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명물 짬뽕 먹어보셨나요…그때 그 시절 품은 군산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 홀릭

빈민촌 경암동 철길마을 1960∼70년대 풍경

뽀빠이·쫀드기...향수 자극 주전부리 가득

중년층도, 젊은 연인도 교복 입고 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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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

“어때? 나 좀 예뻐 보여?” 까르르 까르르.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 교복을 입은 60대 아주머니들은 10대 소녀시절로 돌아갔는지 수다를 떨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교련복을 입고 가방을 옆구리에 찔러 넣던 동네 오빠를 짝사랑했었나보다. 한 아주머니는 남자 교련복을 입고 철길에서 포즈를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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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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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집 없고 땅 없는 가난한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무허가 판자촌을 이룬 마을 한가운데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철도가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철로와 집의 거리는 불과 1m 남짓. 하루에 두 차례 기차가 지나갈 때는 집에 내놓은 물건들을 모두 치워야 했고 집이 무너질 정도로 흔들렸다. 빈민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곳은 이제 연인들이 추억을 담는 데이트 코스와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철길 따라 걷는 추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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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군산시 경촌4길에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은 과거 신문용지를 생산하던 업체 페이퍼 코리아의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의 철로 주변의 마을이다. 1944년 개통된 철길은 2008년 6월까지 하루에 두 차례 정도 운행됐는데 기차가 살림집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이색적인 풍경 때문에 사진 작가들의 단골 출사 장소로 인기를 모았다. 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한때 음식점들이 난립했지만 군산시가 이곳을 1960∼70년대 추억의 거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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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빵 노란집’을 시작으로 오른쪽 골목에는 자야, 뽀빠이, 콩알탄, 쫀드기 등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먹거리와 장난감들이 가득해 그때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하다.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옷핀으로 별 모양을 따라 살금살금 뜯어내던 뽑기. 깨끗하게 성공하면 뽑기를 공짜로 하나 더 받을 수 있어서 마치 무슨 예술작품을 만들 듯 정성을 다해 뽑기를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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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철길골목은 교복을 빌려 입은 연인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걷거나 친구들이 옛일을 떠올리며 수다를 떠는 공간. 20대 초반 연인들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교복이다. 윗단추 하나를 풀어 약간 껄렁한 스타일을 연출한 남친은 예쁘게 차려입은 여친의 인생샷을 찍느라 분주하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황정민과 한혜진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철길을 걷는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철길이 끝나는 곳에는 과거 군산역과 철도에 귀를 대고 기차가 오는지를 살피며 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매우 잘 담아낸 조형물도 있으니 꼭 끝까지 걸어보길.

시간을 너머 군산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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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간여행 조형물

군산은 일제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곳곳에 일제강점기 때의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는데 특히 해망로를 따라 걷다 보면 1930년대로 점프한다. 군산 시간여행은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해 군산세관∼인문학 창고 정담∼근대미술관∼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이성당 빵집∼초원사진관∼신흥동 일본식 가옥∼이영춘 박사 가옥∼동국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볼 수 있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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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군산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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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쌀 수탈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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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쓰던 호화로운 변기

근대역사박물관의 근대생활관에서는 일제의 수탈과 강압적인 통제를 버티며 살던 군산 사람들의 옛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근대건축관은 중앙은행 역할을 하던 옛 조선은행 건물로 현재 군산 지역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때의 건물들과 조선은행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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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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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인공으로 열연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이다. 주차단속요원 다림 역을 맡은 심은하가 타고 다니던 차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원래 이곳은 차고였는데 사진관으로 개조에 영화를 촬영했고 이후 철거됐다가 군산시가 영화 속 장면 그대로 복원했다. 스튜디오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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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춘 가옥

