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눈물 툭툭 떨구고… 동백엔딩

[여행]by 세계일보

전남 장흥 / 국내 최대 동백군락지

‘천관산 동백숲’ 2만여 그루 빼곡…

처연한 듯, 초연한 듯 피어나고 떨어지고…

붉은 꽃길 걸으며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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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은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정남쪽에 자리하고 있어 ‘정남진 장흥’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산 좋고 물 맑기로 유명한 남도의 대표적인 지자체다. 천관산과 득량만, 탐진강에서 보듯 산과 바다, 강을 고루 갖추고 있어 사계절 휴양이 가능한 곳이다. 여기에다 국내 최초의 해양낚시 공원,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작은 소등섬은 힐링과 휴식을 원하는 외지인들에게 권장할 만한 휴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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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요즘 장흥은 붉은 동백이 만개한 천관산 동백림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얼마 전부터 방문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봄철 가볼 만한 곳으로 부각되고 있다. 장흥 동백 꽃구경도 할 겸 수년 전에 맛봤던 이곳의 별미인 한우와 키조개, 표고의 조합인 ‘장흥삼합’도 생각이 나서 정남진 장흥을 다녀왔다.

주목받는 천관산 동백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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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천관산은 723m로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부처바위, 사자바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정상의 바위들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해서 천관산이라 불린다. 기암 괴석과 탁 트인 다도해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천관산은 산세가 뛰어나 지제산(支提山), 천풍산(天風山), 신산(神山)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곳에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50∼200년생 2만 그루에 달하는 최대 동백림지역이다. 실제는 2만여 그루가 훨씬 넘으나 현재 기네스 기록이 2만 그루만 넘으면 된다고 해서 더는 세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이곳이 붉게 타들어 가면서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동료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붉은 전구를 온통 켜놓은 듯하다”고 표현했다. 주민에 따르면 80여년 전까지만 해도 동백나무로 숯을 굽던 가마터가 7개 있었다. 대체로 참나무로 숯을 굽지만, 이곳엔 동백나무가 지천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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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용산면 묵촌리는 동백꽃 명소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140여 그루의 동백이 있다. 바닥에 붉은빛으로 낙화한 동백은 한 폭의 그림이다. 동백꽃길을 걸으면 영화 속의 한 장면 그 자체다. 소문을 들은 출사객들이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이곳 동백림은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림이다. 카페 등 편의시설을 갖추어 내년 봄에는 본격적인 관광객 유치에도 나서겠다는 것이 일행을 안내한 주민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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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공간 편백나무숲 우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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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명소 장흥 우드랜드.

장흥을 대표하는 힐링명소다. 이곳은 방문객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효과와 함께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많이 내뿜는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조성된 곳이다. 장흥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억불산이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으로 변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故) 손석연 선생이 1958년 억불산을 매입하여 조림을 시작했다. 이후 장흥군이 그 뜻을 이어받아 우드랜드로 조성하면서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대형 삼림욕장이 됐다. 기자가 40년생 이상의 키 큰 편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책로 따라 걷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자 기분 탓인지 머리가 맑아지고 상쾌해진다. 시간이 없어 1시간도 정도 산행을 했는데도 몸이 한결 가뿐해졌다는 느낌이다. 가능하면 억불산 정상에 올라 장흥읍을 비롯한 주변 풍경을 둘러봐야 제대로 우드랜드를 100% 즐기는 것이라고 문화해설사가 설명했다. 우드랜드 상층부에서부터 정상 바로 앞까지 약 3.8㎞ 목재데크로 길이 이어져 있다. 일명 ‘말레길’이라고 이름 붙은 데크길은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와 노약자들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유모차도 갈 수 있게 했다.

사색의 공간 소등섬과 짜릿한 손맛 부르는 해양낚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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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작은 소등섬도 가볼 만하다. 득량만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하다. 먼바다에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위해 호롱불을 켜 놓고 그 불빛을 보고 무사히 귀환하기를 빌었다고 해서 소등(小燈)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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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여인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바다의 용이 승천하지 않고 섬 주변을 휘감고 영원히 머물고 있다는 전설도 있다. 삶과 죽음을 장례문화를 주제로 영화화한 임권택 감독의 ‘축제’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청정해역인 득량만 들머리에 있는 해양낚시공원도 요즘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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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감성돔의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낚시공원이다. 소록도와 금당팔경 등 다도해의 풍경을 조망하며 안전하게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콘도식 낚시터, 부잔교식 낚시터, 낚시교, 해안데크, 정자 등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최근 낚시 붐이 일면서 방문객이 늘었다고 한다.

