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되면 못 갈 수도" 팔공산 명소 Best 5
팔공산 비경 가이드
초심, 미타리지 전경. 사진 최원식 이사. |
마지막 변수였던 팔공산국립공원 승격 반대위원회가 국립공원공단이 제시한 사유지 처리안을 받아들이면서 오는 6월 팔공산의 국립공원 지정이 확실시되고 있다. 2016년 태백산에 이어 전국 23번째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지정이 임박해 오자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대구경북지역 산꾼들이다. 이들은 모두 등산화 끈을 바짝 조이고 팔공산 구석구석을 오르고 있다. 국립공원이 되면 필연적으로 상당수의 등산로들이 막히기 때문에 그 전에 마지막 모습을 눈으로 담아두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아직 국립공원공단이 어떤 탐방로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그간 위험성이 높거나, 등산객들의 이용 빈도가 적고 대체할 다른 탐방로가 있는 경우, 훼손이 심해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 등에 따라 국립공원공단이 탐방로를 폐쇄한 바 있기 때문에 생겨난 흐름이다.
어떤 곳들이 있을까? 팔공산을 수십 년간 올라 속속들이 아는 이들에게 물어보았다. 팔공산 전문 사진작가로 유명한 강위원 작가와 최원식 대구산악연맹 이사가 몇 곳을 짚어줬다. 다소 길이 험한 곳들이니 다녀온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그리고 가급적 해당 코스를 잘 아는 동행과 함께 가기를 추천한다. _ 편집자 주
소년대 신선송. 사진 강위원 작가. |
소년대 신선송
소년대少年臺(579m)는 지도상에 인봉이라 된 곳으로 팔공산에서 가장 기운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곳이다. 이곳은 산악사진가들도 많이 찾는데 봉우리 위에 환상적인 소나무, 신선송이 있기 때문이다. 갈라진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고 굵은 쪽 60cm, 가는 쪽 50cm 둘레의 두 갈래 가지를 펼친 모습이 매우 고고하다.
1748년 이상정이 팔공산을 유람하고 남긴 <남유록>에 ‘소년대라는 곳이 있었다. 바위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고색창연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나무다. 전국에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가 꽤 있지만 이처럼 문헌에 기록이 남아 있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선송을 찾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방짜유기박물관에서 도로를 따라 북지장사로 가는 것이다. 북지장사에서 소나무 숲길과 나무계단이 이어지는 0.5km 급경사를 올라야 한다.
볏짚이 쌓인 모양인 팔공산 노적봉. 사진 강위원 작가. |
노적봉
노적봉(891m)은 팔공산에서 시원한 전망을 만날 수 있는 봉우리 중 하나다. 산 아래에서 보면 볏짚, 곡식을 수북하게 쌓은 것처럼 보여서 노적가리봉이라 부르다 노적봉이 됐다. 팔공산 능선에서 가장 덩치가 큰 암봉으로 꼽힌다.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막힘없는 전망을 지니고 있지만 아무나 이를 만끽할 순 없다. 봉우리 근처까지는 쉽게 갈 수 있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험난하기 때문. 오르는 방법이 3~4개 정도 전해지는데 이 중 발가락바위를 거쳐 오르는 방법이 그나마 가장 쉽다. 물론 이 코스도 15m가량 바위틈을 이리저리 비집으며 안간힘을 다해야 하므로 담과 체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등반 경험이 있는 이와 동행하지 않았다면 도전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들머리는 북지장사, 갓바위지구 두 곳 모두 애용된다. 어느 쪽에서 오르든지 약 5km의 원점회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절반으로 쪼개진 채 발견됐던 노적봉 정상석은 최근 지역 산꾼에 의해 새것으로 교체된 것으로 확인된다.
동봉으로 향하는 미타리지(왼쪽)와 초심리지. 사진 최원식 이사. |
초심리지, 미타리지
초심리지와 미타리지는 미타봉이라고도 불리는 동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지능선에 개척된 리지길이다. 들머리인 탑골주차장에서 동봉을 바라봤을 때 왼쪽이 미타리지, 오른쪽이 초심리지다. 초심리지는 거북바위, 미타리지는 상단의 사자바위가 상징으로 여겨진다. 훤칠한 바위를 구석구석 누빌 수 있고, 등반 역량이 조금 모자란 것 같으면 우회로를 선택하면 돼 인기가 높다.
