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주인은 인간? 바이러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공룡들의 낙원’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
그많던 공룡들···어디로 사라졌을까
거대한 퇴적암층 곳곳에 거대한 공룡·익룡·물갈퀴새 발자국
벽 뚫고 나오는 공룡 살아 움직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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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주인은 과연 인간일까. 46억년 지구 역사에서 인류가 출현한 것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기준으로 잡으면 300만∼400만년 전이다. 크로마뇽인으로 대표되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4만∼5만년에 불과하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 지구에 자리를 잡은 것이 있다. 바로 바이러스다. 35억년 넘게 지구에 살고 있으니 바이러스 입장에서 본다면 지구의 주인은 바이러스인 셈이다. 인류가 출현하기 한참 전,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한 생명체는 공룡이다. 무려 1억5000만∼2억년 정도 지구를 지배했으니 인류의 역사는 이에 비하면 아주 짧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공룡도 6500만년 전 ‘5차 대멸종’ 때 지구에서 모두 사라졌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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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라기공원으로 점프하는 해남 공룡화석지

과학자들은 수백년 뒤에 ‘제6차 대멸종’이 지구를 덮칠 것이며 공룡처럼 인류는 한순간에 멸종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요즘 상황을 보면 환경파괴와 지구오염을 재촉한 인간이 스스로 바이러스의 변이를 부추겨 멸종을 재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위기감도 든다.


공룡 멸종을 둘러싼 가설은 매우 다양하다. 6500만년 전 거대한 운석충돌로 발생한 지진, 화산폭발로 화산재가 대기권을 덮으면서 태양을 가려 빙하기를 맞았고 지구상의 생물 80%가 사라졌는데 공룡도 이때 멸종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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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 공룡박물관

우리나라는 의성, 화순, 여수 등 곳곳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전남 해남의 우항리 공룡화석지다. 공룡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니 거대한 공룡 조형물들이 인사한다. 공룡박물관에는 길이 10m에 달하는 초식공룡 말라위사우루스 두 마리가 벽을 뚫고 나오고 있는데 영화속 쥐라기공원에 온 듯,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다. 보통 공룡화석지라고 하면 초등학생들이 현장학습을 하는 곳쯤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우항리 공룡화석지는 이런 선입관을 완전히 깨뜨린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대규모 공룡발자국 화석들을 눈으로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어 어른들에게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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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발자국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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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발자국 화석이 가장 먼저 발견된 단층

특히 이곳은 ‘세계 최초·최대’ 타이틀이 아주 많다. 공룡·익룡·물갈퀴새발자국 화석이 동일지층에서 처음 발견됐고 별모양 대형초식공룡발자국도 세계 최초다. 익룡 발자국 크기는 35㎝로 세계 최대 크기이고 수량도 443점에 달하며 보행렬은 7.3m로 세계 최대 규모다. 또 물갈퀴 달린 새발자국이 1000여점 발굴됐는데 미국의 신생대 전기 에오세 지층에서 발견된 물갈퀴 달린 새발자국 화석보다 3000만년 앞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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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항리 공룡화석지 대형초식공룡관 3보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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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기 있는 대형초식공룡관인 3보호각으로 향한다. 보호각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비바람에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발자국이 찍힌 퇴적암 위에 그대로 지붕을 씌워 놓은 곳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비스듬한 퇴적암에 엄청난 크기의 발자국들이 길게 찍혀 있어 방금 전 대형공룡들이 떼로 지나간 듯하다. 발자국의 크기는 지름 50∼95㎝로 다양하며 깊이는 25㎝ 정도이고 별 모양 발자국 105개와 용각류 발자국 27개가 잘 보존돼 있다. 별 모양 발자국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세계에서 유일한 형태로 공룡발자국이 찍힐 당시 물기를 가진 상태의 진흙 밑 부분으로부터 퇴적물이 올라오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발자국의 크기와 깊이로 미뤄 공룡은 몸통길이만 7m가 넘는 대형초식공룡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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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항리 공룡화석지 2보호각 익룡·조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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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호각은 익룡·조류관으로 거대한 퇴적암 위에 실제 크기의 익룡 모형을 재현해 놓았다.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433점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새의 발자국 1000여 점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익룡 발자국은 뒷발의 크기가 최대 35㎝로 지금까지 발견된 익룡 발자국 중에 제일 크다. 특히 익룡이 2족보행을 했는지 4족보행을 했는지 논란이 컸는데 이곳에서는 앞발과 뒷발이 선명하게 찍힌 화석이 나와 네 발로 걸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1보호각은 조각류 공룡관으로 총 263개의 공룡발자국이 찍혀 있는 거대한 퇴적암층이 그대로 놓여 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주로 초승달 모양의 앞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코끼리 발 모양의 뒷발자국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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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항리 공룡화석지 금호호 풍경

초식공룡과 익룡의 낙원 우향리

보호각을 나서니 탁 트인 넓은 호수가 펼쳐져 상상력이 발동된다. 발견된 공룡 화석으로 미뤄 오래전 이곳 땅에는 대형초식공룡들이 하늘에는 익룡이 날아다니는 공룡들의 낙원이었으리라. 실제 우항리 퇴적층은 8300만∼8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형성됐다. 공룡이 살던 중생대까지만 해도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호수를 낀 육지였다고 하니 공룡들은 이곳에 터를 잡고 오랫동안 지구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렸을 것이다. 우항리는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해안지역이었지만 금호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백악기 시절처럼 다시 육지가 됐는데 방조제 공사로 퇴적층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보존된 대규모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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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항리 공룡박물관 내부

공룡박물관에도 볼거리가 많다. 실물 크기의 다양한 공룡뼈 화석들을 전시한 국내 최대 규모의 공룡박물관으로 중생대 ‘포식공룡의 왕자’ 알로사우르스의 진품 화석을 만날 수 있다. 또 대형 용각류 공룡 뼈 화석과 각종 공룡의 발자국 흔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공룡의 분류법, 공룡의 속도, 공룡의 지능 등도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중생대 백악기를 재현한 공간이 인기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센서가 반응하는데 서로 싸우는 공룡들과 그 위를 날아다니는 익룡들이 울긋불긋한 조명을 받아 살아난다. 해양파충류실에서는 바다를 지배했던 공룡을 만나며 하늘을 지배했던 익룡들의 생태도 관찰할 수 있다. 3000여권의 공룡관련 도서가 비치된 공룡도서실, 눈속임으로 공룡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트릭아트 전시실도 마련됐다. 4D입체영상관에서는 공룡알 위에 앉아서 공룡의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쥐라기공원을 거니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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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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