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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Go! Canada! 재스퍼국립공원

창문 여니 엘크, 차창 너머엔 회색 곰

by월간산

재스퍼국립공원 3박 4일 여행

피라미드산(2,766m)이 피라미드레이크 위로 떠올랐다.

피라미드산(2,766m)이 피라미드레이크 위로 떠올랐다.

대지가 움터 올랐다. 에드먼턴에서 이어진 4시간에 걸친 로드 트립에 지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누런 평면만 가득했던 세상에 질감이 부여돼 있었다.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거대한 공룡의 찢어지는 괴성을 지르고 있을 것만 같은 암벽이 어느새 눈앞에 우뚝 솟았다. 만년설을 뒤집어 쓴 대암벽 사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자 에메랄드빛 빙하호수와 바짝 스크럼을 짠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황홀한 대지, 캐나다 재스퍼국립공원이다.

재스퍼 Vs 밴프

재스퍼국립공원은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를 가로지르는 로키산맥의 일부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캐나다 국립공원은 총 4개다. 재스퍼, 요호, 쿠트니, 그리고 그 유명한 밴프다. 지리적으론 재스퍼국립공원이 산맥의 북쪽을 넓게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3개 국립공원이 그 남쪽에 붙어 있는 형국이다. 한반도 남쪽에 백제, 신라, 가야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고구려는 만주 전체를 다스리는 영토 지도를 떠올리면 얼추 맞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스퍼는 꼭 밴프와 비교된다. 국내 인지도는 밴프가 훨씬 높지만, 캐나다 현지에선 각 국립공원의 장단점을 두고 저울질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재스퍼가 덜 알려진 것은 접근성 때문. 재스퍼는 앨버타 주도 에드먼턴에서 차로 4시간 걸리는데, 밴프는 캘거리에서 1시간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또한 밴프는 국립공원 내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인근의 캔모어나 캘거리의 비교적 값 싼 곳을 예약해 여행할 수 있지만, 재스퍼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밴프와 비교했을 때 재스퍼가 가진 더 나은 매력은 무엇일까? 재스퍼국립공원 관계자 미카엘라씨는 이를 “야생Wildlife”이란 한마디로 정리한다. 재스퍼의 넓이는 1만1,000㎢, 밴프는 6,600여 ㎢로 약 2배 더 넓은데 반해 방문객 수는 재스퍼 약 242만 명, 밴프가 450만 명으로 밴프가 더 많다. 야생동물 입장에선 인기척이 4배 이상 높은 셈이다. 그러니 재스퍼에서 엘크나 무스, 산양, 그리즐리 등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도시 경관도 차이가 확연하다. 밴프는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이 즐비하지만, 재스퍼는 한갓진 산골마을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조금 덜 붐비고, 고즈넉한 대자연 그 자체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재스퍼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3박 4일 일정으로 재스퍼 곳곳의 숨은 매력을 만나보고 돌아왔다.

커크슬린산(위)과 재스퍼 다운타운 야경 위로 떠오른 보름달(아래) .

커크슬린산(위)과 재스퍼 다운타운 야경 위로 떠오른 보름달(아래) .

# 스카이트램

재스퍼 다운타운 위로 쏟아지는 별

스카이트램은 재스퍼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높은 관광지 중 하나다. 1964년 완공된 케이블카로 하부승강장(1,258m)에서 출발해 약 7분 만에 휘슬러산 북쪽 봉우리 끝에 위치한 상부승강장(2,263m)에 닿는다. 병풍처럼 펼쳐진 로키산맥이 재스퍼 다운타운을 감싸고 있는 장관을 땀 한 방울 들이지 않고 만끽할 수 있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 본 상부승강장은 마치 요새나 고성처럼 위엄이 넘친다.


케이블카 탑승권은 성인 59.95캐나다 달러(현재 1캐나다 달러는 약 1,000원이다), 청소년(6~15세) 33캐나다 달러, 반려견 9캐나다 달러다. 탑승권에 식사나 망원경을 이용한 별자리 관람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도 있다. 186.45캐나다 달러다. 4월부터 10월까지 운행.

스카이트램은 7분 만에 약 1,000m 올라간다.

스카이트램은 7분 만에 약 1,000m 올라간다.

