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리선권, 방북 이재용 등에 면박 논란

[박태훈의 스토리뉴스] 북 인사들의 깜짝 발언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리선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그 유명하다는 평양 옥류관의 냉면을 마음 편히 먹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방북 특별수행단으로 평양으로 간 이들 총수들은 9월 19일 옥류관에서 냉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당시 이 부회장 등은 냉면을 맛있게 먹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29일 이와 다른 말이 흘러 나왔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리선권

지난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나란히 앉아 냉면을 먹고 있는 구광모 LG그룹회장(왼쪽서 시계방향으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손경식 경총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리선권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핀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행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불쑥 나타나 정색을 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는데 보고받았느냐"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며 "(리 위원장이) 불쑥 온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다"고 분위기를 순화해 전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리 위원장이 총수들에게 왜 핀잔을 줬냐"고 따졌고 조 장관은 "북측에서는 남북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총수들이 남북경협을 얘기할 처지가 아니지 않으냐. 면박을 주는 것이 의도적인 게 아니겠냐"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했다, 국민의 자존심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당일 리선권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겸 한국경총회장과 같은 테이블에서 냉면을 먹었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리선권

리선권(왼쪽)과 조명균. 사진공동취재단

"내가 천안함 폭침주범, 시계도 주인 닮아 (시간)관념 없어” 거침없는 말

북측 실세들은 외부 인사와 만날 때 거침없이 말을 툭 뱉곤한다. 기싸움에서 눌리지 않겠다, 우리가 우월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대남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4월 2일 남측 기자단과 간담회에 앞서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영철은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때 취재진을 제한한 일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에서 이처럼 꺼리낌없이 말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리선권도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 때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분 가량 지각하자 "조평통 위원장이 복도에서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말이야. 일이 잘될 수가 없어"라고 대놓고 핀잔을 줬다.


무안해 진 조 장관이 "제 시계가 잘못됐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수습했지만 리선권은 "자동차가 자기 운전수 닮는 것처럼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 닮아서 저렇게..."라고 거듭 면박을 줬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리선권

1994년 3월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고 있는 박영수. NHK 캡처

1994년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

북한 인사의 거친 언행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1994년 3월 1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핵문제 해결을 위한 8차 남북접촉 때 박영수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발언.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으로 북측 대표를 맡았던 박영수는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불바다가 될 것"이라면서 남측 대표 송영대 통일원 차관을 향해서도 "송 선생도 살아나기 힘들다"고 겁박성 말을 했다.


회담이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북측은 우리측 반발을 의식, 박영수를 교체했지만 북 지도층이 그의 호기를 높이 평가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리선권

북미정상회담 좌초 위기 최선희의 "펜스 아둔한 얼뜨기"

2018년 최고의 뉴스 중 하나는 사상 최초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 하지만 북미정상회담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막말로 파국 일보직전까지 갔다.


북미정상회담 실무접촉이 난항을 겪자 최선희는 지난 5월 24일 조선중앙 통신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폭스뉴스에서 '북한 핵해법의 리비아식 모델'을 말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향해 "아둔한 얼뜨기"라며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위협했다.


펜스 부통령까지 건드린 최선희의 도발에 분노한 트럼프는 "그럼 그만두자"고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 등이 중재에 나서 겨우 트럼프를 달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2018.10.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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