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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Pick] 늦은 만큼 '깊다'…인생 담긴 어르신들의 시 35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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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인생, 글을 만나 시와 그림이 되다'라는 주제로 35명의 문해학습자들의 시와 그림을 담은 '2020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을 개최합니다.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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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학교 가오>, 종로구 명례식 님

사람들이 나만 보면

물어봐요

어디 가요?

(…)

늘그막에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아는데

이걸 어떻게 얘기할지 고민이다


9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결석 한 번 없이 수업에 나가는 학생, 집이 가난해 일손을 보태느라 학교에 가보지 못한 70세 학생, 12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두 동생 챙기며 살림해온 학생 등 각자 다른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어르신들은 뒤늦게 배운 한글에 마음을 담아 인생을 써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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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사랑>, ​관악구 이혜자 님

30분 넘게 줄을 서서 마스크를 샀다.

아들 생각에 하나도 힘이 안 든다.


아들 집에 갔더니

아들이 봉다리를 하나 내민다.

"어머니, 이 마스크 쓰세요!"

"나도 니 줄라고 마스크 가져 왔는데…"


내 것은 아들 주고

아들은 엄마한테 주고


가방 안에 들었던

마스크는

똑같이 4개인데

가방이 묵직해졌다.


특히 이번 35개의 작품 안에는 '코로나'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습니다. 아픈 동생에게 가보지도 못하고 떠나 보낸 슬픔부터, 현장수업이 아닌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하지만 열심히 배우겠다는 각오까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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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비행기>, ​서대문구 신향옥 님

(…)

우리 아들은 하늘을 나는 조종사다.

그런데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쉰다.

딸처럼 사근사근해서 엄마의 낙이었던

아들이 원 없이 하늘 날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더 안타깝다.

(…)

아들아. 젊은이들아.

세상사 늘 넘어지며 사람은 커진다.

저 꼬마가 던지는 종이비행기처럼

다시 날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시화전에 참가한 문해 학습자들이 쓴 시는 어떤 시인의 시보다 생생하고, 삐뚤빼뚤한 글씨는 어떤 명필의 글씨보다 큰 감동을 준다"며 "이분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말과 글을 배우는 것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고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시민들이 꿈과 희망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시 35편은 내일(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시화전 홈페이지(slec.kr) 에서도 10월 말까지 누구나 관람할 수 있습니다.


'뉴스 픽' 입니다.


(사진=서울특별시문해교육센터 홈페이지)

조도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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