가격이 꽤 비싸지만 그래도 해당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출발 전에 암막 돔형 텐트에서 올라가서 볼 수 있는 야경과 별자리를 360° 영상으로 예습한다. 이어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승강장에 내리자 바로 식사 자리로 안내받았다. 전채로 아란치니, 토마토 가스파초가 나오고 이어 메인으로 연어 필렛을 골랐다. 식사는 매년, 계절마다 다른 구성으로 꾸며진다고 한다.


맛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반찬으로 곁들여지는 풍광이 압도적이다. 통창을 통해 눈으로 뒤덮인 로키의 근육질 산맥이 활짝 들어온다. 북쪽으론 엘리시움, 에미그랜츠, 피라미드 산이, 동남쪽으론 가장 멀리 퇴적암으로 구성돼 층을 이룬 표면이 특징인 커크슬린산부터 앤틀러, 테카라 등 3,000m급 연봉이 줄달음친다. 

스카이트램 상부승강장 레스토랑.

스카이트램 상부승강장 레스토랑.

식사 후에는 차분히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면 된다. 휘슬러산 정상(2,470m)까지 약 1.2km의 하이킹을 즐겨도 되고, 달과 화성에서 가져온 암석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 날이 완전히 저물면 승강장 외부 곳곳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달 표면과 고리의 모습이 뚜렷한 토성을 관측해 볼 수 있다. 재스퍼 다운타운을 배경으로 한 포토스팟에선 경광봉을 활용한 장노출 콘셉트 사진도 찍어준다. 사진은 현장에 설치된 QR코드로 연결되는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데 워터마크가 붙어 있는 중간 화질이다. 고화질의 원본 파일을 받으려면 추가로 20캐나다 달러를 결제해야 한다. 


이것저것 체험을 다 마친 후 벤치에 앉으면 그때부터 스카이트램의 진면목이 시작된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창밖에 캐나다 로키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메인으로 나온 연어 요리. 맛은 썩 괜찮았다.

메인으로 나온 연어 요리. 맛은 썩 괜찮았다.

#멀린협곡 투어

재스퍼의 상징, ‘스피릿 아일랜드’를 놓치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커튼을 걷자 뜻밖의 손님에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거대한 엘크의 뿔이 바로 앞에서 휘적거리고 있었다. 엘크는 마치 “뭘 봐. 엘크 처음 봐?”라고 말하는 듯 태연하게 풀을 씹으면서 한참을 쳐다본다. 억울하다. 처음 보는 것 맞는데….


문 밖으로 나와 보니 다른 숙박객들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자전거 혹은 차를 타고 떠난다. 가이드 빅토리아씨는 “재스퍼에 머무는 사람들은 이처럼 숙소를 거점으로 삼아 국립공원 곳곳으로 떠나 카누를 타거나 캠핑, 하이킹을 하고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풍부한 해설과 함께 보고 싶다면 현지 여행사의 투어를 예약하는 것이 좋다. 멀린어드벤처maligneadventures의 멀린협곡 야생 투어가 대표적이다. 24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멀린협곡을 오르내리며 창 밖으로 만나는 야생동물에 대한 해설을 듣고, 크루즈를 타고 재스퍼의 상징과 같은 장소인 ‘스피릿 아일랜드’를 방문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격은 149캐나다 달러로 약 5.5시간. 

멀린협곡 폭포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

멀린협곡 폭포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

가이드의 이름은 브랜트 다니엘. 멀린협곡은 재스퍼 다운타운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에 있다. 45분 동안 브랜트씨는 정말 쉬지 않고 재스퍼에 대해 해설한다. 우스갯소리도 있고, 유익한 정보도 있다. 멀린호수 전에 만나는 메디슨호수 아래에는 북미에서 가장 큰 지하동굴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거기로 물이 빠져나간다는 것, 산양이 접근해서 차를 핥으려 하면 유해한 기름이나 고무 성분을 섭취할 수 있으니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는 것, 2015년 재스퍼 산불 이후 산 높은 곳에 살던 일부 독수리들이 멀린호수 근처까지 내려와 둥지를 짓고 산다는 것, 국립공원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잇따른 산불로 잘 안 타는 더글라스 소나무를 방화수로 적극 심으려고 한다는 것, 재스퍼엔 흑곰과 그리즐리 모두 사는데 최근 대학연구결과에 따르면 베어 벨은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고, 가장 기피하는 건 사람 목소리였다는 것 등이다.