이영춘 박사 가옥은 과거 군산의 최대 지주이던 구마모토 리헤이의 별장이다. 1932년 그가 소유한 농장만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규모였다고 하니 일제가 가난한 농민들을 얼마나 착취했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보통 고리대금업을 통해 농민들에게 높은 이자의 돈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면 대신 토지를 몰수하는 방법으로 토지를 늘렸다. 땅을 뺏긴 농민은 소작농으로 전락했는데 일본인 지주에게 수확량의 50∼70%를 소작료 내야 했기에 늘 굶주림에 허덕였다. 또 소작농은 비료나 자재 비용을 자신의 돈으로 마련하느라 또다시 살인적인 이자로 대출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특히 군산의 경작지 가격은 일본의 10분의 1이 안 됐지만 일본 경작지보다 4배가 넘는 토지 이윤율을 냈기에 군산은 일본인들의 토지 침탈이 집중됐다. 그들은 수탈한 막대한 양의 쌀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는데 1933년에는 전국의 쌀 53.4%가 일본으로 반출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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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동 일본식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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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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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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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역

치욕의 역사지만 이 가옥은 건축학적으로는 큰 의미를 지닌다. 미터법을 사용한 국내 최초의 건물로 건축 당시 조선총독부 관저와 비슷한 비용을 들여 만든 초호화 건물이다. 외부형태는 유럽식, 평면도형은 일본식, 거실과 복도는 다다미를 깐 일본식, 침실은 한식온돌을 설치했다. 특히 벽난로를 설치한 응접실과 정원의 모과나무, 향나무 등이 운치를 더한다. 해방 이후 개정병원을 설립한 ‘한국의 슈바이처’ 쌍천 이영춘 박사가 1933년 구마모토 농장 부설 자혜진료소 소장으로 부임해 소작농들을 보살폈는데 해방 이후 그가 거주했기에 이영춘 가옥으로 불린다. 빙점,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 많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폐역인 임피역은 일제가 수탈한 쌀을 군산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거점이 됐던 곳인데 옛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산책하기 좋다.

군산 하면 짬뽕과 이성당 단팥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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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반점 전복짬뽕

군산 여행 때 짬뽕을 먹지 않았다면 군산에 가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여행 코스로 강추할 정도로 짬뽕만은 반드시 맛을 봐야 한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쌍용반점과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복성루를 찾아갔다. 먼저 쌍용반점. 우선 비주얼에 놀란다. 1만3000원짜리 전복 짬뽕을 주문했는데 세숫대야 같은 큰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혼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양이다. 홍합, 조개, 새우가 잔뜩 올려져 있고 커다란 전복도 하나 장식되어 있다. 고추장으로 맛을 낸 듯 텁텁하고 진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 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밥을 따로 달라고 주문했는데 밥은 손도 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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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성루 짬뽕은 홍합, 조개, 새우가 들어간 것은 비슷한데 돼지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가고 계란을 푼 점이 다르다. 국물 맛도 쌍용반점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고춧가루로 맛을 내 칼칼하면서도 개운하고 시원하다. 특히 국물이 짜지 않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들이켜게 된다. 이곳의 인기메뉴가 하나 더 있는데 물짜장이다. 전복, 새우, 돼지고기, 양파, 호박, 당근을 넣은 걸쭉한 소스를 면 위에 부어 먹는다. 일반 짜장 소스가 아니고 유산슬 소스와 비슷한데 좀 단 편이어서 호불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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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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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 빵집도 군산을 대표하는 맛집이다. 1910년 이즈모야 제과점으로 시작해 광복 이후 1945년부터 이성당이 운영하고 있으니 100년이 넘었다. 본관 안으로 들어가니 길게 줄을 서 계산하고 있는데 손님마다 쟁반에 단팥 앙금빵과 야채빵을 수십개씩 수북하게 쌓아놓았다. 순천에서 왔다는 아주머니는 “자주 올 수 없으니 한번 올 때마다 30개 정도 왕창 사 간다”고 귀띔했다. 앙금빵은 푸짐한 팥앙금과 쌀가루로 만들었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즐기던 단팥빵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커피와 함께 즐기면 여행의 피로를 잘 달래준다.


군산=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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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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