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타고 가는 겨울 남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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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여행을 계획할 때 으레 남이섬을 함께 떠올린다. 집라인이 생겼다지만 통상 배를 타고 들어가는 남이섬은 봄·가을 기억이 대부분이다. 1월의 끝자락에 춘천으로 길을 잡은 건 순전히 겨울 남이섬이 궁금해서다. 겨울이면 청평호가 얼어붙어 섬을 드나드는 배는 쇄빙선이 된다. 섬 곳곳에 놓인 크고 작은 눈사람들은 남이섬 직원들의 겨울 일거리였다.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삼악산호수케이블카, 덧신 신고 소양강을 내려다보는 소양강스카이워크, 한우버거와 춘천호 풍경 ‘맛집’인 해피초원 등을 함께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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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남이섬, 쇄빙선의 기억…몇월이 가장 붐볐을까

남이섬 들어가는 배를 타러 가평선착장에 닿았다. 남이섬의 주소는 강원도 춘천인데, 배 타는 곳은 경기도 가평이다. 다른 춘천 지역과 달리 가평 국번을 쓴다. 남이섬에 처음 전화를 들일 때 더 효율적인 가평에서 연결한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껏 남이섬에 몇 번 가봤을까. 어린이날을 기다리던 시절, 친척 몇 가족과 전세버스를 타고 여행한 게 가장 오래된 기억이다. 두돌인 첫째를 데리고 카페 한켠에서 우유를 먹이던 게 최근 방문 기억이다. 남이섬을 꽤 많이 경험했지만 새롭게 느껴졌다. 1월 방문이 처음이라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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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 통계를 받아봤다. 지난해 남이섬 방문객은 103만3000여명. 그중에 1월에 3만3000여명으로 여행객이 가장 적었다. ‘위드 코로나’가 잠시 시행된 지난해 11월 16만1000여명으로 가장 붐볐다.


남이섬은 춘천시를 떠나 강원도 여행에서도 비중이 크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강원도에서 가장 붐빈 관광지는 290만6000여명이 방문한 강원랜드 카지노였고, 남이섬(276만5000여명), 설악산(205만1000여명), 낙산사(124만3000여명)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강원도 톱3 여행지는 설악산(131만2000여명), 낙산사(104만5000여명), 남이섬(97만2000여명) 순으로 바뀌었다. 남이섬은 코로나19 타격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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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닭갈비 간판이 여기저기 현란하다. 여기가 춘천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하다. 오전 8시 첫 배를 타려 했지만 일정이 뒤처져 30분 늦은 탐나라호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배에 오르는 발길은 여행객보다 직원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드둑∼우드둑∼”


탐나라호는 청평호의 물살이 아닌 얼음을 가르기 시작했다. 깨진 얼음조각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간다. 배에 탄 직원은 “겨울에는 청평호가 얼어붙어 쇄빙선을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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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선을 타고 섬에 가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 남이섬 측은 쇄빙선이라고 칭하고 “‘얼(음)멍’이라고 들어는 봤느냐”며 “나도 모르게 얼음을 보면서 멍을 때리고 우드득 얼음 깨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블로그에 소개했다.


남이섬을 오가는 배는 모두 6척이다. 차를 실을 수 있는 가우디호와 나미51호는 섬 내 납품, 공사, 공연팀 등 직원들만 탄다. 140명가량 정원이던 작은 배들을 대신해 지금의 아일래나호가 투입된 건 2004년 10월이다. 인어공주호(2009년 1월), 알라딘호(2011년 9월), 탐나라호(2015년 8월)까지 추가되면서 4척 체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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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을 지향하는 아일래나호는 테이블 등이 놓여 170명 정원이고, 나머지 3척은 입석으로 300∼400명을 태운다. 봄·가을 주말에는 4대가 모두 투입돼 하루 최소 230여회 오가고, 비수기인 요즘엔 70여회 운항한다.


보안업체에서 일하다 2011년 남이섬에 합류, 운항팀을 총괄하는 진창억(50)씨는 “강우현 부회장이 오래전 아일래나호와 인어공주호를 디자인해 조선소에 넘겼다”며 “특히 인어공주호는 처음에 사과 모양을 청했다가 우주선 모양으로 바꿨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통상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드는 민물 배들과 달리 강철로 만든 4척 모두 ‘사실상’ 쇄빙선이다. 거창하게 쇄빙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철엔 얼음을 깨고 나아가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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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매니저 박민철(32)씨와 섬 곳곳을 다녔다. 카페 옆에서 직원들이 눈 오리와 눈 사람 만들기에 한창이더니, 또다른 직원들이 모형 틀을 이용해 나뭇가지에 눈사람을 붙이고 있다. 박씨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눈사람이 나온다”며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드는 게 직원들의 주요 업무”라고 했다. 남이섬에서는 계약직을 포함해 400명 정도가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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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마을 강변오솔길을 따라가면 자작나무 숲을 지나 창경원에 닿는다. 섬의 남쪽 끝이다. 다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헛다리다. 구불구불 통나무 다리라 발을 헛디딜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름은 남이섬 곳곳을 꾸민 강 부회장이 지었다고 한다. 소나타 카페 한쪽에선 눈사람 호떡을 팔고, 섬 여러 곳에 장작불을 지펴두고 눈사람 피규어를 설치해 겨울 느낌을 한껏 살렸다.


