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천만 원 번다" 청년들 홀린 회사…고용계약서 보니

[비즈]by SBS

앵커


요즘처럼 취업난이 극심할 때 한 달에 천만 원까지 벌 수 있다는 말로 청년들을 끌어모으는 한 부동산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 다녔던 사람들은 일은 일대로 하면서 정작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들여다보니 이 회사 고용계약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거침없이 간다의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월 급여는 8백에서 천만 원, 학력 고졸.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요. 대한민국 최고 꿀 직장 주식 회사 OO 부동산 중개법인.]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회사 홍보 영상입니다. 공인중개사가 아니어도 중개 보조원으로 부동산 계약을 유도하는 일을 하면서 큰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채용 면접에 참여해 봤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 전국에 이렇게 큰 회사가 없었어요. 지금 매년 5천 명씩 넘게 면접 보고 있거든요. 저희 회사 슬로건이 이런 겁니다. 신입사원이 회사의 미래다.]


업무에 필수인 차량과 유지 관리는 개인 부담입니다.


[부동산 관계자 : '차를 사지 않을 거예요'하는 분들은 채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걸 의지라고 보고.]


임금은 기본급을 안 받는 방식을 슬며시 제안합니다.


[부동산 관계자 : 많은 분이 기본급 없이 (중개 수수료 배분 비율) 5 대 5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팀장 정도 되면 일주일에 하나씩만 계약해도 한 달에 최소 400만 원은 벌어요.]


하지만, 일만 잘하면 한 달에 1천만 원까지 벌어갈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입니다. 게다가 국회에서 주는 상까지 받은 우수 업체라고 자랑합니다. 이들이 받았다는 상은 한 인터넷 언론사와 모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주최한 의원실에 물어봤습니다.


[상 주최 의원실 관계자 : 잡지 같은 거 해서 인터뷰 좀 해주고 (잡지) 좀 사달라고 하는, 무작위로 상 주고 상장 남발하는 거죠.]


함께 상을 받은 의원도 무슨 상인지 잘 모릅니다.


[상 받은 의원 : 잠깐 인사만 했던 것 같은데 뭐 어떤 경위로 그렇게 된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주최한 인터넷 언론사도 사실상 무의미한 상이라는 것을 시인합니다.


[상 주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 : 우리가 돈이 없잖아요. (상 준) 기업에 후원 좀 받고. 별도로 광고 좀 해달라고 하는 거죠. 그냥 도와달라고.]


이런 상을 부동산 회사가 채용에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뒤늦게 속은 걸 알아챈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려 하면 퇴직금은커녕 오히려 위약금을 요구합니다.


이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못 받는 건 채용 당시 맺은 계약이 근로 계약이 아니라 용역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취업이 아쉬운 청년들이 계약의 종류도 잘 모르고 서명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부동산은 기본급이 없기 때문에 용역 계약을 맺는 건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용역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용역 계약은 임무 제시에 그쳐야 하는데 이 업체는 업무 지시나 감독, 근태 관리까지 하는 등 근로자처럼 일을 시켜왔기 때문입니다.


[前 부동산 직원들 : 매물을 올리는 것도 양을 줘서 채우도록 하고 7시 이전에는 무조건 퇴근하지 못하고, 시간마다 뭐 했는지 보고해야 하고.]


[박도현/변호사(법무법인 울림) : (원래는 근로계약을 맺어) 최저임금도 지켜야 하고 퇴직금도 지급해야 하고. 근로자가 보호받게 되는데, 그걸 회피하기 위해서 용역계약이란 형식을 취해서.]


기본급이 없어 아무 부담 없이 직원을 뽑아 계약 건수를 늘린 이 업체,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만 울린 채 2년 새 강남에만 부동산 사무실 세 곳을 차릴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김용우, 영상편집 : 이승희, VJ : 한승민)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2019.05.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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