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손에 잡힐 듯··· 호수 위 수놓은 한폭의 산수화

호수길로 완성된 횡성여행

청정 자연환경에 인공미 어우러져

평지 흙길 이어 곳곳 전망대·쉼터

물결 위로 비치는 산 그림자도 일품

굽이굽이 걷다보면 어느새 '힐링'

노아의 숲 오르면 주변 산세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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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를 꼽으라면 교통·숙소·경비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먹거리와 풍성한 볼거리 등이 더해지면 매력적인 여행지로 여행자들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는 비접촉·방역 같은 안전요소가 여행의 필수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비교적 한적한 곳에서 자연경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등산·트레킹 명소들이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 횡성은 청정한 자연환경 덕에 코로나19 도피처라고 할 만큼 팬데믹 시대의 여행지로서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문턱에 횡성을 찾았다.


횡성은 그동안 한우·찐빵·더덕 같은 먹거리로만 대표되던 곳이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춘천·홍천·강릉 등으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곳으로만 인식돼왔다. 오롯이 횡성만 여행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횡성이 청정 자연에 인공미를 적절히 가미하며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하나둘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KTX 횡성역·둔내역이 생기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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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향한 곳은 횡성에서 유일한 호수인 횡성호다. 지난 2000년 섬강의 물줄기를 막아 생겨난 인공호수로, 호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부동리·중금리·화전리·구방리·포동리 5개 마을이 수몰됐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존재가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물길을 막아 채워진 인공호수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흘러 주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횡성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하게 됐다. 그 정점은 호수길이다. 횡성호를 한 바퀴 둘러 총 길이 31.5㎞에 달하는 둘레길을 조성했는데 연간 수십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횡성호수길은 총 6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짧은 3구간(1.5㎞)이 1시간 정도 걸리고 가장 긴 4구간과 6구간은 각각 7㎞로, 2시간30분 정도 소요되니 다 돌아보려면 하루를 꼬박 걸어도 부족하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연장 개통된 5구간 가족길이 인기다. 호수 남쪽 망향의 동산 일대 9㎞를 도는 구간으로 A코스(4.5㎞)에 B코스(4.5㎞)를 추가해 다시 출발지로 원점 회귀하는 순환형 코스로 완성됐다. B코스의 장점은 호수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가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5구간의 출발점은 수몰민의 잃어버린 삶을 되새길 수 있도록 조성한 망향의 동산이다. 왼쪽에 호수를 끼고 흙길을 따라 20분쯤 걷다 보면 원두막이 나오는데 여기서 온 길을 그대로 가면 자연스럽게 B코스로 연결된다. 오른쪽 길은 A코스다. 중간쯤 가면 뱃머리를 형상화한 횡성호 쉼터와 만나는데 호수를 배경으로 한 사진촬영 포인트로 유명하다. 횡성호를 따라 1시간 정도 걸으면 시작점인 원두막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여기서 왼쪽 길을 선택하면 출발지인 망향의 동산까지 5구간을 전부 돌아볼 수 있다. 총 2시간30분 거리로 모든 구간이 평지인데다 흙길을 걷기 때문에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또 코스 중간중간에 난 길에서 방향을 바꾸면 언제든 출발지로 되돌아올 수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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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구간은 애초에 길 중간중간 호수길 전망대, 삼림욕장, 타이타닉 전망대, 오솔길 전망대 같은 쉼터와 조형물을 조성해 주변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걷도록 만들어졌다. 잔잔한 호수 위로 비치는 산 그림자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는 먼저 만들어진 A코스가 더 많지만 호젓하게 걷기에는 B코스가 제격이다. 걷다 보면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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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길도 좋지만 횡성호수길을 빠져나와 자동차나 자전거를 이용해 외갑천로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묘미다. 호수를 따라 전망 좋은 곳마다 산장이나 찻집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 걸어온 길을 멀리서 조망할 수 있다. 그래도 아쉽다면 호수 뒤편에 자리한 어답산 줄기 ‘노아의 숲’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노아의 숲은 박주원 부부가 지난 10여년간 야생화와 약초·산나물을 심어 가꾼 숲속 정원으로 횡성호처럼 인공미가 적절히 가미된 곳이다. 입구에서 10여분을 걸어 정상에 오르면 호수뿐만 아니라 태기산·청태산·치악산·어답산 등 주변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석양이 질 무렵 내려다보이는 횡성호의 모습이 절경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라면 작은 꼬마기차 모양을 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전망대만 둘러보고 내려오는 것도 가능하다. 단 방문 전 예약은 필수다. 숲 탐방과 걷기 명상,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예약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횡성)=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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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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