섬의 달오름 언덕에는 매년 겨울 눈썰매장이 열렸다. 올해는 트립닷컴과 함께 썰매장 운영에 나섰다. 현장에서 트립닷컴 회원이 되면 썰매를 무료로 빌려준다. 그리 크지 않은 썰매장은 눈이 녹기 전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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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스카이워크·초원에서 즐기는 호수 전망들

춘천은 호수가 많아 호반(湖畔)의 도시다. 소양강을 의암댐이 막아 생긴 의암호 풍경을 보기 위해 삼악산호수케이블카에 올랐다. 의암호 하부정차장에서 출발해 삼악산 상부정차장에 닿으니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얼마 안 가 태양광 집열판이 가득한 붕어섬 위를 지난다. 북한강을 따라서 왼쪽으로 드름산이 펼쳐지고 삼악산을 향해 속도를 낸다. 드름산 아래로 의암 스카이워크가 보이고, 인근 얼음판에 알록달록 텐트들이 진을 쳤다. 아마 얼음 빙어 낚시객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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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산호수케이블카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소노인터내셔널은 “의암호와 삼악산을 배경으로 호수 2㎞, 산악 1.6㎞ 등 국내 최장인 총 3.6㎞ 구간을 운행한다”며 “2015년부터 춘천시 핵심 관광사업으로 조성이 추진된 삼악산 케이블카는 강원지역에서 운영되는 최초의 케이블카”라고 소개했다. 회사 측은 케이블카 시설을 춘천시에 기부채납하고 20년간 운영을 맡기로 했다. 8인용 케이블카 66대 가운데 20대는 바닥이 투명해 의암호 전경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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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선착장에 내리면 왼쪽부터 애니메이션 박물관, 올해 5월 개장 예정인 레고랜드, 하중도 생태공원, 소양강 스카이워크, 소양강댐, 봉의산, 의암 스카이워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악산은 주봉인 용화봉(655m)과 청운봉(546m), 등선봉(632m) 등 3개의 봉우리를 이룬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기암괴석을 탐하는 등산객이 많다. 상부선착장에서 이어지는 생태문화탐방로는 겨울에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다가 오는 3월 다시 연다. 상부선착장에 있는 이디야 커피는 춘천 전망 맛집인 듯 사람들이 가득하다. 의암호에 비친 케이블카와 주변경치를 감상하며 내려온다. 삼악산호수케이블카는 평일 700∼800명, 주말에는 2000∼2500명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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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선착장에서 멀리 보이던 소양강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전체 174m 구간 중에 156m에 투명 강화유리가 깔렸다. 덧신을 신어야 들어갈 수 있는 교량 끝에 원형 광장과 날개처럼 뻗은 전망대가 설치돼 호수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원형 광장 맞은편 ‘쏘가리상’으로 불리는 조각상은 정해진 시간에 분수가 나온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옆에 소양2교와 소양강처녀상이 있다. 스카이워크는 2016년 7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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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댐을 향해 가다 춘천호를 왼쪽으로 끼고 달리면 최영철(65)씨가 운영하는 해피초원목장에 닿는다. 7만평 초지에 한우와 양을 방목하는 곳으로, SNS에 춘천호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널리 퍼졌다. 강원도 한우를 알리기 위해 강원도 12개 시·군, 6개의 축협에 의해 강원한우체험농장으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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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에 들어서면 닭과 토끼가 마중하고, 암소 2마리, 말 초원이와 당나귀 사랑이, 양 50여마리를 만나게 된다. 겨울에는 미끄러워 양을 방목하지 않지만 어린 양들은 울타리 사이로 빠져나와 여기저기서 노닌다.


해피초원을 방문한 BTS의 뷔 등이 맛본 수제한우버거는 SNS에 ‘BTS 한우버거’로 이름을 알렸다. 한우버거만 원하는 BTS 팬들이 늘자 목장 입구에 한우버거만들기체험장(마더하우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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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한우 번식 농가를 시작한 최씨는 외환딜러였다. 미국계 뱅크오브보스턴 서울지점, 쌍용그룹 외환관리팀 등에서 일하다 귀농했지만 IMF 외환위기와 광우병 파동을 겪었다. 사료값이라도 벌기 위해 2012년 체험장 문을 열었고, 2018년부터 흑자가 났다. 코로나19가 위기였지만 단체 관광객이 줄자 야외를 원하는 일반 관광객이 빈자리를 메웠다. 최씨 명함에 새겨진 ‘나는 행복하다’는 영어 문구는 스스로 외는 주문이 아닐까.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는 오는 3월 13일까지 별빛축제를 연다. 야외 곳곳에서 포토존을 새로 준비했다. 매주 금·토요일에는 야간개장한다. 구봉산에 오르면 예쁜 카페들이 많지만 비싼 게 흠이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으러 늘 샘밭을 들렀는데, 춘천 토박이는 후평동의 1.5닭갈비 본점을 추천했다.


춘천=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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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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