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발길 끊긴 곳에 꽃길···
희망이 '자라'난다

by서울경제

한달여 만에 재개방 '자라섬'

길었던 올 장마에 잠겨 출입금지됐지만

공무원·주민 수백명 합심해 수주간 복구

100만송이 백일홍에 칸나·핑크뮬리 활짝

꽃들이 뒤덮힌 남도, 형형색색 낭만 가득

축제 멈춘 중도선 드넓은 잔디광장 여유가

서울경제

자라섬에 자연방사 중인 산토끼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산책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도 산책로에는 칸나가 만개했다.

서울경제

자라섬 4개 섬 중 ‘꽃섬’이라 불리는 남도에 각양각색의 백일홍이 활짝 꽃을 피웠다. 백일홍·핑크뮬리 등이 심어진 남도는 어디를 가든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아래로 ‘섬(島)’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섬 여행은 가급적 사람들과 멀리 떨어지려는 욕구가 만들어낸 새로운 여행 트렌드 중 하나다. 하지만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섬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선뜻 떠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를 타거나 심지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섬이라면 어떨까. 그것도 서울에서 차로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곳에 고즈넉한 섬이 있다면. 아마도 코로나19 시대 최고의 여행지일 것이다.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은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다. 자라섬은 청평댐이 세워지면서 가평천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인공섬이다. 비가 오면 불어난 물에 섬 일부가 잠겨 자라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유독 길었던 올 장마철에도 섬은 여지없이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장마로 쑥대밭이 된 섬을 복구하는 데 지역 공무원들과 봉사단체, 주민 수백 명이 팔을 걷어붙였고 꼬박 2주의 시간이 걸렸다.


장마 복구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한 달 넘게 출입이 금지됐던 자라섬을 찾았을 때 섬에서는 막바지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거짓말처럼 새 생명이 꽃을 피웠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사이 섬은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총면적 61만4,710㎡인 자라섬은 동·서·중·남도 4개 섬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층층이 쌓여 있는 형태로 육지와 가장 먼 쪽이 동도, 그다음이 남도, 중도, 서도 순이다. 동도(미개방)를 제외한 각각의 섬들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서울경제

자람섬 남도./사진제공=가평군청

자라섬 복구 중 제일 먼저 들려온 것은 남도의 꽃 소식이었다. 장마 전 씨를 뿌린 백일홍이 용케도 살아났다. 당초 지난 5월 봄꽃축제에 이어 10월 초 가을꽃축제를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에 폭우까지 겹쳐 올해 남도에서의 꽃구경은 어려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백일홍 100만송이는 약속대로 꽃을 피워 섬 전체를 뒤덮었다. 축구장 크기의 15배에 달하는 남도에는 빨강·주황·노랑·분홍빛 백일홍뿐만 아니라 칸나·메리골드·핑크뮬리·해바라기·붉은메밀·구절초 등도 만개해 가을 정취를 뿜어내고 있다.


남도는 서도를 거쳐 중도에서 남도교를 건너야 갈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차량을 세워두고 걷거나 자전거로만 이동해야 한다. 오래된 미루나무와 은행나무가 반겨주는 입구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꽃의 정원이 조성돼 있다. 백일홍과 핑크뮬리 사이로 난 꽃길을 통과하면 구절초 군락지가 나오고 그 아래 다시 드넓은 백일홍 꽃밭이 펼쳐진다. 남도는 걷는 내내 꽃과 함께하는 섬이다. 산토끼·청둥오리·왜가리도 만나볼 수 있다. 서도에서 남도까지는 직선거리로 2㎞ 정도 떨어져 있는데 중간중간 갈래길이 나 있어 웬만해서는 다른 방문객들과 동선이 겹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경제

자라섬 중도의 방갈로 앞 잔디밭은 평소 열기구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남도가 ‘꽃섬’이라면 중도는 ‘축제섬’이다. 원래 자라섬에서 가장 유명했던 곳이 중도다. 중도에서는 너른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해마다 재즈페스티벌과 패션위크·공연 등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행사가 없는 기간에는 이곳이 주민과 방문객들의 쉼터로 활용된다. 잔디광장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다가 해 질 녘 가평철교 위로 경춘선 열차가 지나가는 낭만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기에도 좋다.


서도는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으로 자라섬을 처음 외부에 알린 섬이다. 자라섬 내 4개 섬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섬이기도 하다. 육지인 가평군 달전리를 마주하고 있어 섬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오토캠핑장이 들어선데다 세계 최대 규모의 나비공원 이화원과 야외물놀이장까지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만 수해 복구작업 때문에 오토캠핑장은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자라섬은 차를 타고 진입해 섬 일대를 돌아보는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여행도 가능하다. 꽃축제가 열리는 기간을 제외하면 자라섬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다. 걸어서 섬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커 넉넉히 2시간은 잡아야 한다. 돌아 나오는 길을 고려했을 때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원하는 곳만 들렀다가 오는 것도 방법이다. 


/글·사진(가평)=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