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가 치매의 전조라고?"…'발차기부터 욕설까지' 잠꼬대의 비밀
혹시 잠꼬대를 해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잠을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헛소리를 중얼거리거나 마치 깨 있는 상태인 것처럼 말을 하는 잠꼬대. 심하면 큰 소리로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허공을 향해 발길질을 하기도 하죠.
옆 사람을 깜짝 놀라게도 하지만 막상 잠에서 깨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잠꼬대는 대체 왜 하는 걸까요? 잠꼬대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잠꼬대를 했대요"…잠꼬대의 원리
잠꼬대의 비밀은 우리 몸 근육과 관계가 있습니다. 잠에 빠져든 사람의 몸은 크게 두 가지의 수면 상태에 놓이는데 하나는 렘(REM) 수면, 다른 하나는 비(非) 렘수면입니다.
렘(REM)은 이른바 '빠른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이 상태에서는 사람의 안구가 실제로 움직이는 상태로 잠을 취하게 됩니다. 심신이 모두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뇌가 아직 활동을 하고 있는 단계로 이 활동이 꿈으로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사람의 몸은 렘수면과 비 렘수면을 오가면서 잠을 자게 됩니다. 보통 렘수면에 들어가게 되면 꿈을 꾸게 되고 비 렘수면에 들어가게 되면 꿈을 꾸지 않게 된다고 말합니다. 얕은 잠에 들었다가 깊은 잠에 들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잠이 들게 되는 겁니다.
렘수면 상태에서 뇌는 호흡을 제외한 나머지 근육에 억제 명령을 내립니다. 운동신경이 억제되면서 신체 근육의 힘이 빠지게 되기 때문에 꿈을 꾸더라도 몸은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혹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지나치게 육체가 피로한 상태라면 근육이 제대로 마비되지 않는 경우가 더 빈번해집니다.
근육이 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꿈을 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꿈속에서 하는 말이 자고 있는 사람의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잠꼬대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자다가 갑자기 발차기를 했다고?" 퇴행성 질환 가능성 의심해봐야
잠꼬대는 잠을 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입니다. 말을 중얼거리는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간혹 꿈에서의 상황을 직접 몸으로 옮기려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때릴 정도라면 질환으로 보고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를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합니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심하면 뇌세포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습니다. 간질이나 발작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입니다. 이런 증상은 대개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걸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느냐에 따라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꿈속에서 어딘가로 뛰어내렸다면 잠자리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더 격렬한 꿈을 꾸었다면 옆 사람을 때릴 수도 있고 심지어 침대에서 뛰거나 떨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증상을 더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파킨슨병이나 치매와 같은 퇴행생 뇌질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렘수면행동장애의 모습을 보인다면 병원 진료가 필수적입니다.
측정 장비를 통해 수면상태를 정밀 관찰하고 평가하는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상태를 진단해봐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 갑자기 심한 잠꼬대를 하게 됐다면 특히나 더 퇴행성 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숙면의 영원한 적 '스트레스와 피로'…잠꼬대도 영향 받는다
수면행동장애와는 다르지만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성인 몽유병입니다.
몽유병은 의학 용어로 '수면 보행증'이라고 합니다. 신체는 깨어 있지만 정신이 잠든 상태를 말합니다. 몽유병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유전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로 어린 아이와 10대 초반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에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인이 돼서 나타나는 몽유병은 수면 장애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수면 간질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몽유병이 한 달에 여러 차례 나타날 경우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성인의 경우 어린이보다 몽유병으로 인한 부상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빠른 진료가 필수적입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잠꼬대가 심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면의 최대 적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잘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낮에 햇볕을 많이 쬠으로써 세로토닌 호르몬과 멜라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면 수면의 질이 좋아지게 됩니다.
전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다면 그 다음 날에도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꾸준한 수면 관리는 건강에 필수적입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우리네 옛 속담은 쉽게 잠들기 어려운 일이 많은 현재에도 유효해 보입니다.
간밤에 심한 잠꼬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번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짚어보면 어떨까요?
디자인 감호정
정윤식 기자 jys@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