그는 투어 중 뿔이 없는 암컷 엘크만 나오자 “5월 이후 커다란 뿔을 가진 엘크를 본 적이 3번밖에 없다”고 했다. 그 말에 “숙소 창문 밖에 있던데요?”하고 답하자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화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 말은 캐나다인으로서 화가 나게 만든다”고 장난스레 받아친다.


이윽고 도착한 멀린호수 선착장. 호수가 동쪽으로 길게 뻗은 탓에 태양이 마주 떠올라 있다. 여기서 배를 타고 스피릿 아일랜드를 가고 오는 데 70분, 섬에 머무는 데 2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런데 배에 문제가 생겼다. 엔진 시동이 꺼진다. 과열이다. 간신히 저속 운항으로 되돌아왔고, 결국 투어 자체가 취소됐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은 듯 별다른 불만이나 항의의 뜻을 전하지 않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다음에 오지 뭐’하는 식으로 농담을 섞어 가며 웃어넘긴다. 믿기지 않는 긍정적 태도다. 

멀린호수 크루즈. 이 때만 해도 이 배가 고장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멀린호수 크루즈. 이 때만 해도 이 배가 고장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다음 일정인 멀린협곡으로 옮긴다. 이 협곡의 생성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지는데 하나는 이처럼 물줄기의 하방침식, 또 하나는 원래 협곡은 지하 동굴이었는데 빙하기를 거치며 동굴의 천장이 무너져 내려 현재의 모습이 됐다는 것이다.


이곳엔 최대 53m 깊이의 아득한 협곡을 다리 위로 건너며 짧게 하이킹할 수 있는 코스가 마련돼 있다. 길 한가운데에 달팽이와 지네 화석이 석회암 위에 또렷하게 떠올라 있다. 협곡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협곡 깊은 곳에서 수도꼭지를 최대로 틀어놓은 듯 세찬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느껴질 정도의 심연을 이렇게 좁고 깊게 만들어 낸 자연의 신비가 새삼 놀라웠다.

너무 보고 싶었던 재스퍼의 상징 스피릿 아일랜드.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장소인데 이번엔 배 고장으로 가지 못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너무 보고 싶었던 재스퍼의 상징 스피릿 아일랜드.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장소인데 이번엔 배 고장으로 가지 못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피라미드 레이크

카약부터 하이킹까지…재스퍼 압축판

피라미드산과 호수는 재스퍼 다운타운 뒷동네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피라미드 레이크 리조트에선 카누와 카약을 대여해 준다. 2인승은 80캐나다 달러, 1인승은 45달러. 구명조끼와 위급상황에 불어야 하는 호루라기를 주며 올바른 노 파지법과 노를 저을 때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허리를 곧게 세우라는 정도만 알려준다.


이른 아침에 서둘러 찾았는데 이게 팁이었다. 호수에서 카누를 타는 사람도 없고, 선착장도 텅 비어 있을 시간대라 호수에 어떤 파문도 일지 않았다. 그래서 호수에 비친 피라미드산의 완벽한 반영을 얻을 수 있었다.

하이킹에서 만난 이름 모를 호수. 재스퍼에는 총 1,762개의 호수가 있고, 이 중 107개에만 이름이 붙어 있다.

하이킹에서 만난 이름 모를 호수. 재스퍼에는 총 1,762개의 호수가 있고, 이 중 107개에만 이름이 붙어 있다.

등산로에는 사람의 발자국과 수많은 동물의 발자국이 한데 섞여 찍혀 있다.

등산로에는 사람의 발자국과 수많은 동물의 발자국이 한데 섞여 찍혀 있다.

피라미드 레이크 하이킹 도중 곧게 뻗은 전나무 사이로 피라미드산이 살짝 보인다.

피라미드 레이크 하이킹 도중 곧게 뻗은 전나무 사이로 피라미드산이 살짝 보인다.

물의 흐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난이도는 매우 쉬운 편. 천천히 호수 중앙으로 노를 저어 들어가자 수려한 피라미드산이 점점 시야를 가득 채워 온다. 노란 아스펜 나무도 더욱 또렷하다. 속도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둥둥 떠다니기도 해본다. 평화로움이란 개념이 시공간으로 현현된 순간이었다.


