전이다. 다만 자신의 체력에 맞게 24시간 혹은 이틀이나 사흘, 혹은 무동력으로 산과 산을 이어 걷거나 달려 여러 날에 걸쳐 완주하는 등 제한 시간을 조절해 도전한다.

2007년 북극점을 향해 걷는 제임스 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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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시작된 최고봉 3개 오르기

영국의 경우 최고봉 벤 네비스산Ben Nevis(1,344m) 정상에서 시작해 3위봉 스카펠 파이크산Scafell Pike(978m)을 거쳐 2위봉 스노우든(1,085m)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임스 후퍼는 “3피크 챌린지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접했으며, 어려운 도전이지만 영국에서는 모험을 원하는 이들의 통과 의례처럼 여긴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만큼 한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3곳을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되었고, 결국 도전하게 되었다.


제임스는 “나는 산과 도전을 사랑한다”며 “한국에 와서 유명한 3개 산을 알게 되었고, 명백해 보였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월간<山> 독자들에게 되물었다.

북극점과 남극점을 잇는 무동력 종단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총 396일이 걸렸다.

“대한민국 산은 3피크 챌린지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이렇게 완벽한데, 어떻게 도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전은 제임스 후퍼 외에 3명의 주한 외국인이 함께한다. 의외인 것은 나머지 도전자들 모두 일반인에 가깝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정착한 더스틴 니퍼트Dustin Nippert(41),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으며 6·25 참전용사의 후손인 미국인 조나단 프로우트Jonathan Prout(35), 주한 미군인 데이비드 로우David Rowe(28)가 함께 도전한다. 제임스는 이들과 함께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극점 무동력 종단 당시 요트를 타고 남아메리카에서 남극으로 이동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험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기쁨을 나누며 우정을 쌓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산행이나 모험을 경험했던 이들은 아니지만, 모두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도전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3피크 챌린지’라는 아이디어에 영감을 받고, 도전을 위해 훈련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입니다."


도전을 위해 이들은 3개월 동안 훈련했다. 각자 매주 평일 3회 5km 조깅을 하고, 주말에는 멤버들이 모여서 함께 산행했다. 훈련으로 ‘불수도북’에 도전했으나 일행 중 한 명이 다리 경련으로 완주에는 실패했다.


이들의 도전 일정은 새벽 5시 성판악을 출발해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오전 8시부터 시간 측정을 하며 하산을 시작한다. 관음사로 하산 후 차량으로 제주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여수공항에 도착. 여수에서 중산리로 차량 이동해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온 후 차량으로 오색으로 이동, 설악산 대청봉을 24시간 만인 다음날 아침 8시 전에 오름으로써 도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전거로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 중인 제임스 후퍼와 롭 건들릿. 롭은 2009년 알프스 몽블랑 등반 중 목숨을 잃었다.

차량 이동도 어려운 과정이며, 이를 위해 3명의 친구가 도와줄 예정이다. 한 명은 제주에서 이동을 돕고, 한 명은 여수에서 지리산으로 이동을 돕고, 한 명은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이동을 돕는다. 이들도 나름 큰 노력으로 도전을 뒷바라지하는 셈이다. 이들의 도전은 MBC에브리원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통해 준비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 걸 방영할 예정(5월 중)이다.


제임스 후퍼는 “한국에서 처음 3피크 챌린지를 생각했던 게 2011년인데 이제야 실행하게 되었다”며 “한국 등산 동호인들도 자신의 체력에 맞도록 일정을 조절해 도전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한국 최초로 한라산·지리산·설악산 24시간 정상 도전에 나서는 이들의 도전 이유를 들었다. 제임스 후퍼에게 이 도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걸 물었다.

제임스 후퍼 (대학 교수이자 탐험가)

“그동안의 모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모험을 통해 나는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나는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인생에서 매우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꿈꾼다고 해서 내일 당장 에베레스트 정상을 갈 수는 없다. 각자 현실적인 환경에 맞춰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높일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3피크 챌린지가 현실적인 극한 도전이자,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3개 봉우리를 오르는 것은 어렵지만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도전이다. 여러분의 삶에 모험의 세계로 가는 흥미진진한 길이자, 영감을 주는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전 야구선수 더스틴 니퍼트.

더스틴 니퍼트 (전 야구선수)

“이번 도전 전에는 산에 가본 적이 없다. 사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한국은 내 야구 인생의 큰 부분이며, 나는 한국이 좋다. 은퇴 후 나는 야구 학원을 차려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야구 선수가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은 끝났지만 한국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준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한국에 머물고 있다.


선수 생활은 멈췄지만, 나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을 결코 멈추고 싶지 않다. 나 자신과 내 몸을 내가 전에 했던 그 어떤 것보다 새로운 세계로 멀리 밀어내는 그 느낌이 좋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우정은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조나단 프로우트.

조나단 프로우트 (삼성전자 근무)

“운동은 꾸준히 해왔지만 등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 스스로도 이번 도전이 놀랍다. 하지만, 하루 종일 회사에 앉아 있기 때문에 뭔가 색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일상의 루틴을 바꾸고, 내 삶을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


현재 도전자 중 유일하게 나만 직장인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나를 보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의 많은 한국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도전하게 되었다.”

주한 미군 데이비드 로우.

데이비드 로우 (주한 미군)

“제임스 후퍼에게 이번 도전에 대해 소개 받았다. 사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도전을 통해 나를 시험하고, 한국의 산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이번 도전을 위해 거의 매일 러닝을 하며 준비하고 있다. 제임스 후퍼와 함께 많은 러닝과 산행을 하며 도전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현재를 모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세계 여행의 길이 전부 막히다시피 했고, 해외 고산등반은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마음껏 즐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몇 십 년 전처럼 에베레스트를 올랐다고 해서 유명인이 되는 시절은 아니다. 오히려 대자연에 대한 용기 있는 모험 자체가 불필요한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비난 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나 소소한 뒷산 산행도 모두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의 첫 걸음들이고, 자연의 크고 작은 위험, 스스로의 한계치에 몸과 정신이 부딪히는 경험을 통해 등산의 진짜 가치가 시작된다. 이를 통해 자연과 진실한 교감을 하고, 감동을 얻고 내적 성장에 이르게 된다.


3피크 챌린지도 그렇다. 제임스 후퍼를 제외한 니퍼트·프로우트·로우는 성공 확률이 객관적으로 50%가 넘는다고 보긴 어렵다. 등산 경험이 워낙 없는데다 한라산·지리산·설악산은 결코 만만치 않다.


당일에 최단 코스로 산 하나를 다녀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심리적·시간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피로도 높은 한국형 바위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불수도북 훈련 때처럼 경련으로 일부가 탈락할 확률이 4명 전원 완주보다 더 높다. 이들은 그럼에도 도전하고자 한다. 큰 고통이 따르겠지만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새로운 산과 새로운 우정으로 다져질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3피크 챌린지 결과는 월간<山> 6월호와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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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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