다도해 한눈에 들어오는 정남진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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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남진 전망대.

광화문에서 정확히 남쪽으로 이어진 육지 끝자락이라는 의미를 담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건축물이다. 꼭대기 10층 전망대에서는 득량만 바다와 소록도, 거금도, 금당도, 평일도 등 고흥과 완도의 섬들을 볼 수 있다. 바다 반대편으로는 너른 산세를 지닌 천관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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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는 장흥의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는 전시관 역할도 하고 있다. 전망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층별로 눈길을 끄는 공간들이 있다. 장흥 문학을 맛볼 수 있는 북카페와 문학영화관, 1970~80년대 옛 모습을 담은 추억여행관이 있고 축제관과 이야기관, 푸드홍보관, 트릭아트 등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다.

장흥군이 역사 자원화하는 안중근 의사 사당 해동사

해동사는 1955년 장흥 죽산 안씨 문중의 발의로 건립됐다. 장흥 죽산 안씨 문중에서 순흥 안씨인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하여 죽산 안씨 문중에서 건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당 내부에는 안중근 의사 영정 2점과 친필유묵 복사본이 보관돼 있다. 정면에는 위패와 영정사진이 있다. 장흥군은 최근 해동사를 일대를 기반으로 하는 안중근 기념 역사 자원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정종순 장흥군수가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향후 3년간 국비 등 70억원을 들여 안 의사 사당인 해동사 주변에 기념관과 교육시설을 건립하고 다양한 교직원 연수, 항일 독립유공자 공원 조성을 추진한다. 안중근 의사 체험교육관, 애국탐방로, 메모리얼파크 등이 마련된다. 안중근의사 체험교육관은 연면적 400평 2층 규모로 1층에는 전시실, 사무실, 뮤지엄숍이, 2층에는 기획전시실, 추모실, 체험전시실이 설치되며, 옥외에 주차장과 쉼터 등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문화예술공간이 된 장흥교도소와 운치 있는 신풍갈대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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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촬영지로 각광받는 장흥교도소.

옛 장흥교도소가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새 교도소를 지은 뒤 이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구 교도소 건물만 남아 있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 교도소 장면을 촬영할 때 단골로 활용되고 있다. 군청 직원에 따르면 서대문형무소나 익산의 세트장에서 주로 찍었으나 이곳은 실제로 교도소로 쓰인 곳이라 더 실감이 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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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즌’,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도 촬영했거나 촬영 중이다. 한때 범죄자를 수용했던 교도소가 어두웠던 역사를 뒤로하고 지역민들의 문화예술공간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한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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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습지공원

유치면 신풍리에 조성된 신풍 갈대 습지도 가볼 만하다. 2004년 저수지 수질개선과 생물다양성 유지, 서식지 보호를 위해 조성됐다. 바람에 휘청이는 갈대밭이 운치가 있어 계절과 관계없이 연인과 출사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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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낙이 득량만에서 잡은 세발낙지를 손질하고 있다.

이밖에 장흥하면 토요시장과 장흥삼합도 빼놓을 수 없다. 장흥시장은 오일장이 서는 곳으로 2, 7일이면 장터 구경을 하며 싼값에 많은 물품을 구하기도 좋고, 여행일정에 토요일에 끼어 있다면 토요시장도 방문함 직하다. 식도락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흥삼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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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낙이 득량만에서 잡은 키조개를 손질하고 있다.

맛 좋기로 소문난 장흥의 쇠고기와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구워 먹는다 해서 삼합이라 이름 붙은 이 음식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자릿세와 표고버섯, 키조개 값만 현지가로 지불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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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올 8월에는 외지인에게 널리 알려진 장흥 물 축제와 함께 이번에는 장흥삼합 축제도 새롭게 열린다고 하니 올여름 여름 휴양지로도 추천할 만하다.


장흥=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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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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