다만 이처럼 우회로가 너무 많은 탓에 실제 현장에선 헬멧, 로프, 퀵드로 등 리지 등반 장비를 갖추지 않고 등반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려우면 우회하거나 기존에 설치된 고정로프를 사용하는 식이다. 이를 워킹 암릉산행과 본격적인 리지 등반 사이에 있다고 해서 일부 산꾼들이 ‘세미리지’라고 부르는데 안전을 확실히 담보한 것은 아니라 권하긴 어려운 방식이다. 부득이하게 세미리지로 등반한다면 등반 코스는 물론 로프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고, 우회로도 모두 숙지한 숙련된 등반가와 동행하고 엄격한 자기 책임 하에 등반해야 한다. 또한 고정로프를 과도하게 믿어서도 안 되며 바위 홀드 위주로 잡아야 한다.
바위 맛을 잔뜩 즐기는 사람들은 초심리지로 올랐다가 미타리지로 내려오기도 한다. 약 7km인데 길이 험하므로 일반 워킹산행의 두 배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고 다녀오는 것이 좋다.
톱날능선의 암릉길. 타는 맛이 쏠쏠하다. 사진 강위원 작가. |
용바위 노송. 용바위리지를 대표하는 용바위는 장군바위, 선인대 등으로도 불린다. 조선시대 묵객 하시찬은 이 바위를 두고 이백의 시 ‘등여산오로봉’에 나오는 오로봉과 견줄 만한 선경이라고 극찬했다. 사진 강위원 작가. |
용바위리지, 톱날능선
용바위리지는 수태골에서 서봉(1,150m) 남서릉을 따라 오르는 바윗길이며, 톱날능선은 서봉에서 서쪽으로 뻗은 주능선이다. 그래서 용바위리지로 서봉에 오른 뒤 톱날능선을 연계해 타고 마당재 방면으로 종주해 넘어가는 방식의 산행이 즐겨 이뤄지고 있다. 수태골로 돌아오려면 마당재에서 부인사로 내려오면 된다. 전체 10km 정도 된다.
용바위리지는 앞서 초심, 미타와 마찬가지로 우회로가 많아 세미리지로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이며 이에 따른 주의사항 역시 같다. 톱날능선은 앞서 소개한 다른 리지길에 비해선 위험도가 낮지만 여전히 아찔한 곳들이 몇 곳 남아 있는 암릉길이다.
단 톱날능선은 팔공산 주능선에 속하기 때문에 국립공원이 된다고 해서 막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곳을 미리 가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데크’. 지역 산꾼들은 그간 스릴 있게 즐겼던 암릉 구간 대부분에 데크가 깔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작년에 이미 톱날바위 부근에 데크가 설치돼 일각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도마봉에서 바라본 코끼리 바위 전경. 사진 강위원 작가. |
코끼리바위. 부처의 등을 닮았다고도 한다. 사진 강위원 작가. |
코끼리바위
코끼리바위는 염불봉 동쪽 신령재(도마재)에서 북동쪽으로 약 400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기암이다. 팔공산에서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명소로 여겨진다. 도마봉에서 바라봤을 때 974m, 988m, 988m 높이의 3개의 큰 바윗덩이 중 오른쪽 끝 바위가 코끼리의 형상을 보인다고 한다.
과거에는 부귀사에서 신령재 북동릉을 거슬러 4km쯤 올라 코끼리바위를 넘고 주능선을 더 타거나 동화사로 바로 내려서는 코스가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귀사 방면 길이 거의 묻힌 탓에 잘 이용되지 않는다. 대신 동화사에서 신령재로 바로 오른 다음 코끼리바위만 살짝 보고 오는 왕복 8km 산행이 주를 이룬다. 코끼리바위로 가는 기점은 ‘종주47번’ 이정표. 여기서 북쪽으로 진행하면 된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