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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대접 받는 느낌의
또 다른 '맛'의 세계

by세계일보

초밥은 온도에 민감... 15초 안에 드세요

셰프가 알려주는 ‘오마카세’ 팁

셰프·손님의 리드미컬한 교감이 묘미

엔트리부터 하이엔드까지 등급 구분

성게알·참치·고추냉이 평가 3대 요소

맛과 함께 분위기·접객 태도 등도 중요

“숨어있는 디테일 찾다보면 매력 보여”

세계일보

‘스시소라’의 이슬기 셰프는 지난달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마카세의 매력은 자신의 취향을 하나둘 찾아가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상윤 기자

주문할 음식을 셰프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오마카세(お任せ)’가 일부 미식가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주문 방식이 우리 식문화에선 다소 어색한 구석이 있는 데다 비용적으로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일본 갈 일이 있어야 한번쯤 시도해보는 이벤트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스시야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초밥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오마카세를 일상에서 즐기는 애호가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렇다곤 해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 오마카세 셰프 앞에만 앉으면 괜스레 작아지곤 한다.


“간혹 초밥을 내드리는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분들이 보여요. 그리 부담 갖지 마시고 분위기를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오마카세는 오롯이 손님을 위한 것이니까요.”


서울 대치동 ‘스시소라’에서 일하는 이슬기 셰프는 오마카세를 “알면 알 수록 흥미로운 세계”라며 본인만의 취향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지난달 27일 그를 만나 이제 막 오마카세에 관심을 갖게 된 입문자들을 위한 조언 등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먹어보라

세계일보

셰프와 손님의 리드미컬한 교감과 긴장이 오마카세의 묘미라지만, 일단 중요한 건 먹는 일이다. ‘적어도 15초 안에 입에 넣어야 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초밥은 온도에 대단히 민감해 15초만 지나도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본고장 일본에선 밥 온도가 체온과 비슷할 때를 가장 맛있는 타이밍으로 여긴다.


“초밥을 내드렸는데 마침 손님이 이것저것 물어보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우선 초밥부터 드시고 물어보시라’고 말씀드려요. 맛이 중요하니까요.”


흔히 초밥을 ‘한입의 예술’이라 부른다. 그래서 네타(초밥에 얹는 재료)만 골라 먹거나 초밥이 크다고, 혹은 배가 부르다고 덜거나 잘라 먹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이 셰프는 “밥의 양이 많다 싶으면 꼭 셰프에 말씀드려 한입 크기로 드시라”고 조언한다. 셰프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것이 오마카세라지만, 이런 디테일을 요구하는 건 얼마든지 괜찮다. 셰프들은 오히려 이런 요구를 반긴다.


밥양이 적으면 “밥을 조금만 더 쥐어주세요”, 와사비가 많으면 “와사비가 센 것 같아요”, 간이 슴슴하면 “간장을 조금 더 발라주세요”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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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을 집을 땐 네타와 샤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사진처럼 가장 아랫부분에 젓가락을 수평으로 댄 뒤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손으로 먹는 것을 권한다. 하상윤 기자

젓가락질도 중요하다. 네타와 샤리(초밥용 밥)가 분리되는 ‘참사’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밥은 웬만하면 손으로 먹는 것이 좋다. 이 셰프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셰프들이 손으로 드시는 걸 추천한다”며 “데부키(손가락을 닦는 물수건)를 한 번 이용해 보시라”고 귀띔했다.

살펴보라

오마카세에는 ‘급’이 있다. 가장 낮은 ‘엔트리급’과 가장 높은 ‘하이엔드급’, 그 사이에 ‘미들급’이 있다. 무자르듯 나눌 수 있는 기준은 없으나 디너 가격 기준 15만원 이상이면 하이엔드급, 10만원 안팎이면 미들급, 5만원 안팎이면 엔트리급으로 보면 얼추 맞는다. 그렇다면 셰프들은 어떤 걸 기준 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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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3대 요소, 우니(성게알)와 참치, 와사비(고추냉이)부터 본다. “이 세 가지가 가격(급)을 정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라서다. 가격에 따라 맛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것들이다. 언뜻 우니와 참치 사이에 와사비가 낀 것을 의외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전문가들은 와사비야말로 오마카세의 ‘급’을 완성하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가장 비싼 와사비는 1㎏당 25만원 정도 해요. 같은 무게의 도미보다 값이 더 나가죠. 하이엔드급에 가서 ‘와사비 좀 더 주세요’ 하는 건 사실 ‘도미 한 점 더 주세요’나 다름 없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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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도 유심히 맛본다. 셰프가 가진 모든 노하우가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쌀 품종과 물의 양, 짓는 시간 등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 매니아들은 ‘쌀 씻는 사람만 달라져도’ 금세 알아챈다고 한다. 고두밥이냐, 아니냐는 선호의 문제일 수 있으나 샤리는 일단 촉촉하고 밥알이 작아 씹었을 때 입 안에 자연스럽게 퍼지면서도 어느 정도 질감이 느껴지는 것일 수록 좋다.


히카리모노(등푸른 생선)도 주목할 만하다. 우니나 참치 같은 재료는 가격이 맛을 좌우하는 반면, 히카리모노는 비린내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셰프의 솜씨에 따라 얼마든지 맛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즐겨보라

맛은 물론 중요하지만 오마카세의 전부는 아니다. 꼭 비싼 곳에 가야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전체적인 가게 분위기와 셰프의 세심함, 종업원의 접객 태도, 그릇과 기물의 위치 등 맛 이외의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만족감을 완성한다. 가게의 철학이 묻어나는 이런 디테일들은 식사의 질과 맛을 북돋는 요인이다. 그렇기에 오마카세를 계기로 ‘미식(美食)’에 눈을 떴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음식 너머의 맛’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미식의 감각을 일깨우게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이렇게 찍은 것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취향’의 영역인 만큼 누군가의 영상이나 후기는 단순 참고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세계일보

“남들 평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접 먹어보고 판단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매니아일 수록 간이 센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하이엔드급은 대부분 음식 간이 전반적으로 세죠. 입문자들이 고수들의 ‘맛있다’는 말만 듣고 찾아갔다간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오마카세는 맛도 맛이지만 보통의 판스시나 회전초밥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대접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물론 자기 취향을 조금씩 찾아가는 미식가적 유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 셰프는 마지막으로 ‘어디든 좋으니 일단 가보라’고 조언했다. 해봐야 안다는 것.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기저기 가보세요. 꼭 비싼 곳만 좋다는 게 아닙니다. 비싸다고 반드시 맛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숨어있는 디테일을 하나둘 알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오마카세의 매력이 다시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해보세요.”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