리조트 뒤에 난 오솔길을 따라 약간의 하이킹도 가볍게 즐긴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소나무와 전나무 사이로 이어진 흙길에는 사람의 발자국과 사람이 아닌 것들의 발자국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었다. 현지인들은 아웃도어를 보통 ‘자연과 연결connection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한 공간을 두고 사람과 자연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 나눠 쓴 모습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연결이 어떤 것인지 잠시 헤아려 볼 수 있었다.

피라미드 레이크 카누잉, 카야킹.

피라미드 레이크 카누잉, 카야킹.

카약 안에서 넋놓고 바라본 피라미드산.

카약 안에서 넋놓고 바라본 피라미드산.

# 전기자전거E-Bike 푸드투어

최대 시속 60km의 배부른 스릴

재스퍼를 즐기는 데 있어 전기자전거는 꽤 괜찮은 이동수단이다. 짧은 단거리를 쾌적하게, 그리고 자연을 즐기면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스퍼푸드투어’라는 업체에서는 전기자전거 렌탈 서비스와 더불어 가이드와 함께하는 푸드투어를 제공한다. 총 거리 25km의 재스퍼 뒷길을 따르며 방문하는 레스토랑의 대표 음식을 골라 먹는다. 페달을 밟은 만큼 바로바로 연료를 채워 넣는 셈이다. 1인당 239캐나다 달러.

재스퍼 다운타운을 달린다.

재스퍼 다운타운을 달린다.

방문하는 레스토랑과 음식은 계절별로 조금씩 상이하다. 이번엔 페어몬트 재스퍼 파크 로지(현지인들은 JPL이라고 부른다)와 테카라 로지, 멀린 캐니언 키친 3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시작은 재스퍼 역전 공터. 여기서 가이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어폰이 달린 무전기와 전기자전거를 수령했다. 무전기는 투어 특성 상 선두와 거리가 멀어질 수 있고 샛길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방향을 지시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코스는 재스퍼 다운타운에서 출발, 남쪽 트윈 레이크스를 지나 다리를 건너 북상한다. 도로와 숨겨진 오솔길을 번갈아 올라타며 조용하고 환상적인 보버트, 밀드레드, 아네트, 이디스 호수를 차례로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전기자전거 출력을 최대로 올린 뒤 오르막을 치고 올라 멀린 캐니언 키친에서 전채로 칠리빈을 먹고, 시속 60km의 광풍 같은 다운힐을 거쳐 호숫가에 있는 재스퍼 파크 로지로 내려가 등갈비 폭립을 메인으로,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테카라 로지에서 후식으로 크레이프와 아이스커피를 먹는다.

가이드 빅토리아.

속도감 있게 일정을 요약했는데 이 일정은 생각보다 꽤 길다.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다가 매혹적인 곳에선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시간도 꽤 길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매혹적인 호수들을 지나는데 이에 매료돼 DSLR 카메라를 한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재주를 부리다가 넘어져 무릎에 큰 멍이 드는 경우가 있다. 지급해 주는 헬멧을 꼭 착용하자. 그래도 투어 가이드 오웬씨가 즉각 와서 몸과 자전거의 상태를 체크해 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투어 중 만난 이디스Edith 호수. 마주 보이는 산은 피라미드 산이다.

페어몬트 재스퍼 파크 로지에서 맛 본 폭립. 뼈에서 부드럽게 분리돼 살살 녹았다.

# 떠나며

마지막 날 드디어 만난 그리즐리!

마지막 날 아침은 원래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떠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무엇을 안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출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가이드 빅토리아가 그때 마침 아침 드라이브를 제안했다.


코스는 재스퍼에서 애서배스카강을 따라 밴프로 내려가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93번 도로)였다. 전체 거리 230여 km의 이 도로는 요동치는 로키산맥 사이를 마치 혈관처럼 지난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한 곳으로도 꼽힌다.

목적지인 애서배스카 패스 전망대Athabasca pass lookout로 가는 길은 몽환적이다. 강이 빚어낸 물안개는 도로와 숲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동쪽 하늘은 분홍빛으로 밝아온다. 곧게 뻗은 도로에는 거의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다. 그때 멀리 도로 한 편에 비상등을 켜두고 멈춰선 차가 보인다.

애서배스카 패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럴딘산과 프라이엇N4.

몽환적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그리즐리!”

