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하다 놓친 풍경 더 늦기 전에 떠나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목포 고하도 용오름길과 해안산책길/서천 금강2경 도보여행길/군산 구불길 6-1코스
목포 고하도 |
앙상한 나뭇가지와 길가에 뒹구는 낙엽들. 1년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시달리다 보니 어느새 가을이 가버렸다. 아마도 올해 가을은 인생에서 가장 쓸쓸한 시기로 기억될 듯하다. 그래도 아직 남쪽은 따뜻하고 단풍도 조금 남아 서둘러 가면 마지막 정취를 따라잡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5년 동안 추천한 12월에 걷기 좋은 길을 따라 걸으며 제대로 즐기지 못한 계절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목포해상케이블카 |
#목포 고하도 용오름길과 해안산책길
요즘 전남 목포에서 가장 인기 높은 ‘핫플’을 꼽으라면 지난해 9월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다. 북항스테이션에서 출발해 유달산을 거쳐∼고하도로 연결되는 국내 최장(3.23㎞) 해상케이블카로 바다 위 155m 상공을 날아가며 즐기는 유달산과 목포바다의 비경이 장관이다. 바닥이 강화유리로 된 크리스털 캐빈을 타면 더욱 짜릿하게 목포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중간 정착지인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내려도 되고 곧바로 고하도로 가도 된다.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일등바위까지는 20분이면 닿는데 해발고도 228m 일등바위 정상에 서면 고하도, 목포대교, 외달도, 달리도, 압해도 등 다도해 풍광과 목포 도심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고하도 해안산책길 |
고하도복지회관 인근 주차장에서 출발해 이충무공유적지~탕건바위~말바우~뫼막개~국기봉~용머리쉼터~고하도 용머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고하도 용오름길은 모두 5.6㎞ 코스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해발 고도 약 3m에서 시작해서 최고 약 79m 정도 되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걷다 보면 유달산, 목포항, 삼학도와 두 마리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한 목포대교를 즐길 수 있다.
고하도 전망대와 해안산책길 |
고하도 해안산책길 |
고하도전망대를 거쳐 해안산책길을 따라 고하도 용머리까지 다녀오는 코스도 강추다. 아찔한 절벽을 따라 데크길이 연결돼 있는데 푸른 물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바다가 절벽을 “철썩철썩” 때리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해안산책로는 가슴속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준다. 판옥선 5척을 쌓은 독특한 고하도전망대도 꼭 올라보자. 오른쪽으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 한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고하도 끝에서 연결된 목포대교가 등장한다.
고하도 해안산책길 |
고하도 스테이션 야경 |
이곳에서 즐기는 고하도 풍경이 가장 아름다워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된다. 전망대를 판옥선 모양으로 쌓은 것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명량해전 이후 조선 수군은 고군산군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고하도에서 106일 동안 전열을 가다듬었고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천천히 고하도를 즐기다 해질 무렵 북항으로 돌아가는 케이블카를 타면 더욱 근사한 풍경을 마주한다. 유달산스테이션 전망대나 고하도스테이션 옥상정원, 케이블카에서 목포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낙조를 즐길 수 있어서다. 유달산, 목포대교, 케이블카 타워의 은은한 경관 조명은 덤이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 |
#충남 서천 금강2경 도보여행길
서천 여행자들에게 인기 높은 신성리 갈대밭은 전북 군산과 서천을 가로지르는 금강을 따라 무려 1.5㎞나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집콕’만 하다 가을 풍경을 놓쳤다면 신성리 갈대밭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은빛으로 출렁이는 바다 같은 갈대가 겨울 내내 여행자들을 반기기 때문이다.
서천 금강2경 도보여행길은 금강을 거슬로 올라가는 생태탐방로로 금강1경인 금강하굿둑 관광단지 입구~조류생태전시관~금강2경 신성리갈대밭길을 거쳐 신성리갈대밭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며 15㎞로 3시간40분가량 잡아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편하게 걷거나 라이딩을 하며 금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이면 철새들의 낙원으로 변한다. 서천의 금강 일대는 대부분 농경지여서 해질 무렵이면 먹이를 찾아 나선 철새들이 붉게 물든 석양을 배경으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신성리갈대밭 갈대문학길 |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 지상 2층 전망대에 오르면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대밭 사이로 오솔길을 냈다. 어른 키를 훌쩍 뛰어넘는 갈대밭 산책로에 들어서면 “사각사각” 하며 바람에 부대끼는 갈대 소리만이 청각을 자극한다. 산책로 곳곳에서 만나는 박두진, 김소월, 박목월 등 시인의 작품이 겨울 낭만을 더하고 해질 무렵 은빛 갈대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신흥동 일본식가옥 |
군산 구불길 6-1코스 초원사진관 |
#전북 군산 구불길 6-1코스
신성리 갈대밭에서 금강을 건너면 군산이라 함께 묶어 여행하기 좋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군산세관~해망굴(홍천사)~월명공원수시탑~구불길탐방지원센터~신흥동일본식가옥~초원사진관~고우당게스트하우스~동국사~정주사집문학비~개복동예술인의거리~빈혜원~구)조선은행~군산근대역사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군산 구불길 6-1코스는 6㎞로 1시간30분이면 충분해 천천히 걷기 좋다. 곳곳이 포토명소다. 그중 한석규와 심은하가 출연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초원사진관이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영화 속 주차단속 요원으로 나오는 심은하가 타고 다니던 차가 초원사진관 앞을 장식해 영화 속에 선 듯하다. 또 ‘타짜’, ‘장군의 아들’ 등 군산에서 촬영된 많은 영화의 배경들을 구불길 6-1코스에서 만날 수 있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
백릉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인 군산의 원도심을 여행하는 이 길은 일제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군산 사람들이 지나온 고달픈 삶의 애환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근대역사박물관과 근대생활관에는 일제강점기를 온몸으로 견뎌낸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 과거 군산 최대 지주이던 구마모토 리헤이의 별장이던 이영춘 가옥과 신흥동 일본식 가옥, 동국사 등 볼거리가 많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1960∼70년대 추억의 거리로 조성돼 데이트 코스와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다. 교복을 빌려 입고 철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과거로 점프한다.
목포·서천·군산=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