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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박수찬의 軍

타우러스와 공중급유기는 잘 산 것 같다고요?

by세계일보

세계일보

공군 F-15K 전투기가 타우러스 미사일을 장착한 채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타우러스 미사일과 KC-330 공중급유기는 잘 샀던 것 같다.” 최근 군과 여권 안팎에서 조금씩 나오는 이야기다.


북한을 의식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우리 군이 보유한 주요 전략무기의 위력을 과시하는 언행을 자제하는 기조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프레임에 시달렸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로비스트 린다 김 사건으로 제 역할을 인정받지 못했던 금강백두 정찰기 도입사업과 달리 타우러스와 KC-330은 도입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전력화 이후에도 타우러스와 KC-330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면서 국위선양에 필요한 비(非)군사적 위협 대응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국가안보 개념에 부합하는 무기체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 무력화

북한이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 일각에서는 “자신들의 땅에 있는 남한 시설도 폭파하는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북한은 휴전선 일대를 중심으로 수백문의 장사정포와 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해 오랫동안 수도권을 위협해왔다. 정확도가 낮고 위력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서울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군사적 압박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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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러스 미사일이 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상황은 우리 군이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사거리 500㎞)을 도입하면서 미묘하게 바뀌는 모양새다.


독일과 스웨덴이 공동개발한 타우러스는 대전 상공에서 평양 중심부를 정확히 타격한다. 스텔스 설계를 갖췄고, 초저고도에서 지형을 따라 비행해 탐지가 어렵다. 관성항법장치, 위성항법장치, 지형참조항법장치가 복합적으로 작동해 표적까지 날아간다. 6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어 북한군 지하벙커를 초토화할 수 있다.


현재 공군은 타우러스를 수백발 도입해 운용중이다. 타우러스를 장착한 F-15K가 북한군 대공화기의 위협에서 벗어난 지역을 비행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2017년 공군이 시험발사를 했을 때 400㎞를 날아가 표적에 명중했다.


북한이 지난 수년간 타우러스 도입을 비난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은 F-35A가 전력화되기 이전인 2016~2018년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타우러스 도입을 비난했다. 2016년 8월 북한 외무성은 독일 정부를 비난하면서 타우러스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 외무성은 “분쟁지역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한 독일 국내법까지 무시하면서 세계 최대 열점지역인 한반도 정세를 더욱 격화시키는 반평화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3월에는 우리민족끼리와 노동신문 등 북한의 대내외 매체들이 타우러스 도입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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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러스 미사일이 지상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타우러스는 한반도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능력도 제공한다. 공군 F-15K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J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것은 타우러스에 의한 장거리 공대지 타격 능력 때문이다. 일본이 F-15J와 F-35A에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장착을 고려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국내 방산업체와 함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도 일정 부분은 타우러스의 영향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와이에서 UAE까지 누비는 공중급유기

타우러스가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능력을 제공한다면, KC-330 공중급유기는 장거리 수송을 통한 국위 선양과 국가적 영향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2018~2019년 4대가 도입된 KC-330은 유럽 에어버스가 A330 여객기를 개조해 만든 A330MRTT 공중급유기를 한국 공군에서 부르는 명칭이다.


KC-330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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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F-15K 전투기에 급유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대 111t의 연료를 싣고 F-15K 전투기는 10여 대, KF-16 전투기는 20여 대에 급유할 수 있다. KC-330을 도입하기 전에 F-15K는 독도에서 30분, 이어도에서 20분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F-15K보다 작은 크기의 KF-16은 독도에서 10분, 이어도에서 5분만 비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 번 공중급유를 받으면 F-15K와 KF-16은 작전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방공식별구역을 위협하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군용기에 맞설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셈이다.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 당시 경쟁기종이었던 미국 보잉 KC-46A가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KC-330의 성능은 더욱 눈에 띈다는 평가다.


KC-330은 공중급유 외에도 인력과 화물수송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300여 명의 인원과 47t의 화물을 실어나를 능력을 갖췄다.


병원기로 사용하면 130개 병상을 기체 내부에 설치해 의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공군은 최근 코로나 19 국면에서 A330MRTT 내부에 침상과 생명유지장치, 산소공급기 등을 설치해 코로나19 환자를 수송했다. 재해재난 상황에서 이동 응급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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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아크부대원들을 태우고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이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항속거리가 7400㎞에 달해 전 세계 곳곳을 경유 없이 운항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입된 기간이 짧지만, 우리 군의 장거리 작전과 정부 주요 행사 등에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아크부대는 해외 파병부대 최초로 KC-330을 활용해 교대했다. 아크부대 17진 130여명은 지난달 30일 KC-330을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UAE로 떠났다. UAE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16진 130여명은 17진이 탑승했던 KC-330으로 지난 3일 귀국했다. 기존에는 민간 여객기를 이용했는데, KC-330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KC-330은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추념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정부는 KC-330을 미국 하와이로 파견,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147위를 추념식 전날인 24일 송환했다. 송환과정에서 유해는 KC-330 화물칸이 아닌, 승객 좌석에 안치해 조국에 귀환하는 영웅들에게 예를 갖췄다. 추념식에서는 KC-330 동체 위에 호국 영령을 기리는 영상을 빔으로 쏘는 ‘미디어 파사드’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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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로 파병되는 아크부대원들이 KC-330 공중급유기 앞에서 화이팅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해외 파병과 유해 송환에 투입됐던 KC-330은 공군의 해외원정훈련에도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훈련에서 공군 전투기에 대한 공중급유가 성공하면 KC-330의 성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