빅토리아가 숨을 죽여 말한다. 조용히 옆에 차를 이어 대고 창밖을 보자 회색빛 곰 한 마리가 풀숲에서 앙증맞은 엉덩이를 흔들며 코를 땅에 박고 먹이를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마냥 귀여워 보였는데 차로 조금 가까이 가자 덩치가 원근법을 충실히 따르며 급격히 커진다. 맹수다.


이어 도착한 전망대에선 화려한 로키를 만난다. 애서배스카 고개는 이디스 카벨산과 제럴딘산 사이로 난 유서 깊은 고갯길로 과거 모피 무역로로 사용됐다고 한다. 실제 길은 야트막한 둔덕에 막혀 잘 보이지 않고 눈길을 사로잡는 건 바로 앞 제럴딘산과 프라이엇N4가 만들어 낸 장대한 골짜기다.

마지막 날 만난 그리즐리. 귀여운데, 무섭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등산을 하고 싶었다. 재스퍼의 산길은 밴프에 비해 훨씬 거칠고, 고립돼 있으며,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국립공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또한 공원 측에서 제작한 하이킹 맵에 길이 있으면 가이드 없이 가도 되고, 


그게 아니라면 가이드와 동행해서 올라야 된다고 한다. 눈으로만 봐도 아른 거리는 등반선에는 오직 산양만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멀린호수의 아름다운 윤슬.

재스퍼국립공원

재스퍼국립공원

숙박&맛집

파인 방갈로스Pine Bungalows

캐나다 로키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1936년 한 일가가 조성한 리조트다. 55개의 오두막과 22개의 로지 객실이 마련돼 있다. 


재스퍼 중심가에 위치한 여러 숙소 중 자연 속에서 잔다는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숙소로 꼽힌다. 숙소마다 화로가 있고 장작을 제공해 줘 캠프파이어도 쉽게 즐길 수 있고, 난방도 벽난로를 통해서 한다. 따로 울타리를 세우지 않아 숙소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엘크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동행 취재했던 멕시코 기자 리디아씨는 새벽에 어슬렁거리는 흑곰을 봤다고도 했다. 자연 속에서 쉬라는 콘셉트에 충실해서 TV도,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는다. 가격은 2인실 332.43캐나다 달러, 6인실 532.55캐나다 달러. 숙박비용을 아끼려면 재스퍼 중심가에 있는 로지들을 이용하면 된다. 약 100~200캐나다 달러 선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재스퍼 브루잉 컴퍼니

언제든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만큼 역사가 깊고, 지역 사람들의 애정을 한껏 받는 술집이다. 재스퍼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 명의 토박이 브렛, 알렉산더, 소크라테스가 설립한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 양조장이다. 


6개의 대표맥주 모두 빙하수로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현지 맥아로 만든 필스너 스타일 라거 크리스피 필스, 열대 과일향의 트레일 시즌 IPA, 부드러운 재스퍼 더 베어 에일 등이다. 단 모든 맥주를 다 마실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다.

알토Aalto 

재스퍼는 밴프에 비해 레스토랑 수가 많지 않아 미식가에게는 곤혹스러운 선택을 많이 내려야 하는 여행지다. 피라미드 레이크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식당 알토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기대해 볼 만한 곳이다. 일단 현지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완성도 높고 입맛에도 잘 맞았다. 대부분의 식당이 스테이크나 육류를 주로 취급하는 반면, 여긴 은대구, 오징어 요리와 같은 해산물 요리가 제법 있다. 느끼함을 잡아내고 매콤하게 조리한 음식이 많은데 알고 봤더니 수석 셰프가 평소 라멘과 쌀국수를 즐겨 좋아해 아시아 요리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고 한다. 

월터의 식당 Walter‘s dining room

아침식사를 위해 방문한 포레스트 파크 호텔의 뷔페식 식당. 베이컨과 소시지, 달걀프라이, 크루아상, 오트밀, 신선한 샐러드와 과일, 디저트 등 기본 아침식사 메뉴들을 뷔페로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맛의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뷔페인지라 마음껏, 배불리,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기본적인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장기간 이국의 식단에 지친 여행자에게 꽤 안도감을 준다. 매일 새벽 6시부터 운영한다는 점도 이른 출발을 고려하는 여행자에게 좋은 소식이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